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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미 대북 압박외교, 남북대화로 이어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최근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미국의 대북 압박 외교가 성과를 내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도 이에 따른 결과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는 건데요. 북한은 이런 입장에 동조한 한국 대통령까지 비난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국무부 당국자가 북한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나라들을 일일이 열거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1일 브라이언 훅 국무부 정책계획 국장은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각 나라들의 대북 독자 조치를 설명했습니다. 먼저 같이 들어보시죠.

[녹취: 훅 국장] “Malaysia kicked out North Korean laborers. Qatar and Kuwait halted work visas to North Koreans. The UAE has completely severed diplomatic ties. Peru, Spain, and Italy have all expelled ambassadors. Portugal froze all diplomatic relations with the DPRK in July..."

말레이시아가 북한 노동자를 쫓아냈고, 카타르와 쿠웨이트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는 겁니다. 또 아랍에미리트는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으며 페루와 스페인, 이탈리아는 북한 대사를 추방한 나라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포르투갈도 지난해 7월부터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동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노동자 축소와 외교관계 격하가 핵심이네요.

기자) 이날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외에 교역관계를 축소한 나라들도 있습니다.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 내용을 직간접적으로 이행한 결과로 볼 수 있는데요. 훅 국장은 동맹국, 협력국들이 북한에 새롭고, 전례 없는 수준의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나라들이 북한과 교역 관계를 끊었습니까?

기자) 필리핀과 타이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수단, 태국, 브루키나파소 등이 북한과의 교역을 끊거나 대폭 축소한 나라들입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 있는 나라들 중에는 북한의 10대 교역국으로 꼽힌 나라가 4곳이나 있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입는 타격은 얼마나 될까요?

기자) 북한은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나라들과 북한의 연간 교역액을 다 합치면 1억2천만 달러로, 북-중 교역 총액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마저도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면서 북한과의 무역을 대폭 줄였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전체적인 북한 무역액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진행자) 북한 대사가 여러 나라에서 추방당한 소식도 꾸준히 들렸는데요.

기자) 네, 앞서 훅 국장이 소개한 페루와 스페인, 이탈리아 외에도 멕시코와 쿠웨이트 등이 북한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쫓아냈습니다.

진행자) 사실 대사를 추방하는 게 의무는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미국의 대북 압박 노력이 성과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건데요. 지난 2016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2321호는 북한 외교관의 숫자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의무가 아닌데도 앞서 소개한 나라들이 대사를 추방하면서 대북 압박 의지를 확고히 한 겁니다. 아울러 페루와 이탈리아, 독일, 불가리아, 남아프리카는 북한 외교관을 감축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외교관계를 끊은 나라들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포르투갈이 대표적인데요. 포르투갈은 지난해 10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과의 모든 외교관계와 공식 접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북한 정권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훅 국장이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최소 2개 나라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손 본 것으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진행자) 북한 노동자를 돌려보낸 나라들도 있는데요. 사실 안보리 결의가 추방 시한으로 정한 건 2019년 말 아니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안보리는 지난해 단계적으로 북한 노동자와 관련한 조치를 결의에 담았는데요. 먼저 지난해 9월 채택된 결의 2371호는 북한 노동자의 규모를 당시 수준에서 더 늘리지 못한다고 했었고요. 이후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하면서 채택된 결의 2375호는 기존 노동자의 노동허가증 갱신을 불허하도록 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의 결의 2397호가 북한 노동자를 모두 돌려보내라고 하면서 2년의 시간을 줬습니다. 다시 말해서 아직 2년에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는데도 말레이시아와 카타르, 쿠웨이트, 앙골라, 몽골, 몰타 등이 북한 노동자를 내보내는 실질적 조치를 취한 겁니다.

진행자) 미국은 이런 각국의 대북 압박을 ‘외교적 노력’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훅 국장은 틸러슨 장관이 모든 양자회담 때마다 북한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과 관련이 있든, 없든 상관 없이 어떤 나라 외무장관과 만나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촉구했다는 건데요. 그러면서 이런 대북 압박 캠페인의 목적이 북한 정권에게 평화와 안정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이 현재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미래에 대한 의미 있는 대화에 나서라는 점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틸러슨 장관의 대북 압박을 ‘인내하는 외교’로 표현한 부분도 흥미로운데요.

기자) 네. 아마도 모든 나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온 표현인 것 같습니다. 급진적인 결과를 추구하는 게 아닌 ‘하루하루(day-by-day)’외교를 펼친다는 건데요. 훅 국장은 이런 틸러슨 장관의 인내하는 외교가 많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틸러슨 장관이 강조한 ‘외교’는 곧 ‘대북 압박’이라는 게 또 다시 명확해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VOA’가 여러 차례 설명해 드렸는데요. 북한과 관련해서 미국이 펼치는 외교는 다른 나라들을 통해 북한을 압박한다는 일종의 전략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북한과의 ‘대화’가 이 외교에 빠져있는 건 아닙니다. 북한에 최대 압박을 펼쳐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한다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죠. 이런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구체화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습니다.

진행자)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남북 고위급 회담에 응한 역시 최대 압박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렇게 밝혔다고 백악관이 전했고요. 훅 국장 역시 (대북) 압박 캠페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국제적인 압박 캠페인에 아픔을 느끼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과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한 대화를 하는 조건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한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녹취: 조선중앙TV] “창피한 줄도 모르고 북남 대화라는 결과가 마치 저들 주도의 국제적제재 압박 때문에 이루어진 것처럼 주절대는 트럼프에게 사실이 그렇다고 감사까지 표하면서 북남 회담을 북핵 폐기를 위한 조미회담으로 이어놓겠다고 주제넘게 발라맞추는 남조선당국자의 비굴한 처사는 더더욱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다.”

북한은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선수단을 태운 열차나 버스도 아직 평양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참가 결정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를 남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함지하 기자와 함께 미국 주도 하에 이뤄지는 대북 압박의 성과와 이에 따른 북한의 반응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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