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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한인이산가족들 “미북정상회담, 가족상봉 마지막 기회”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이산가족’의 한 장면.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이산가족’의 한 장면.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은 오는 5월말이나 6월초에 열릴 미북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의 문제가 논의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산가족들이 모두 고령인 만큼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재미이산가족상봉 추진위원회의 이차희 사무총장은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미북정상회담은 자신들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차희 사무총장] “우리는 생의 마지막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우리한테 다음 기회라는 것은 없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2000년 3월에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10만 명 이상의 한인이산가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었지만,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몇 천 명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아무런 진전 없이 지나간 지난 10년이 치명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차희 사무총장] “그 전까지는 60대, 50대, 그리고 70대 까지도 희망이 있었는데, 그 다음부터 건강 문제가 갑자기 내리막길로 내려갔거든요.”

네 살 때 북한의 고향을 떠난 이 사무총장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있는 부모는 이미 사망했고, 형과 누나, 언니 등 손윗사람들도 거의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겁니다.

아울러, 이제 남은 사람들은 동생들과 북한에 남겨 놓고 떠났던 자녀들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그렇게 북한에 남겨졌던 자녀들도 이제는 일흔 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차희 사무총장] “예를 들어 시카고에 계시는 이은진 할머님이 두 살, 다섯 살, 일곱 살 된 아이들을 두고 오셨거든요. 그런데 그 두 살짜리가 벌써 예순 아홉 살, 칠십 가까이 됩니다. 만약에 살아있을 경우에요.”

이 사무총장은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라며, 이번 미북정상회담이 자신들에게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인이산가족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도 뉴욕주재 북한대표부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특히, 북한대표부가 과거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 점이 특이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차희 사무총장] “이산가족문제에 관해서 그 전에는 해외동포연합으로 들어가라 해서, 우리는 그렇게 들어갈 수 없다 이렇게 됐었는데, 이번에는 직접 저희들 편지를 김정은에게 바로 전달하겠다, 그러니까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북한대표부의 이 같은 변화를 상당히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는 4월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모두 이산가족상봉 문제가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간에는 그 동안 공식적인 이산가족상봉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한인이산가족들은 친북단체나 브로커를 통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났지만 북한은 ‘비료값’ 등의 명목으로 많은 돈을 요구해왔습니다.

로베트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그 동안 북한이 남북이산가족 상봉은 실시하면서도 한인이산가족들의 상봉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가장 먼저 제기할 수 있는 문제의 하나로 한인이산가족 상봉을 꼽았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Family reunion issue is also an issue that should be raised quickly. That would be a very big sign of some kind of opening……”

북한이 미국과 이산가족상봉에 동의하고 실제로 미국의 이산가족들이 북한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난다면, 일종의 개방의 큰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산가족 문제를 정상회담 전이라도 제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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