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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로 수출길 막힌 북한, 채소와 과실·견과류 수출 2000% 늘려


북한 평양 외곽 칠골남새전문농장에서 농장원들이 배추밭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북한 평양 외곽 칠골남새전문농장에서 농장원들이 배추밭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수출길 상당부분이 막힌 북한이 채소와 과실, 견과류 수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정제유를 끊는 등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북한산 의류 등 일부 금지품목을 수입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1월 중국에 475만4천371달러 어치의 채소를 수출했습니다.

‘VOA’가 한국무역협회의 ‘북-중 교역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HS) 코드’가 07인 채소는 북한의 1월 전체 수출에서 두 번째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무려 2천84%나 증가한 것입니다.

비슷한 현상은 HS 코드가 08인 과실과 견과류에서도 확인됐습니다.

과실·견과류의 1월 대중 수출 총액은 전체 세 번째에 해당하는 431만3천828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천67%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8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통해 북한산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한 바 있습니다.

당시 수산물은 북한의 5대 수출품으로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으로 꼽혔었습니다. 또 식량사정이 어려운 북한이 ‘먹을 거리’를 외부로 판다는 비난도 함께 일면서 제재 품목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수산물 수출길이 막히자, 잠시나마 또 다른 식량인 채소와 과실, 견과류 등이 이 자리를 대체하는 듯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식량’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0일의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에 1월 당시 여전히 수출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지타운대학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도 이 같은 분석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they are looking around…”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수산물과 섬유를 비롯해 많은 것을 팔지 못하게 되면서 팔 수 있는 어떤 것이라도 찾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모든 북한인들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비율이 크게 증가한 건 “무에서 유가 됐기 때문”이라며, 이 분야의 수출이 사실상 새로운 현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1월 대중 수출에서 가장 많은 액수를 차지한 건 ‘토석류와 소금(HS 25)’으로 1천7만달러, 증가폭으로는 전년도 대비 455%였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천연흑연과 천연탄산마그네슘이 각각 약 4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결의 2397호는 ‘토석류와 소금’의 수출 역시 금지하고 있습니다. 30일의 유예기간 중 수출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수출액에서 네 번째에 이름을 올린 건 ‘목재와 목탄(HS 44)’이었고, 5위는 철강(HS72)이 차지했습니다.

‘목재와 목탄’도 2397호 금지품목으로 당시까진 30일 유예가 적용됐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지난해 9월 채택된 2375호가 금지한 북한산 섬유를 일부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의 편물을 제외한 의류(HS 62)와 편물 의류(HS 61)를 각각 9천72달러와 7천560달러어치 사들였습니다. 또 북한산 인조필라멘트섬유(HS 54)도 167달러어치가 거래됐습니다.

비록 월 최대 8천만 달러를 기록했던 예년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여전히 대북제재 위반으로 의심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상황에 따라 제재를 유예하고 있어, 이번 섬유 수출 역시 예외를 인정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이처럼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중국도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한의 대중 수출액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월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3천641만 달러로, 지난해 1월의 2억110만 달러나 2016년 1월의 1억7천752만 달러와 비교해 최대 7분의 1로 축소된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전체 수출국에서 차지하는 위치 또한 기존의 60위 대에서 83위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중국과 교역액이 가장 큰 나라는 미국이며, 이어 홍콩과 일본, 한국 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1월 중국이 북한으로 판매한 석유 관련 제품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월 북중교역 자료에 따르면 HS 코드가 2710인 정제유 등 석유관련 제품은 모두 ‘0’으로 표시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현상으로 공식 무역 경로를 통한 북한과 중국 간 석유제품 거래는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일본 정부는 북한 선박이 공해상에서 선박간 환적을 통해 불법으로 유류 제품을 옮기는 장면을 포착해 공개한 만큼, 밀수를 통한 석유 거래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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