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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동유럽 국가 루마니아에 미국의 대북제재 등을 이유로 30년 넘게 빚을 갚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현금 대신 북한산 상품으로 상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마저도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루마니아에 부채 청산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미국의 대북제재를 이유로 내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VOA’가 1일 단독 입수한 루마니아 재무부의 ‘2016년 상반기 채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과 루마니아 당국은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평양과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리스트에서 5차례 만나 부채 상환을 논의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한 재무 관련 관리가 2015년 8월 평양에서 열린 회담에서 채무 청산을 이행하지 못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관리는 북한의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부채 상환을 못한다며,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와 더불어 미국의 대북제재에 원인을 돌린 것으로 기술돼 있습니다.

보고서는 1989년 이전에 발생한 대외부채만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후 2002년 재조정된 북한의 빚은 54만6천952달러로 기록돼 있습니다.

또 루마니아와 북한이 지난 2002년 채무조정 협정을 맺었고 북한의 채무를 루블화에서 달러로 환산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현금 대신 북한산 상품으로 빚을 갚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루마니아가 꾸준히 채무 문제를 제기했으나 북한 당국은 2002년 합의된 협정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려졌습니다.

루마니아는 당시 북한 측에 채무를 상환하면 양국 무역 관계를 개선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루마니아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양국간 실무 협의를 열어 북한 채무를 청산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VOA’가 확인한 루마니아 재무부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에도 북한은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채무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2002년 체결된 채무 협정에 따라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루마니아에 현금 대신 제공할 물품을 사전 합의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부채 상환용 수출 품목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08년 1월 당시 불가리아주재 북한 대사는 루마니아의 부카리스트를 찾아 북한이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루마니아에 현물로도 상환할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루마니아는 부채 상환이 양국 경제 관계에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상환 방법을 찾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루마니아는 중소기업청을 비롯한 업계에 북한과의 수입 계약을 종료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습니다.

루마니아 재무부와 외무부는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 북한의 상환이 이뤄졌는지 여부와 부채를 발생시킨 상세 거래내역, 채무 협정 등을 묻는 ‘VOA’의 질문에 1일 현재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부채는 달러로 환산된 루마니아의 전체 대외부채 8억6천887만 달러의 6.3% 수준입니다. 이라크의 빚이 6억1천219만 달러, 전체의 70.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수단이 1억6천985만 달러(19.5%)로 뒤를 이었습니다.

루마니아 재무부 2016년 보고서는 이 밖에도 2010년 이후 북한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됐고 북한 주민들의 삶에 비극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명시했습니다.

또 2011년 당시 북한 주민들이 굶고 있고, 2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1990년대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는 국제기구 등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2012년 7월 발생한 홍수 피해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스웨덴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체코, 핀란드 등도 북한으로부터 30년 넘게 빚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모두 ‘VOA’에 현재로선 빚을 탕감해줄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폴란드의 경우는 지난 2012년 북한으로부터 전체 채무 중 39%만 돌려받고 남은 빚을 청산해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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