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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북한, 평창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에 김여정 포함


지난해 4월 북한 평양의 신시가지인 여명거리 준공식에 참석한 김여정(오른쪽).
지난해 4월 북한 평양의 신시가지인 여명거리 준공식에 참석한 김여정(오른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합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에 관심이 있음을 분명히 으로 보면서도, 남북 대화에 물꼬를 트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7일 오후 북한으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원 명단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명단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 남북 고위급 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포함됐습니다.

북한의 김 씨 일가를 뜻하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일원이 한국 땅을 밟는 것은 김여정이 처음입니다.

통일부는 “북한의 이번 고위급 대표단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축하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취지에 부합되게 노동당, 정부, 체육계 관련 인사로 의미 있게 구성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청와대도 김여정 1부부장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북한의 이번 대표단은 올림픽 축하와 함께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쪽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특히 김여정 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 여동생으로 노동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데 그 의미가 더 크다”며 “정부는 고위급 대표단이 남쪽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게 준비에 소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휘 부위원장의 경우 안보리 결의 2356호에 따라 여행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인물이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최휘 부위원장이 방한하려면 안보리 결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해야 합니다.

한국정부는 제재 위반과 관련해 불필요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미국과 유엔 안보리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1부부장을 파견하는 것은 이번 올림픽에 관심을 갖고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책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을 지낸 고려대 남성욱 교수입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일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온 데 대해서 최고 지도자의 인물을 포함시킴으로써 신경을 쓰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를 위한) 복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남북 장성급 회담 대표를 지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결국 북한은 자신들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정상국가다, 그리고 평화를 지향한다, 그래서 김정은을 대신해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을 내려 보낸 거에요. 또 한 가지는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오기 때문에 격도 고려가 된 것 같습니다.”

문 센터장은 특히 김여정 제1부부장의 경우 다른 외국 정상의 가족들이 축하사절단으로 파견되는 사례도 함께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김여정은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북한의 상징적 인물이거든요. 마침 미국의 이방카,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 물론 폐막식이지만 온다는 것을 염두해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대표단 구성을 통해 대화 의사를 적극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을 지낸 정영태 북한연구소 소장입니다.

[녹취: 정영태 소장] “이 정도로 최고위급, 소위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을 보냈다는 사실은 앞으로 남북대화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그럴 준비도 돼 있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도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정은이 동생 김여정을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시킨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그만큼 진정성이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남한의 발전상 및 남한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이번 대표단 파견은 대화를 위한 탐색전의 성격이 강하다면서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실현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영남 위원장은 그동안 온 인사 중에 최고위급 인사이기 때문에 이미 대화 의사는 강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비핵화 쪽에 어느 정도 물꼬가 터지지 않으면 나머지 남북관계는 불가능합니다. 비핵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혹은 북한이 협상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진전될 수 없죠.”

남성욱 교수도 이번 대표단의 방한으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겠다는 기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북한은) 기존의 핵보유국 입장에서 미국과 대화를 하고 핵문제는 남측과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민족 공조를 통해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한다는, 또 자신들이 요구하는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등 기존의 주장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김영남 회담 등으로 인해서 한반도의 긴장완화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은 지켜봐야 합니다. ”

전문가들은 북한 대표단이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며, 메시지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지 않는 한 현재 상황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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