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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탈북민 입국 크게 줄어, 중국 내 브로커 감소가 핵심 원인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은 통일부 운영 '하나원'에서 한국 사회 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

올해 1~3월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192명에 불과해 예년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2000년 이후 탈북민 입국 규모가 가장 적은 해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탈북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의 탈북 중개인 단속을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갱신한 탈북민 입국 현황에서 올해 1분기(1~3월)에 입국한 탈북민이 192명(잠정) 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이 167명, 남성은 25명으로 여전히 여성 탈북민들의 입국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에 입국한 전체 탈북민은 3만 1천 53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1분기에 192명이 입국한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입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에 입국한 278명과 비교해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800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런 감소 추세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민 지원 단체들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 탈북 중개인들이 대거 체포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갈렙선교회 대표인 김성은 목사입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탈북 (지원) 단체들이 탈출을 거의 올스톱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모 브로커가 공안에 체포된 뒤 고구마 줄줄이 엮듯이 브로커들이 많이 잡혔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 입국이 급감하게 된 겁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탈북민을 한국에 가장 많이 입국시킨 것으로 알려진 단체 관계자도 VOA에 중국 내 중개인들이 적어진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관계자] “(중국 공안이) 브로커들을 계속 많이 잡기 때문에 넘어와도 사실 받을 사람이 적습니다.”

또 다른 단체 관계자도 “지난해 중국 내 최대 규모의 핵심 중개인들이 잇달아 체포된 뒤 탈출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내 이동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연락책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데, 우두머리급이 잇달아 체포되면서 많은 조직망이 와해됐다는 겁니다.

그 결과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탈북민이 적어도 200 명 이상이 된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북한정의연대의 정베드로 대표는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에 따른 내부 단속 강화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정베드로 목사] “중국 당국의 철저한 단속, 체포, 송환이 굉장히 시진핑의 장기 집권 과정에서 공안 통제가 강화됐습니다. 또 중국의 종교 정책-외국인 선교사 추방 이런 것들이 눈에 띄게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내 한 기독교 선교 단체 대표는 VOA에 중국 내 한국인 선교사들이 지난해부터 비자 갱신을 받지 못해 사실상 대거 추방됐다며 적어도 수백 명이 복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탈북민 지원에 관여했기 때문에 탈북민 입국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겁니다.

하지만 중국 공안당국이 의도적으로 대대적인 탈북 중개인 색출작업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부주의로 핵심 중개인들이 체포되면서 탈출망이 와해된 것인지는 불투명합니다.

여러 탈북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북-중 국경 지역 경비가 계속 강화된 것도 탈북민이 감소한 주요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한 단체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지난해 중국과 국경을 접한 지역의 집들을 대거 철거하고 강제 이주한 뒤 탈출이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관계자] “국경에서 50미터 정도 집들을 다 철거하고 국경 감시체제를 더 강화했다는 얘기가 지난해부터 나왔습니다. 또 (예전처럼) 중국에 시집가겠다며 팔려 나오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국경 지역에서 중국산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전파 방해와 감시 체계를 계속 강화하고 있고 중국도 감시 카메라뿐 아니라 철조망에 센서까지 부착해 경비를 더 강화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1분기에 50명 이상을 한국에 데려와야 하는데 올해는 30명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탈북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북한 당국의 처벌이 계속 강화된 것도 걸림돌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첫째는 탈북 비용이 너무 높고 둘째는 처벌도 강화됐고. 옛날에는 하루에 한 끼만 먹었다든지 좀 좋아져서 두 끼 먹었다면 지금은 조금 열심히 살면 굶어서 어려움을 당하지는 않으니까 굳이 배고픔 때문에 목숨을 걸지는 않은 것 같아요. 대신 지금 요구하는 탈북민들이 꽤 많은데 못 먹고 못 살아서 탈북하는 게 아니라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한국이 좋다. 일부는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하는 탈북민도 있습니다. 이게 굉장히 북한 내 한류나 정보가 들어가면서 북한 사람들이 옛날처럼 칠흑같이 캄캄한 세계가 아니라 어떤 정보에도 눈을 많이 뜨고 있다는 게 사실인 거죠.”

탈북 비용도 많이 치솟아 역대 최대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체 관계자들은 북한 내부에서 연길이나 선양까지 오는데 미화로 1만~2만 달러, 다시 동남아 국가로 이동하는 데 평균 2천~3천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이 신분증과 교통 승차권을 모두 디지털 체계로 바꾸면서 탈북민들의 이동이 어려워진 것도 새로운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두리하나선교회 대표인 천기원 목사는 중국의 스마트 정책 때문에 탈북민의 이동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지금 중국에서는 스마트화가 되다 보니까 전철, 기차, 은행, 모든 수단이 신분증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옛날에는 국경 넘기가 어려운데 지금은 살고 있는 곳에서 이동 자체가 어려우니까 그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봐요.”

탈북민 구출 단체들은 모든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이 2000년 이후 최소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500명도 채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 기독교 단체 관계자는 이 때문에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 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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