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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엇박자 낸 유엔 결의, 예년보다 북한 비난 수위 크게 높여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산하 제1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제1위원회는 군축과 국제안보 문제를 담당한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산하 제1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제1위원회는 군축과 국제안보 문제를 담당한다.

지난주 채택된 유엔 총회 제1위원회 결의 L35호에 예년에 비해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같은 날 채택된 다른 두 건의 결의보다 수위가 높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총회 제1위원회가 올해 채택한 L35호에는 북한이라는 단어가 5개의 문단에 모두 12번 등장합니다.

북한이 언급된 문단들은 ‘상기시키고’, ‘인식하고’, ‘강조하고’, ‘가장 강력한 언어로 비난하고’, ‘촉구한다’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속하고 있는 북한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국제사회에는 안보리 결의 2375호 등 관련 결의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겁니다.

L35호는 지난해와 2015년 총회 당시 같은 제목으로 채택된 결의 L26호와 비교했을 때 북한에 대한 언급이 크게 늘어난 점이 특징입니다.

지난해 71차 총회 때 통과한 L26호는 북한이 3개의 문단에 모두 5번 등장하고, 70차 총회의 L26호는 이보다 적은 2개의 문단에서 북한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높아지면서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이 올해 결의에서 크게 강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핵 무기 완전 철폐를 향한 새 결의의 단합된 행동’라는 이름의 결의 L35호는 지난달 27일 미국을 비롯한 144개 나라의 찬성으로 채택됐습니다.

27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장에 설치된 화면에 북한 핵 관련 결의안인 'L35호' 표결 결과가 표시됐다.
27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장에 설치된 화면에 북한 핵 관련 결의안인 'L35호' 표결 결과가 표시됐다.

지난해까지 이 결의에 기권 표를 던졌던 미국은 올해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L35호에 기권했는데, 이 때문에 한국 정치권 등에선 이와 관련된 논쟁이 일기도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결의가 일본의 원폭 피해 문제가 지나치게 강조돼 기권을 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일본이 주요 발의국인 L35호는 1945년 일본의 원폭 피해와 관련된 내용이 2번 등장합니다.

특히 원폭 피해지역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정치 지도자들의 최근 방문을 환영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지도자들과 청소년 등이 원폭 생존자인 ‘히바쿠샤(Hibakusha)’를 포함한 (원폭) 지역과 주민들을 방문하고 상호관계를 맺음을 통해 핵무기 사용에 대한 현실을 인식하려는 모든 노력을 장려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언급이 올해 대폭 늘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과 관련된 이들 두 문단은 지난 3년 간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올해 채택된 결의에는 L35호 외에도 L19호와 L42호가 각각 1개의 문단에 북한 핵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이나 전체적인 비난 횟수에 있어선 이들 두 결의 모두 L35호에는 훨씬 못 미치고, 대신 6자 회담을 부각시킨 게 특징입니다.

L19호의 경우 북한이 지난 2005년 6자회담을 통해 약속한 내용을 지킬 것과 모든 핵 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포기할 것을 촉구(Urge)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L42호는 가장 강력한 언어로 북한의 4~6차 핵실험을 비난하고 있지만, L19호와 마찬가지로 6자 회담을 포함한 평화로운 방식으로 한반도의 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우려와 비난은 담겨 있지만 해법에 있어서 6자 회담 복귀 등 대화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같은 주장을 펼쳐왔던 중국과 러시아는 L42호에 찬성표를 던졌고, 공동 발의국으로 알려졌던 한국도 두 나라와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반면 기권 의사를 밝힌 미국과는 L35호와 마찬가지로 엇박자를 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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