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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추수감사절 맞은 미국 내 탈북자들


23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서 열린 거리행진 중 거대한 칠면조가 등장했다.
23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서 열린 거리행진 중 거대한 칠면조가 등장했다.

한 주간 북한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드리는 ‘뉴스 풍경’시간입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은 미국의 최대 명절인 ‘땡스기빙데이’를 어떻게 보냈을까요?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같은 처지의 탈북자 혹은 가족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장양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뉴스풍경 오디오] 추수감사절 맞은 미국 내 탈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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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 ‘미주 탈북자동지회’는 탈북자단체로는 드물게 10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해 설립된 이 단체는 캘리포니아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의 미국정착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활동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내 연고가 없는 탈북자들의 가족이 되어주는 것이 이 단체의 설립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10월 한국의 최대명절인 추석에는 단체 설립 후 처음으로 30여 명의 탈북자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며 한인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22일에는 미국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맞아 다시 나눔의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 단체 김창호 대표가 손수 식단을 짰습니다.

[녹취: 김창호] “우리 사람들 옛날 북한에 조개 먹던 생각이 나거든요. 대합조개 같은 거. 겨울에 특히 많이 잡히거든요 가마니 펴놓고 휘발유 넣고 개스 넣고..조개 다 익죠 그렇게 앉아서 먹는 재미 그래서 우리 이번엔 조개를 먹어보자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와이프 랑 같이 새벽시장 돌았거든요. 없는 돈이지만 굴이나 대합조개나 여느 때 먹지 못했던.. 명절 쇨 수 있는 거..

김창호 씨는 형편이 넉넉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탈북자들을 챙길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을 거쳐 지난 2007년 미국에 입국해 로스앤젤레스 멕시칸 재래시장에서 안마소를 운영하는 김 씨는 조촐하게나마 이렇게 베풀 수 있는 건 지난해 보다 가게 수익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감사해 했습니다.

김 씨는 열두 살과 열네 살인 아들과 딸이 학교생활에 충실해 학업성적이 우수하다면서 힘든 이민 생활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김창호] “정말 우리 애들이 열심히 공부를 잘 하거든요. 그래서 내 후년이면 대학 가거든요? 어두운 곳에서 왔지만 애들이 너무 잘 따라가니까 고맙고요.”

지난 2010년 미국에 정착해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샬롯츠빌에서 세탁물관리와 수선집을 운영하는 찰스 김 씨는 지난해보다 가게 수익이 두 배 늘었습니다.

하루 10시간, 휴일 없이 일하는 찰스 김 씨는 같은 탈북자인 부인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맞아 모처럼 편하게 쉬면서 조촐한 식사를 나눴습니

[녹취: 찰스 김] “칠면조 너무 커서 안 사고 봉조개 샀어요 조개. 한 박스 사다가 불에다 구워놓고 와이프하고 와인한잔 먹고 있어요(웃음) 나는 군대 복무를 바다 웅진 바다에서 했기 때문에, 와이프가 해산물을 좋아해서 ..”

김 씨는 최근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옷 수선 주문이 너무 많아 일을 도울 직원을 찾고 있습니다.

김 씨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년도 올해만 같았으면 좋겠다면서도 옷 수선을 도와줄 사람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찰스 김] “올해와 같이 건강한 삶을 주고 행복한 삶을 주고 아무 변화 없이 지냈으면 좋겠고요, 북한이 빨리 통일되면 좋겠고요. 귀중한 사람 한 명 좀 보내줬으면 좋겠습니다.”

1996년 탈북해 2010년까지 한국에 거주했던 송모 씨는 미국으로 이주해 조지아주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송 씨는 미국에 온 후 처음으로 추수감사절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최근 조지아주에 이주한 탈북자들과 함께 식사하며 고향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녹취: 송 모씨 ] “이때 까지 혼자서 명절 보내는 것 보다 같이 동향 분들이 만나서 새롭죠. 외롭게 혼자 명절 보내는 것보다 나으니까. 감사하죠. 7년 되가는데 동향 분들과 같이 보내는 게 처음이에요.”

송 씨는 이번 추수감사절에 처음 쉬게 됐다면서 2017년이 특별히 감사한 해라고 말합니다. 성실히 일한 덕분에 승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송 모 씨] “새로운 파트에 옮겨 와가지고 총괄적으로 지위가 모든걸 맡겨준대 대해서 감사한 면은 많습니다. 승진 많이 했죠. 두 단계 뛰었으면 많이 했죠. 남들에 비하면 많이 올랐죠.”

버지니아주에서 6년 동안 거주해온 30대 탈북 여성 김모 씨는 올 한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학업을 마쳤지만, 취직이 어려워 고민하고 있는데요 탈북 후 한국에서 살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의 길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김 씨는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교회에서 중요한 사역을 맡게 된 것이 감사한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탈북자들은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사람과 한국을 거쳐 입국해서 노동허가만 받은 사람, 학생비자로 공부해 졸업 후 1년 동안 일자리를 찾는 사람 등 신분이 다양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정착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그렇게 한 해를 살다가 이렇게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되면 마음 깊이 묻어 둔 고향이 그립기 마련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탈북자동지회 김창호 씨는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를 꿈에서 종종 뵙니다.

[녹취: 김창호] “북한에 형한테 돈을 보내면서 그랬거든요, 내가 아빠한테 해 준 게 없어서 .. 돌아가신 묘를 최고로 잘 만들어라, 비석도 최고로 예쁘게 만들고.. “

김 씨는 고향이 그리워 종종 컴퓨터를 켜고 위성사진으로 지구촌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구글 어쓰’에서 고향을 찾습니다.

[녹취: 김창호] “정말 그렇게 형한테 말해놓고 구글 인터넷 들어가서 혹시나 보일까 해서 봐요. 우리 집하고 뒤에 산에 모시는데…… 집은 보이는데 아버지 산소가 어딘지 딱 짚어서 못하겠더라 고요. 아버지 너무 보고 싶고.. 꿈에서 보면 밝은 모습으로 왔으면 좋겠어요.”

찰스 김 씨도 북한에 가족을 두고 나왔습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탈북 여성과 미국에서 새 삶을 꾸렸지만 이맘때면 가족들이 보내준 사진을 벽에 걸어놓고 이맘때면 망향가를 부르기도 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가족들의 마음고생을 보상해줄 것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해온 김 씨는 명절을 맞아 고향에 계신 부모 형제에게 다시 한번 마음을 전합니다.

[녹취: 찰스 김] “아 고향에 계신 우리 부모 형제……얼마나 춥고, 일개인의 독재로 인해서 힘들게 고생하는데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고 이제 밝은 세상이 올 테니 그때 만나서 맘껏 회포를 나누고 행복하게 살 날을 기대하며 오래오래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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