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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퍼트 전 대사] “정상회담 앞두고 제재 약화 안 돼…지속 가능한 합의 중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미북 정상회담에서 즉각적인 성과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깨지지 않을 합의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밝혔습니다. 리퍼트 전 대사는 1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을 이루고 비핵화 방안을 논의할 추가 대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면 회담을 성공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보다 앞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의 협상 입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섣불리 대북 제재를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봤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도발을 일삼던 북한이 왜 이런 변화를 보인 걸까요?

리퍼트 전 대사) 먼저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정말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만 실제로 회담이 진행돼 봐야 증명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한 대북 제재와 압박이 트럼프 행정부까지 이어지면서 그 효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진전을 이뤄 당분간 실험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시간벌기용 아닐까요?

리퍼트 전 대사) 협상을 하는 가운데에도 제재는 계속됩니다. 따라서 시간 벌기 용은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로선 조만간 있을 정상회담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지켜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제재의 영향력을 성급하게 내 줘서는 안됩니다.

기자)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먼저 만나는데요. 한국의 섣부른 유화적 태도가 미-북 정상회담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요?

리퍼트 전 대사)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대북 제제를 해제하지 않았고, 미-한 연합 훈련도 예정대로 실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관료들도 여러 차례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고요.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는 진전을 보일 때까지, 또 이를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한국정부는 어떤 제재도 압박도 늦추지 않겠다고 말해 왔습니다. 그런 만큼 한국이 먼저 ‘양보’ 하는 태도를 취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그럼 남북정상회담이 미-북 회담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리퍼트 전 대사) 남북정상회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의 만남보다 국제사회에서 눈에 더 잘 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습니다. 북한의 일부 입장이 드러난다는 거죠. 최고위 인사의 협상 태도를 가늠하고 미-북 정상회담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이 9.19 공동성명 등 앞서 맺은 여러 합의를 지금 어떻게 여기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리퍼트 전 대사) 제기해야 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회담의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 말해 비핵화의 정의와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거죠. 당연히 어려운 대화와 협상이 될 겁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양측이 고위 협상가를 두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기자)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먼저 만나는 ‘탑다운’ 방식인데, 우려는 없으신가요?

리퍼트 전 대사) 정상회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인지와 그 결과가 시간이 지나도 지속될 것인지 여부가 중요한 지표가 될 겁니다. 왜냐하면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선 합의가 돼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행되지 않거나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 게 어려운 점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의 비핵화 조건으로 알려진 ‘체제 보장’엔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이 포함될 수 있는데,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라고 보십니까?

리퍼트 전 대사) 주한미군 철수는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미국, 한국 정부 내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논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만나 어떤 성과를 내면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리퍼트 전 대사) 미국 정부의 중요한 목표인 비핵화에 진전을 이루고 비핵화 방법을 논의할 추가 대화를 가속화시키는 상황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북한 비핵화를 향한 지속 가능한 길에 가까워졌는지 여부입니다.

기자) 북한이 모든 핵 시설을 공개할 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완전한 검증이라는 것이 가능할까요?

리퍼트 전 대사) 미국 정부에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다뤄온 인재들이 많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기술 전문가들이 있다는 거죠. 정부 밖에도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와 같은 사람들이 좋은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정권 교체 없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시나요?

리퍼트 전 대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당연히 어려운 문제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과거에도 핵무기를 포기한 다른 여러 나라들을 봐 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정부의 과제는 비핵화에 이르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가 될 겁니다.

기자) 북한의 인권 문제가 비핵화 사안에 가려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리퍼트 전 대사) 북한과의 양자 회담에서뿐 아니라 향후 열릴 수 있는 다자간 회담에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는 반드시 제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핵화 의제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만, 북한의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이 문제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로부터 조만간 열릴 예정인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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