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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세계] 4. 스포츠·과학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5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가적인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날 리처드 버젯 IOC 의무과학국장이 로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5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가적인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날 리처드 버젯 IOC 의무과학국장이 로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번 주는 2017년 한 해를 결산하는 특집으로 꾸며 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네 번째 순서로 과학, 스포츠 분야를 돌아보겠습니다. 올 한해 과학, 스포츠 분야에는 어떤 눈에 띄는 소식들이 있었는지, 4대 주요 뉴스를 조상진 기자가 정리해드립니다.

“러시아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 금지”

지난 12월 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를 금지하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자격을 무기한 정지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러시아가 국가 주도 아래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사용하게 했고, 관계 기관을 동원해 도핑 사실을 은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려진 결정입니다.

과거에도 성적 향상을 위해 불법 약물에 손을 댔다가 적발돼 메달과 선수 자격이 박탈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의 경우에는 기존의 도핑 사례와 달리 국가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러시아 정부의 묵인 아래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이 사용됐고, 이후 도핑검사를 피하고자 정부 기관 요원이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했다는 것입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조사를 통해 모두 30여 개 종목에서 1천 명이 넘는 선수들이 연루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발표는 IOC의 러시아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금지를 결정으로 이어졌는데요. 하지만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은 열어뒀습니다.

[녹취 :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의 국기와 선수복, 국가 연주 없이 온전히 개인으로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 허락된다”고 밝혔는데요. 또 “더욱 강화된 도핑 검사를 포함해 엄격한 심사 조건에 응해야 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출전금지 결정에 즉각 반발했는데요. “실체적 증거가 부족한 정치적인 결정이며, 러시아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 때문에 애초 러시아 정부기 선수들이 개인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잘 알고 있다”며 선수들의 개인 자격 출전을 승인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참가 의사를 밝힌 대다수의 러시아 선수들은 IOC의 초청 형식으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그동안 스포츠 강국으로 군림했던 러시아의 불법 약물 사용으로 인한 도핑 파문,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라라에서 열린 NFL 풋볼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 팀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 선수(가운데)와 동료들이 국가가 나오는동안 기립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라라에서 열린 NFL 풋볼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 팀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 선수(가운데)와 동료들이 국가가 나오는동안 기립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프로 미식축구리그(NFL)의 무릎 꿇기 파문”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프로 미식축구리그(NFL), 그런데 올 한해 NFL은 경기 자체가 아닌 다른 이유로 사람들의 입에 더 자주 오르내렸습니다. 바로 선수들의 ‘무릎 꿇기’ 때문이었습니다.

무릎 꿇기는 지난해 8월,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팀의 쿼터백이었던 콜린 캐퍼닉 선수가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뜻에서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예를 표하는 대신 무릎을 꿇었던 것에서 시작됐는데요.

[녹취 : 콜린 캐퍼닉 선수]

“경찰에 의해 사람들이 죽거나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고, 그것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다”는 캐퍼닉 선수의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셨는데요. 당시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많았습니다.

애국심이 결여된 행동으로 국기에 대한 무례를 범한 것이라는 지적과, 개개인이 자신의 신념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집회에서 국기에 결례를 범하는 선수를 비난하면서 파문은 더욱 커졌는데요.

[녹취 : 트럼프 대통령 연설]

“국기를 존중하지 않는 선수는 경기장에서 내쫓아야 하며 해고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지지자들에게는 경기를 보러 가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더 많은 선수가 캐퍼닉 선수의 무릎 꿇기 행렬에 동참했는데요. 이에 더해 아예 국가 연주 시간에 탈의실에 머물거나, 캐퍼닉 선수를 지지하는 글귀가 적힌 상의를 단체로 입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국가와 국기를 모독하는 행위에 대해서 불편하다는 시선도 많은데요. 특히 이런 논란 때문에 더 이상 NFL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올 만큼 올 한해 미국 최고의 스포츠를 둘러싼 정치적 잡음이 많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달 유인탐사를 재개하는 ‘우주정책 지침 1’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달 유인탐사를 재개하는 ‘우주정책 지침 1’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유인 달 탐사 재개와 중국의 우주 개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월 11일, 새로운 ‘우주 정책 지침’에 서명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45년 만에 다시 달 유인 탐사를 재개하기로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지침이 “1972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달로 보내는 중요한 조치”라면서, “이번에는 달에 성조기를 꽂고 발자국만 남기는 데 그치지는 않을 것이고, 화성 탐사와 우주개발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 트럼프 대통령 서명식 연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침은 최근 중국이 달 탐사 계획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중국이 최근 ‘우주 굴기’라는 이름 아래 2045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우주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2018년에 달 탐사선을 착륙시키고 향후 10년 안에는 화성과 목성도 탐사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요. 미국과 러시아가 양분해온 우주개발산업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반면 우주 강국이었던 미국은 우주산업이 많이 축소된 상황인데요. 미국 우주산업을 상징하던 유인 우주왕복선의 운행은 이미 오래전에 중단됐고, 요즘은 러시아 우주선이나 미국 민간 우주선을 이용해서 우주비행사들과 화물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민간 우주 회사에 의한 우주개발이 활발한데요. 미국의 민간우주 회사인 ‘스페이스X’사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 정부의 수주를 받아서 자체 로켓을 개발하고 무인, 유인 우주선 계획을 꾸리고 있는데요. 특히 로켓 재활용 기술을 성공시키면서 저비용 우주개발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민간분야의 우주개발에 치우쳐 국가주도의 우주산업에서 후발주자의 추격을 허용했던 미국이 다시금 우주 강국의 면모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높았는데요.

이런 결과로 트럼프 행정부는 1993년 이후로 해체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던 국가 우주위원회를 지난 6월 부활시켰습니다. 앞으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우주계획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나타낸 것인데요. 이번 새 행정지침으로 우주탐사의 선도국가로서 미국의 지위를 되찾고 관련 분야 일자리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미국 오리건주 매드러스에서 촬영한 개기일식 장면. 일식은 오리건 링컨비치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으로 대륙을 관통했다.
지난 8월 미국 오리건주 매드러스에서 촬영한 개기일식 장면. 일식은 오리건 링컨비치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으로 대륙을 관통했다.

“달이 태양을 덮었다 - 99년 만의 개기일식”

[녹취 : 켄터키 주 홉킨스빌 개기일식 관측현장]

지난 8월 21일, 미국에서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99년 만의 개기일식이 펼쳐졌습니다. 켄터키주 홉킨스빌에서 펼쳐진 개기일식 관측 현장에 있던 사회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셨는데요. “우리는 개기일식의 한 가운데 있다. 숨 막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라고 외치는 목소리에서 놀라움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개기일식은 우주 공간의 궤도 선상에서 태양과 달, 지구가 나란히 순서대로 늘어서면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을 가리키는데요.

특히 올해 개기일식은 ‘99년 만에 찾아온 우주 쇼’, ‘역대 최고의 광경’이라는 찬사가 붙었습니다. 미국처럼 큰 대륙을 관통하는 개기일식이 펼쳐지는 것은 수십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진귀한 일이었기 때문인데요. 미국 전역을 관통하는 개기일식이 관측된 것은 1918년 워싱턴주에서 플로리다주까지 나타난 개기일식 이후 무려 99년 만이었습니다.

이번 개기일식은 서북부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아이다호, 와이오밍, 네브래스카 등을 거쳐 동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까지 미국 서부에서 동부를 가로질러 관측됐는데요. 총 1시간 33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약 100년 만에 찾아온 진귀한 광경을 직접 보기 위해 미 전역이 들썩였는데요. 일부 주는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거나 직장 근무 시간을 바꾼 곳도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미국 언론은 약 1천200만 명 이상이 개기일식을 지켜본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미국의 수도 워싱턴 지역에서도 약 80% 정도를 가리는 부분 일식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가족, 보좌진과 함께 백악관에서 개기일식을 직접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일식은 맨눈으로 태양을 보면 실명하거나 시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고 알려져 특수 제작된 안경을 사용해야 하는데요. 이미 1주일 전부터 동이 날 정도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과학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미국을 관통하는 다음 개기일식은 2024년 8월쯤에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는데요. 일부 여행업체들은 벌써 2024년 개기일식에 대비해 숙박과 항공, 특수안경과 관측장비를 묶어 관광상품으로 내놓는 등 이번 개기일식이 사람들의 천체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7년 결산 특집으로 과학과 스포츠 분야의 주요 뉴스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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