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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망명 북한 군인 후송한 미 의무대원들 “자유를 위한 용기에 경의, 꿈 이뤄지길 소망”


지난달 총상을 당한 채 한국에 망명한 북한군 병사를 블랙호크 헬기로 긴급 후송한 미군 의무대원들. 왼쪽부터 캐롤 무어 상병, 에릭 틸로 준위, 카리나 로페스 이병, 고펄 싱 부사관, 네이단 검 준위.
지난달 총상을 당한 채 한국에 망명한 북한군 병사를 블랙호크 헬기로 긴급 후송한 미군 의무대원들. 왼쪽부터 캐롤 무어 상병, 에릭 틸로 준위, 카리나 로페스 이병, 고펄 싱 부사관, 네이단 검 준위.

지난달 총상을 당한 채 한국에 망명한 북한군 병사가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미군의 신속한 대응과 후송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북한 군인을 직접 후송한 미군 항공의무후송 대원들은 ‘VOA’에 꾸준한 미-한 군사연습 때문에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김영권 특파원이 미군 대원들을 만나 당시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특파원 리포트 오디오] 망명 북한 군인 후송한 미 의무대원들 “자유를 위한 용기에 경의, 꿈 이뤄지길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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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은 북한 군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의 생명을 살리는 데 우리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에서 만난 미 2사단 제2전투항공여단 소속 항공의무대원 5명은 ‘VOA’에,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영광을 북한 군인의 용기와 다른 동료들에게 돌렸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총상을 당한 채 망망한 북한 군인을 헬기에 태워 아주대병원으로 후송한 주인공들입니다.

랜스 칼버트 미 2전투항공여단장은 6일 북한 군인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후송한 팀원 5명에게 육군 공로메달을 수여했습니다.

북한 군인 오 씨를 직접 헬기에서 응급치료한 고펄 싱 의무담당 부사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상태가 워낙 심각해 기도했다며, 10~15분 안에 숨을 거둘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싱 부사관] “I said a prayer because I know from the..."

과거 이라크에서 많은 부상병을 응급치료했었던 싱 부사관은 북한 군인이 여러 군데 총상을 당해 희망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싱 부사관은 북한 군인을 직접 태웠던 긴급 후송용 블랙호크 헬기 (UH-60) 안으로 기자를 안내하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녹취: 싱 부사관] “They brought the patient into the aircraft here….”

북한 군인은 숨을 거의 쉬기 힘들 정도로 위독한 상태였다는 겁니다.

고펄 싱 의무담당 부사관이 부상당한 북한 군인에게 응급처치한 흉곽 감압 시술용 바늘을 들고 있다.
고펄 싱 의무담당 부사관이 부상당한 북한 군인에게 응급처치한 흉곽 감압 시술용 바늘을 들고 있다.

특히 총상을 당한 곳으로 공기가 들어가 신체 압력이 높아지면 숨을 쉬지 못해 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급히 8.8 cm 미터 길이의 바늘로 왼쪽 흉곽에 감압시술을 했다고 싱 부사관은 설명했습니다.

감압술 때문에 호흡 상태는 다행히 나아졌지만, 병원에 늦게 도착하면 가망이 없던 긴박한 상황. 헬기 조종사이자 팀장인 네이단 검 준위가 헬기의 속도를 최대로 높였습니다.

[녹취: 검 준위] “We flew basically straight to Ajou hospital…”

일반적인 후송이었다면 시속 222km로 가야 하지만, 상황이 다급해 속도를 257km로 높여 이륙 22분 만에 아주대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과거 아프가니스탄 남부에 배치돼 많은 부상병을 헬기로 옮겼던 검 준위는 헬기의 큰 소음에도 불구하고 들리는 의무 부사관과 부상자의 소리를 들으면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검 준위] “I did the medivac as well in southern Afghanistan when I was…”

이 모든 상황은 공동경비구역으로부터 후송 요청을 받은 지 불과 30여 분만에 끝났습니다.

헬기 조종사이자 팀장인 네이단 검 준위가 헬기 조종석에 앉아 북한 군인 후송 정황을 설명하고 있다.
헬기 조종사이자 팀장인 네이단 검 준위가 헬기 조종석에 앉아 북한 군인 후송 정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에 배치된 뒤 북한 군인 후송이 첫 임무였다는 통신담당 카리나 로페스 이병은 공동경비구역의 대위로부터 긴급 후송 요청을 받았을 때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녹취: 로페스 이병] “I picked I up. So it was captain and he was basically saying there is situation….

북한 군인이 아니라 한국 군인이 1발의 총상을 당했다는 다급한 보고를 받은 뒤 바로 캠프 케이시에 있던 헬기가 공동경비구역 근처 캠프 보니파스로 출동했다는 겁니다.

로페스 이병은 이런 상황이 매우 이례적이라 공동경비구역에서도 일단 한국 군인으로 보고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검 팀장 등 팀원 5명은 모두 북한 군인 후송을 마치고 복귀한 뒤에야 뉴스를 통해 부상병이 북한 군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통신담당인 카리나 로페스 이병이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 군인 오 씨를 후송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통신담당인 카리나 로페스 이병이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 군인 오 씨를 후송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캠프 케이시에서 보니파스까지 걸린 시간이 7~8분, 북한 군인을 태우는 시간 1~2분, 그리고 아주대병원까지 22분 만에 속전속결로 북한 군인을 후송한 겁니다.

북한 군인을 치료하고 있는 아주대병원의 이국종 중증외상센터장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신속 대응 때문에 북한 군인을 살릴 수 있었다며, 그를 살린 것은 미군의 항공후송의무팀 덕분이었다고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군인을 헬기에서 응급치료했던 싱 부사관은 아주대병원의 능력 때문이라며 공을 병원 측에 돌렸습니다.

[녹취: 싱 부사관] “I knew Ajou was..”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의 능력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 군인이 그 곳으로 후송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그가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팀장인 검 준위는 미군과 한국군, 아주대 모두의 큰 협력 때문이었다며 북한 군인의 생존은 미-한 동맹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검 준위] “it’s really combination of huge team effort….”

검 준위는 북한 군인의 망명 보고를 받기 직전에 팀원들이 3시간에 걸친 후송 훈련을 막 마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꾸준한 훈련으로 비상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 군인의 후송 작업도 순조롭게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검 준위는 이런 과정은 미-한 연합군사연습이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고펄 싱 의무담당 부사관이 부상당한 북한 군인을 후송한 블랙 호크 헬기 내부에서 환자가 누웠던 곳을 설명하고 있다.
고펄 싱 의무담당 부사관이 부상당한 북한 군인을 후송한 블랙 호크 헬기 내부에서 환자가 누웠던 곳을 설명하고 있다.

캠프 험프리스에 본부가 있는 미 2사단 항공의무후송부대는 총 10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헬기 15대를 보유한 가운데 일주일 단위로 휴전선 근처 캠프 케이시에서 순환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아주대병원은 북한 군인 오 씨가 혼자 걸어서 화장실에 가고 말도 많이 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의료진은 그러나 오 씨가 망명 전부터 B형 간염과 결핵 증세가 있어 추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군은 한국으로 탈출하는 오 씨에게 40여 발의 총격을 가했고 오 씨는 이 가운데 5발을 맞은 채 쓰러진 뒤 후송됐었습니다.

오 씨를 후송한 미 항공의무후송팀은 그가 북한을 탈출하는 영상을 봤다며, 마치 액션 영화처럼 놀라웠다고 말했습니다.

오 씨를 후송한 공동 조종사 에릭 티로 준위는 “그의 회복을 축하한다”며 “자유를 향한 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로 준위] “Congratulations and what we went through was amazing….”

티로 준위와 동료들은 북한 군인 오 씨의 용기는 자신들 보다 더 강력했다며 그의 용기가 많은 영감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티로 준위는 이어 북한군이든 한국군이든 미군이든 관계없이 환자는 환자라며, 미 항공의무후송팀은 계속 생명을 살리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티로 준위] “It doesn’t matter North Korean, South Korean, American and patient is patient…”

북한 군인의 생명을 구한 미군 대원들은 모두 이 북한 군인이 생존했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게 돼 매우 기쁘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젊은 북한 군인의 꿈이 한국에서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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