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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서울 도심서 반미·친미 시위...탈북자들 "북한, 집회의 자유 생기길"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반미·친미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반미·친미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미-한 동맹 파기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반미 시위가 열렸습니다. 또 다른 한쪽에선 정반대 내용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집결해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흔들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토요일인 지난 7일,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서 열린 시위의 대상은 `미국'이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미국에 대한 반대와 지지로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미국 반대' 측 시위대는 약 500명. 또 이보다 몇 배 많은 친미 성격의 '태극기 시위대'가 광화문과 서울역 일대에 모였습니다.

경찰은 양측이 맞닥트리지 못하도록 둘 사이를 갈라놓았습니다. 양측이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경찰 벽을 가로질러 거친 말이 오갔습니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미·한 동맹 파기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반미 시위가 열린 가운데, 4·7 미국규탄대회 준비모임이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미·한 동맹 파기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반미 시위가 열린 가운데, 4·7 미국규탄대회 준비모임이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반미 시위대는 한반도 통일이 미국 때문에 가로막혔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평화어머니회'라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고은광순 씨입니다.

[녹취: 고은광순 씨] “미국은 분단을 이용해서 세계의 제왕 노릇을 하고 싶어 했어요. 러시아, 중국을 견제하는… 거기에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돼서 미국의 전초기지로 이용되고, 무기 판매장으로 이용되고, 그래서 분단을 고착시키려고 하니까. 우리 민초들, 우리 인민, 그 국민들과 이해가 달라졌죠.”

미 대사관 앞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으라는 내용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고은광순 씨는 남한과 북한은 화목하게 살고 싶지만, 미국이 이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은광순 씨는 또 '북한이 6.25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느냐'는 'VOA'의 질문에, “3년을 싸웠다고 70년을 분단하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며 일본과 베트남 등 미국과 싸운 나라들이 화해를 한 것처럼 미국이 북한과도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광화문 광장 건너편에서 열린 '미국 규탄대회'에선 좀 더 과격한 구호와 문구를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한-미 동맹 파기하라', '반미자주'와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 아래 모인 참가자들은 주한미군 철수와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들과 정반대편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시위 참가자들도 '미국이 대북 군사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같은 시간 광화문 광장 안쪽에선 '제주 4.3 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녹취: 현장음] “4.3 학살 책임 인정, 미국은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주최 측은 이후 광화문 광장 앞에 위치한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사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일 광화문 앞에서 '태극기 시위대'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행진하고 있다.
지난 7일 광화문 앞에서 '태극기 시위대'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행진하고 있다.

미국을 반대하는 외침이 커질수록 반대 측 시위대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습니다.

이날 '태극기 시위대'는 광화문 바깥 쪽을 중심으로 4~5곳에서 집회를 개최한 뒤 광화문을 빙 둘러싸며 행진을 했습니다.

이들의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휘날렸고, 대부분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강조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과격한 발언도 쏟아져 나왔는데,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을 폭격해달라는 주장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성주 예비역 공군 소장은 'VOA'와 만나 반미 시위대와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녹취: 한성주 예비역 소장] “미국이 은인입니다. 미국이 우리의 동맹이고 혈맹입니다. 미국의 은혜를 알고 성조기를 들고 나와서 한-미 동맹이 굳건해지는 마음으로 나와 있고...”

'태극기 시위대' 속에는 간간이 젊은층도 섞여 있었지만 대부분 중장년 층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북한이 일으킨 6.25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로, 미국이 북한에 맞서 자국 군대를 보내준 사실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참가자는 미군 전사자가 5만여 명에 이른다며, 반미 운동은 친북세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펼쳐지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최근 한반도에 조성된 평화 분위기 역시 '위장 평화공세'라며 “북한에게 또 당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참가자 최병호 씨는 최근의 분위기가 한국의 좌경화 혹은 북한의 의도에 따른 적화통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습니다.

[녹취: 최병호 씨] “이렇게 발전된 조국을 후손들에게 잘 물려줘야 하는데, 이 발전된 영광된 나라를 북한처럼 만들어 버리려고 하니까. 그래서 태극기를 들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달라는 겁니다.”

한 시민은 “매주 벌어지는 풍경”이라면서 “나라가 분열된 모습이 남북 분단보다 더 심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세대가 흘러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갈등이 부러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북한에도 집회의 자유와 같은 민주주의가 찾아오길 희망하는 탈북자들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박정오 사단법인 큰샘 회장은 이런 시위가 북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정오 회장] “(북에서는) 의사표현 자체가 안 되고,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니까, 처음 오신 분들은 충격을 받든가, 많이 부러워 할 겁니다.”

박 회장은 북한도 언젠가 자유롭게 집회를 하고, 주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시위대 중 일부는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을 뿐 시위대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저지하거나, 정부와 반대되는 의견을 낸다는 이유로 누구도 체포 또는 구금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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