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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전문가들 “남북 합의 의미 있는 진전…비핵화 진정성 신중히 봐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한국정부 대북특사단과 면담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한국정부 대북특사단과 면담하고 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대북 특사단이 발표한 남북 합의에 대해, 극단적인 대치 국면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진정성 여부를 앞으로 신중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특파원 리포트 오디오] 전문가들 “남북 합의 의미 있는 진전…비핵화 진정성 신중히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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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한 것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 합의가 기대 이상의 성과라며, 미국이 대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 체제에서 처음으로 있었던 얘기고, 이 정도는 북-미 극단적인 대치 국면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죠. 중단하겠다는 모라토리움 선언했고, 비핵화 하겠다는 의지 밝혔고, 북미 협상, 북-미 대화의 초기 국면은 완벽하게 만족했다고 봐야죠.”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김동엽 교수도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선대의 유훈으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이를 확인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력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유예를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제 공은 미국에 넘어갔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앞으로 신중히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밝힌 것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라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영태 실장] "미국도 핵이 없어야 한다고 하면서 책임을 먼저 미국에 돌리는 거죠. 자기들의 핵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가 바로 한반도 비핵화죠."

이번에 발표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미국이 원하는 핵 폐기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설명입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번에 특사단이 발표한 것은 특사단이 확인한 북한의 입장 정도라며, 조약이나 합의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매체들이 여전히 “북한의 핵 보유는 확고하다”는 논조를 내보내고 있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한국에 와서 특사단이 비핵화 용의 표명했다고 얘기를 전달하는 순간에도 북한 매체들은 반대되는 얘기를 하고 있죠.”

실제 북한은 7일 오전까지 남북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보도하지 않고 “조선의 핵 보유는 정당하며 시비거리로 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김 전 원장은 특히 북한이 “군사적 위협이 없어지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이 필요 없다”고 조건을 내건 것은 “조건부 비핵화 거론” 정도로 볼 수 있다며,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전제를 내건 것은 기존의 논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지금은 조건을 걸었거든요. 이거는 늘 북한이 얘기한 거거든요.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을 가지게 된 것이다. 대북 자위용 핵이다, 적대 정책은 미국이 하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 위협을 제거하고 체제안정을 보장해 주면, 이것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 연합연습 영구 중단, 미-북 평화협정 체결, 이걸 말만 안 했지 표현이 조금 다른 형태로 나온 것으로 봐요.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과거에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해석하는 부분에 있어서 이견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조한범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체제 보장, 안전 보장에 상당 부분 이견이 있을 수 있죠. 어디까지 보상해 줄 것인지, 폐기 각 단계별로 북한이 요구하는 보상 수준이 다를 수 있고.”

김태우 전 소장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김태우 전 소장]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없어지고 하는 전제가 고무줄 같은 해석이 가능한 거 아닙니까? 북한이 체제 위협이 되는 것을 제거해 달라고 할 것이고, 작게는 연합훈련을 중단해 달라, 크게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자체가 우리에게 위협이다, 주한미군이 없어져야 한다. 북한이 얘기하는 조건을 보면 북한의 진정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거죠.”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여부는 앞으로 대화와 협상 과정에서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현재 대북 압박 제재, 억제체제, 한-미 동맹체제를 허물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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