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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내 납북자 가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KAL기 납치 피해자 대표, 트럼프 대통령에 영상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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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 송환을 위한 대책협의회’ 대표가 다음주 한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영상편지를 보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주 한국을 방문해 납북자 가족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 송환을 위한 대책협의회’ 대표가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납북자 가족들의 어려움을 듣고 국제 원칙에 따라 해법을 적극 모색해 주길 바란다는 겁니다. 한국 내 많은 납북자 가족들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자 가족을 만난다는 소식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의 김영권 특파원이 황인철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황 대표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널리 알려졌지만, 우선 황대표님이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잠시 소개해 주시죠.

황 대표) 저의 이름은 황인철입니다. 제 나이 2살 때 아버지가 MBC 방송 PD셨는데, 출장을 가시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셨다가 북한에 하이제킹을 당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48년이 지나 다들 잊은 사건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만 그 사건을 알리기 위해 지난 16년간 부단히 노력을 했었고요. 지금이라도 조금씩 한 분 한분이 알아주시는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1969년 12월 11일에 아버님이 납치를 당하신거죠?

황 대표) 네, 딱 48년이 됐습니다.

진행자) 그럼 지난 48년 동안 아버님에 대한 구명운동이 가족과 정부 차원에서 어디까지 진행된 상태인가요?

황 대표) 저는 1999년도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습니다. 거기에 대한 답변으로 2000년도 6월에 북한 적십자사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생사확인 불가란 통지서를 보냈습니다. 이 통지서를 보면서 저는 많은 부분에 있어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북한에 납치된 아버지가 살아계셔도 북한에 계실 것이고 돌아가셨어도 북한에 계실텐데 어디에 계신지, 살아 계신지 돌아가셨는지 모르겠다는 북한 정권의 답변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아버지에 대한 생존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는 겁니다.

기자) 지금까지 아버님 생사확인과 구출을 위해 상당히 큰 노력을 해 오신 것으로 압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통일부, 유엔까지 문을 두드리셨는데, 어떤 진전이 있었나요?

황 대표) 저에게 있어서 첫 번째 접할 수 있었던 대한항공 납치 사건을 보는 우리 사회의 두 가지 벽을 넘어야 했습니다. 첫째는 사건 발생 연도가 1969년이기 때문에 과거의 사건이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경과됐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두 번째 벽은 이 것이 고도의 정치적·외교적 문제이기 때문에 한 개인이 노력하는 것은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이다. 포기하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도 될 수 있지만, 저희 가족도 마찬가지였어요.

기자) 그 말을 정부 당국자들이 한 건가요?

황 대표) 결과적으로 볼 때 두 가지의 벽을 넘는 게 큰 숙제였습니다. 정부가 하겠다는 것은 노력하겠다. 열심히 하겠다는 미래지향적 얘기만 했습니다. 전혀 진전 없이 말에서 말로 끝나게 되는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렸습니다. 직접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요도와 필요성,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인간적 고통 속에서 알아야 되는지 라고 하는 것을 이제 증명해야 하고 알려져야 하고 그래서 그 작업 자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처음으로 2010년도 6월 17일에 유엔인권이사회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실무반에 접수를 하게 되면서 국내에서 죽었던 단어 ‘납북자’란 단어가 국제기구를 통해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도 5월 9일 자에 북한이 저희 아버지에 관한 답변을 보내면서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하나 하나씩 사실적으로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너무나 어려운 길이었지만, 뒤돌아보면 원칙에 따른 발걸음이었기 때문에 이 세상의 원칙과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 국제사회이다 보니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기자) 정부의 가장 기본 의무는 국민 보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정부가 북한 정권이 억류, 혹은 납치한 자국민들을 여러 노력을 통해 본국으로 데려온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만감이 교차하셨을 것 같습니다.

황 대표) 어~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너무도 힘들었고 너무나 외로웠고 과연 어떻게 된 건지,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납치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모두 인정을 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는 하지 않고 그냥 그 문제에서 머물러 버리고 정체돼 있는 상황이 제게는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이 행동으로 직접 그렇게 했을 때 저는 너무 부러운 마음에 국가에 대해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진짜 중요하다는 마음이 드니까 저 스스로라도 하나 하나씩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저를 더 자극하게 했고 한편으로 너무도 고통스럽기도 했습니다.

기자) 보도가 이미 됐습니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방문 중 일본인 납북자 가족을 만날 예정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 대표) 한국에서도 저희 가족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주셨으면 하는 게 저희 바람이죠. 왜냐하면 저희가 포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해 왔던 이유 중의 하나가 팩트에 대해 원칙과 절차에 따라 아직도 진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을 알려주고 질서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자신감이 있었고, 그 게 정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던 겁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논의하고 압박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만드는 것 자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사건은 항공기 불법 납치 억제에 관한 협약과 기타 국제 기구에 의한 원칙에 따라 관심을 갖고 그 절차에 따라 얘기하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에 저희 이야기를 들어 주시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에 이곳 서울에 옵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황 대표께 내가 뭘 하길 원하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영상 편지를 보내는 식으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황 대표) 트럼프 대통령님, 저는 한국에 사는 대한항공 납치 피해자 가족협회 황인철이라고 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제가 2살 때 납치를 당했고 아직도 저는 아버지의 생사조차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강제실종 외국인 납치에 관해 인권 유린으로, 인간 세상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범죄 행위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에 있는 많은 가족들은 북한 정권의 범죄행위에 의해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한국에 오셔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고 원칙과 절차에 따라서 해결될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버지가 너무도 보고 싶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야 하는데 오히려 잊히지 않고 가면 갈수록 그 고통이 너무나 더합니다.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부탁드립니다.

기자) 북한 당국에도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황 대표) 북한이라고 하면 참 부담스럽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가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이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있는데, 그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한국 정부에 얘기할 때는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데, 북한은 아버지에게 혹시 손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칙과 절차에 따라 아버지를 집으로 돌려 보내주고 저희 가족들을 만나게 해 주길 북한 당국자들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기자) 다음 달에 중요한 행사를 계획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행사인가요?

황 대표) 저희 사건은 원칙에 따라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결이 되지 않은 겁니다. 원칙은 확실합니다. 승객과 승무원들은 당연히 집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예외가 만들어진 겁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예외가 없는데 예외가 만들어진 상황을 알리고 함께 해 달라고 호소하는 겁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외신들에 호소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기자) 어려운 시간 내주시고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과 관련해 황인철 ‘대한항공 납치피해자 송환을 위한 대책협의회’ 대표의 바람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서울 특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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