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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북회담 무응답, 유리한 협상 국면 만드려는 신경전”


지난19일 오후 판문점에서 북한 경비병이 남측을 살피고 있다.
지난19일 오후 판문점에서 북한 경비병이 남측을 살피고 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군사회담 제의에 호응도, 거부도 하지 않는 것은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들기 위한 신경전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미국, 한국, 일본 세 나라의 대북 제재 공조를 최대한 이간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군사당국 회담을 21일 갖자는 한국 정부의 전격적인 제안에 끝내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내에선 북한의 이런 불투명한 태도에 대해 자신들이 주도하는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들기 위한 신경전을 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북한으로선 정권 차원에서 부담이 되고 있는 한국 측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문제를 의제로 하자는 제의가 매력적이지만 회담에 곧바로 응할 경우 한국에 끌려 다니는 듯한 모양새가 부담일 수 있다는 겁니다.

문상균 한국 국방부 대변인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남북 군사당국회담 성사 불발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국방부는 17일 북한에게 군사회담을 제의하며 이날까지 답변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무응답인 상태다.
문상균 한국 국방부 대변인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남북 군사당국회담 성사 불발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국방부는 17일 북한에게 군사회담을 제의하며 이날까지 답변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무응답인 상태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강경한 대치 상황에서 갑자기 국면을 전환하는 그런 부담감, 그 다음에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군사회담의 형식은 사실상 부담스럽다고 봐야죠.”

북한이 공식기구나 매체 등을 통해 회담 제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자체를 자제하고 있는 것도 이런 고민이 반영된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회담에 적극성을 보이는 한국 측의 태도를 미-한-일 3국의 대북 제재 공조를 약화시키기 위한 이간책에 활용하려는 게 북한 측의 의도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김진무 교수는 미-한-일 세 나라 정상이 최근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제재 압박 강화를 천명한 공동성명을 냈지만 한국의 대북 회담 제안으로 공조에 틈새가 생겼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북한이 일단 관망하고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국 정부를 떠보는 것이고 충분히 이간을 시키면 그 다음엔 자기한테 유리한 의제를 한국 정부에 제안해서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의제로 회담판을 벌일려고 할 가능성이 높죠.”

민간 연구기관인 굿파머스연구소 동용승 소장은 북한으로선 대북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고 정책기조를 밝힌 문재인 정부의 진의를 좀 더 확인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한국 정부가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여론기만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동 소장은 `노동신문'의 이런 주장이 사실상 한국 정부로 하여금 자신들의 이런 의심을 풀 조치를 행동으로 먼저 보이도록 압박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소장 / 굿파머스 연구소] “한국 정부의 실질적인 생각을 확인하고 그 확인을 하는 것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어떤 선 조치 같은 게 있다면 그걸 보고 나올 가능성이 있죠.”

북한이 확실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나아가는 현 상황에서 한국 측의 회담 제안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일정표에 따라 핵 고도화에 몰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입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 매봉통일연구소] “지금 북한이 미사일 능력 특히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적인 부분에 있어서 좀 더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키는 북한의 그런 압박, 이런 것을 지금은 더 고려해 볼 수 있지 않겠나 왜냐하면 지금 미국의 제재가 계속 가해지고 있고 더 강화되고 있는 상황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 국면을 더 중요하게 본다 이렇게 볼 수도 있죠.”

북한이 한국 측 회담 제안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어차피 현 상황에서 회담을 통해 얻을 것이 크지 않은 만큼 당분간 회담 제의를 무시하면서 핵 미사일 능력을 갖춘 핵 보유국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독자 행보를 통해 몸값 높이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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