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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한반도 운전자로' 첫 결실 본 문재인 한국 대통령


문재인 한국 대통령.
문재인 한국 대통령.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말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데 이어 5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얼굴을 맞댑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첫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한껏 고조됐던 한반도 위기 상황이 어떻게 정상회담 국면으로 대반전을 이뤘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한 핵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은 지난해 7월 시작됐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한국 정부의 새로운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혔습니다.

[녹취: 문재인] “나는 앞선 두 정부의 노력을 계승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한국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며, 북 핵 문제에 대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 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 관계 및 북-일 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는 7월 17일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의했습니다.

이는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간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따른 첫 번째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뿐 아니라 미국의 반응 마저 시큰둥했습니다.

숀 스파이서 당시 백악관 대변인은 남북회담 제안에 대한 질문에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한과 대화를 위해) 충족돼야 할 모든 형태의 조건들이 우리가 현재 있는 곳에서 명백히 멀리 떨어져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도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은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논평을 통해 “북-남 관계 개선에 도움은 커녕 장애만을 덧쌓는 잠꼬대 같은 궤변들이 열거돼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북한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 구도 속에서 문 대통령이 설 땅은 별로 없었습니다. 지난해 북한은 17 차례에 걸쳐 모두 2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완전파괴’ ‘늙다리’ ’선전포고’ 같은 거친 언사를 구사하며 설전을 벌였습니다. 지난해 10월 21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발표한 성명입니다.

[녹취: 중방] “우리 국가의 완전파괴라는 역대 그 어느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댔다.”

전환점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에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의한 데 이어 9월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북한의 참가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고작 100Km를 달리면 한반도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휴전선과 만나는 도시 평창에 평화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모입니다. 그 속에서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로부터 석 달 뒤인 1월1일,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습니다.

[녹취:김정은]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미-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했습니다. 청와대는 2월 10일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한 북한 김여정 특사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회동을 주선했습니다. 그러나 북측이 면담 2시간 전에 이를 취소함으로써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3월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을 특사로 평양에 파견했습니다. 평양에 간 정의용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4시간 넘게 면담하면서 ‘비핵화를 의제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발언을 끌어내는데 성공합니다. 정의용 실장입니다.

[녹취: 정의용]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습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의용 실장을 워싱턴으로 보냈습니다. 3월8일 백악관을 방문한 정의용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함께 ‘가능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설득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좋다, 즉각 만나자”며 정 실장에게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안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녹취: 정의용] "President Trump appreciate the briefing and said to see Kim Jung-un by May…"

이처럼 한국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미-북 간 대결 상황을 극복하고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자 국제사회와 언론은 문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밝혔고, 영국 `BBC' 방송은 “만약 문 대통령이 핵전쟁 위협을 줄인다면 노벨평화상을 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입니다. 미국과 북한을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개최되는 두 달 사이에 한반도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느냐 여부에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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