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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30년 전 한국 외교문서에 드러난 남북 외교전...북, 88 올림픽 공동개최 요구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사료관.

최근 한국 정부가 비밀해제된 30년 전 외교문서를 공개했습니다. 19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한국, 북한 사이에는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1987년 모스크바주재 북한대사는 소련주재 외교관을 대표하는 외교단장에 오릅니다.

그러자 한국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공문을 보내 당시 외교단장이 된 권희경 북한대사의 리셉션에 참여할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특히 미 국무부에는 북한이 남북대화를 외면하고 미-북 직접 접촉 확대에만 주력하고 있다며, 최소한 북한의 기본적 태도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2가지 원칙을 지켜줄 것을 요청합니다.

만약 북한이 외교단장 자격으로 개최하는 행사가 북한대사관이나 대사관저에서 열릴 경우 불참할 것을 요청하고, 장소가 대사관 외부라면 참석을 하더라도 악수 외에 일체 대화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겁니다.

이런 요청에 미 국무부는 북한과 같은 미수교국의 행사라도 외교단장 자격이라면 참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은 순전히 일정상 이유로 당시 행사에 불참했다고 한국 정부에 알려왔습니다.

이처럼 1987년 해외에서 열린 평범한 대사관 행사에도 한국 정부는 수 십 건의 외교문서를 여러 나라에 발송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는 12일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사료관에서 최근 비밀해제된 1천400여 건의 외교문서를 열람했습니다. 외교부는 30년이 지난 외교문서에 대해 비밀을 해제하고, 일반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문서들에는 당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듯 남북이 국제무대에서 펼친 여러 외교적 노력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88 서울올림픽을 앞둔 시점이었던 만큼 이와 관련한 외교적 움직임이 두드러졌습니다.

최근 한국 외교부가 지난 1986년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제의한 남-북 종단 역전 마라톤 대회의 개요가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최근 한국 외교부가 지난 1986년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제의한 남-북 종단 역전 마라톤 대회의 개요가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1986년 4월엔 서울과 평양을 잇는 역전 마라톤 대회가 한국 정부에 공식 제안됐습니다.

이 제의는 당시 일본올림픽위원회와 `요미우리 신문’ 명의로 이뤄졌는데, 당시 한국 정부는 남북 간 체육교류를 통한 긴장 완화에 일본이 주도적 역할을 하려 한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또 북한이 제의의 배후에 있을 수 있다며, 이를 이용해 해외 거주 한인사회와 일본 내 북한의 88 올림픽 단일팀 구성 주장에 동조하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아울러 탁구 단일팀을 비롯한 다른 종목의 남북 단일팀 구성 논의로 확대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결국 당시 제의는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미국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화해를 돕는 움직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개스턴 시거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미 외교관의 북한 외교관 접촉지침을 완화하는 등 북한과의 긴장 완화에 노력을 기울인 겁니다.

이와 관련해 주한 미국대사관의 참사관은 이 같은 '시거 구상'에 대해,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울올림픽을 방해하려고 하는 북한을 잘 설득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국 외교부 당국자에게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에 따라 시행된 미 외교관의 북한 외교관 접촉지침 수정은 미 외교관이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을 허용하는 게 아니며, 양국 간 접촉은 여전히 배제되고 오로지 제3국의 리셉션 등 중립적 여건 하에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런 만남 속에서도 실질적인 문제에 관한 언급은 회피하도록 하고, 북한과의 인도적 무역 허용 등과 관련한 대화만 하도록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은 몇 개월 후 '시거 구상'에 동의했고, 미국은 전세계 모든 재외공관에 '대북한 관리접촉에 관한 개정 지침'을 내립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미-북 양자회담과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등을 미국에 공식 제안했지만, 미국은 한국의 반대를 감안해 이 같은 제의를 거부했습니다.

이후 북한이 1987년 11월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을 일으키자 미국은 '시거 구상'을 철회했습니다.

당시 북한이 외교무대에서 주장한 내용도 외교문서에 담겼습니다.

북한을 방문한 인도 등 여러 나라 인사들은 한국 정부에 '북한이 일관되게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을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전쟁 후 이룩한 북한의 경제 재건이 전쟁으로 파괴되길 원치 않아 무력 대결의 의사가 없다'고 주장한 사실을 전했습니다.

또 북한 측은 88 올림픽에서 8개 종목의 경기 개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올림픽 경기시설과 선수촌, 38개 호텔을 건설 중이라고 싱가포르 외무성 정무국장이 한국 측에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공동개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참할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했습니다.

지난 1987년 미국-소련 정상회담 결과를 기록한 문서에 북한이 소련을 이용해 남북 연방공화국 창설을 제안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987년 미국-소련 정상회담 결과를 기록한 문서에 북한이 소련을 이용해 남북 연방공화국 창설을 제안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소련을 이용해 남북 연방공화국 창설을 제안했던 사실도 이번 문서에서 드러났습니다.

1987년 12월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소련의 정상회담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은 북한이 건넨 문서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이 문서에는 남북이 10만 미만의 병력을 유지하고, 모든 외국 군대를 철수시키며, 남북한 군을 '민족군'으로 통합하고, '남북으로 구성된 연방공화국 창설'과 연방공화국의 유엔 가입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은 이 문서를 한국 측에 전달하면서 “소련이 북한의 요청을 받고 마지 못해 이를 전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제안이 거창하고 현실성이 없으며, 구체적이거나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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