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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트럼프- 김정은 ‘탐색적 정상회담’ 할 듯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8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측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8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측에 브리핑을 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시간입니다. 2018년 3월8일은 한반도 정세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결심했고, 미-북 정상회담이 과연 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반도 정세의 커다란 전환점은 8일 오후 4시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뤄졌습니다.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한 한국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백악관을 방문해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등 고위급 인사 20여명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당초 일정은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잠깐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브리핑 도중 갑자기 “빨리 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갈이었습니다. 서둘러 브리핑을 마친 정 실장과 서 원장은 4시15분께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의용 실장 두 사람을 가운데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들이 둘러 앉았습니다. 소파에 앉은 배석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지나 하스펠 CIA부국장 등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의용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함께 ‘가능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또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설득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좋다, 즉각 만나자”고 수락 의사를 밝히고 정 실장에게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정 실장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협의를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녹취: 정의용] ”Kim Jung-un said he committed..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북한 최고 지도자 간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조명록 인민군 차수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데 이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정상회담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데다 여러 국내외 정치적 요인으로 결국 정상회담은 무산됐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결정된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단성 있는 성격입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와도 이 문제를 협의하지 않고 즉석에서 정상회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 “He made all by himself very impulsive decision..”

문제의 핵심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공격할 핵 단추를 쥐고 있다던 김정은 위원장이 왜 정상회담을 제의했느냐 하는 겁니다.

이에 대해 미 정부와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몰린 김정은 위원장이 출로를 찾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국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제재는 한 요인이고, 북한은 나름대로 새로운 전략적 결정에 따라 미국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 ”작년 12월 김정은 연설에서 전략국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런 측면에서 지금 북한의 행보는 외부 조건을 보고 내부 협의 과정을 거쳐 전략적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면서 정창현 소장은 북한이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상호 연계시켜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 ”전략적 선택은 지금 보유한 핵 무력을 기초로 장기간에 걸쳐서 북-미 관계 정상회를 추진하면서 단계별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기초해 궁극적으로 비핵화까지 갈 수 있다는 프로세스를 그리고 있고..”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고 하지만 그 진의를 선뜻 믿기 어렵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가 선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그 유훈을 어기고 6번이나 핵실험을 했습니다.

또 다른 것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조건부 비핵화’라는 겁니다.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 없어지고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비핵화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또 군사적 위협 해소와 안전보장이 먼저 이뤄진 다음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상호 연계하겠다는 것인지 여부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렇듯 북한이 비핵화 용의는 표명했지만 아직 모호한 구석이 많기 때문에 미국은 정상회담에 앞서 특사 교환 등을 통해 회담 의제와 일정 등을 조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준비에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의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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