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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적십자회담도 무반응...한국 "조속히 호응해야"


백태현 통일부 신임 대변인이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신임 대변인이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남북 적십자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 측의 호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한 반응은 유보한 채 북한 내 인권 상황을 문제 삼고 있는 한국 정부를 연일 비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제의에 북한이 24일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호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의 24일 정례 기자설명회 내용입니다.

[녹취: 백태현 대변인 / 한국 통일부] “정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겠습니다. 북측도 우리 측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조속히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 정부의 이런 거듭된 촉구에도 여전히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관영매체들을 통해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의 통일외교 부문 당국자들의 북한인권 관련 발언을 연일 문제 삼고 있는 겁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논평에서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이 최근 방한했던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면담한 내용에 대해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적으로 여론화해 북한의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외세와 야합한 압살 책동을 강화하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한국 정부가 인권모략 소동에 매달린다면 남북관계는 파국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집단 탈북한 중국 내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정부가 이들을 하루빨리 돌려보내라는 자신들의 요구에 귀를 막고 계속 억류하고 있는 것은 극악한 인권 유린 범죄라고 역공을 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22일부터 날마다 대외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와 ‘통일신보’ 등을 내세워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면담을 대결 소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한국의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17일 퀸타나 보고관을 만나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퀸타나 보고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의 회담 제안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외부세계의 인권 압박을 대북 적대시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회담 제안을 빌미로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인도적 현안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다루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이 성사되기를 원한다면 인권 압박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상응하는 대가가 과거엔 금강산관광 재개라든지 그런 문제였는데 지금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에 대한 대북적대시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것 같고요.”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자신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문재인 한국 정부를 통해 실리를 챙기고 싶어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집단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협상력을 높이려는 계산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의 입장에선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조건, 그러니까 한국 정부와의 대화의 필요성은 있지만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는 사실은 협상에서의 레버리지 즉, 자신들이 실리를 추구하는 데 훨씬 더 높은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죠.”

조 박사는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사건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한국 정부의 유인 납치극으로 기정사실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일관되게 의제화함으로써 내부 단속에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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