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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 유엔서 북한 인권침해 고발...“강제낙태·폭행 시달려”


1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행사에서 탈북자 지현아 씨가 북한에서 겪은 인권 유린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지 씨의 왼쪽으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질리언 버드 유엔주재 호주대사가 증언을 듣고 있다.
1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행사에서 탈북자 지현아 씨가 북한에서 겪은 인권 유린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지 씨의 왼쪽으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질리언 버드 유엔주재 호주대사가 증언을 듣고 있다.

임신한 몸으로 중국에서 강제 북송돼 반복적으로 폭행과 고문을 당했던 탈북 여성이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 실상을 폭로했습니다. 북한 인권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002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지현아 씨.

[녹취: 지현아 씨] “임신 3개월 만에 저는 다시 세 번째로 북송되었고, 해당 보안서에서 마취도 없이 강제로 수술을 당하여 낙태 당했습니다. 그렇게 제 첫 아기는 세상 밖을 보지 못한 채 미안하다고 말할 시간도 없이 떠나갔습니다.”

11일 유엔의 ‘북한 인권’ 행사에 참석한 지 씨는 간혹 흐느끼면서도 북한에서 목격한 처참한 인권 유린 실태를 담담히 증언했습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돼 강제로 결혼을 하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하며,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돼 북송되는 탈북 여성들. 지 씨는 국경을 넘어 끊없이 이어졌던 고통을 회고했습니다.

북한으로 돌아온 뒤에도 집결소와 안전부 구치소 등에 수용되면서 폭행과 강제 낙태를 당하는 많은 북한 여성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녹취: 지현아 씨] “청진 집결소에서는 임산부들에게 하루 종일 힘든 일을 시켰습니다. 북한에서는 혼혈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임신해 온 임산부들을 일을 시켜 강제 낙태하게 합니다.”

저녁마다 임신부들의 비명소리를 들었고, 세상에 나오자마자 죽음을 맞는 아기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구치소 수감자들에겐 제대로 된 음식조차 제공되지 않아 굶거나 설사 병으로 죽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녹취: 지현아 씨] “부족한 식사로 날 메뚜기를 잡아먹고, 배추를 주워먹고, 개구리와 쥐를 껍질을 벗겨 먹기도 했습니다.”

열악한 식량 사정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비닐에 쌓여져 동산에 묻히지만 굶주린 개들의 먹이가 됐다는 끔찍한 기억도 털어놨습니다.

지 씨는 북한을 하나의 무서운 감옥으로 표현했습니다. 김 씨 정권이 대량학살 만행을 저지르고 있으니 전 세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위원장도 참석해 북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커비 전 위원장] “In virtually, every one of categories…”

커비 위원장은 인권 유린의 모든 범주에서 여성들이 희생자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2014년 발표된 COI 보고서도 그 점을 인식했다며, 처형과 구금, 고문에 시달리는 여성 인권 실태를 상기시켰습니다.

특히 13살 때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의 예를 들면서, 북한이 인류에 범죄를 계속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데이비드 호크 미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에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호크 위원] “So, for the permanent members and the other elected members…”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이사국들이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회의를 내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연례적으로 개최해 달라는 겁니다.

앞서 안보리는 이날 북한 인권 상황을 논의하는 공식회의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어 이어진 이날 인권 행사는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와 한국,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대표부가 공동으로 열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탈북자 지현아 씨의 증언이 안보리가 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But when you hear her story, that’s why…”

헤일리 대사는 일부 나라들이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북한과의 전쟁 위험을 높인다고 우려했지만, 지 씨의 이야기를 통해 이미 북한 내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권 침해 행위가 분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날 행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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