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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북 중거리미사일 주장'...기술적 결함, 정치적 동기 가능성"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

러시아 정부는 지난주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 탄도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 중거리 미사일이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미사일 탐지 기술에 결함이 있거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러시아의 주장은 북한은 물론 미국, 한국, 일본 당국의 판단과도 배치됩니다.

이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미사일 탐지 레이더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 IISS 미국사무소의 마크 피츠패트릭 소장은 `VOA'에 “러시아의 레이더 시설이 발사를 놓쳤거나, 완전하게 추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주로켓 전문가인 존 실링 박사는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화성-14형 미사일이 2단으로 구성됐다며, 러시아의 조기경보 레이더 시스템이 미사일의 1단계 구간만을 탐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실링 박사] "That a Russian radar might have tracked only the first stage of the missile launch which would have reached..."

실링 박사는 첫 단계 구간은 KN-17 액체연료 미사일로 추정된다며, “낮은 고도에서 짧은 구간을 비행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도 러시아 레이더가 화성-14형 미사일의 2단계 구간을 놓쳤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실링 박사] "The second stage separates, fires and goes up to this almost 3000 km height but if the Russians didn’t see the second..."

맥도웰 박사는 “2단계는 분리돼 고도 3천km까지 올라가는데, 만일 러시아가 어떤 이유에서건 2단계를 보지 못하고 1단계만 봤다면 러시아가 발표한 수치 정도까지만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8일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서한에서 “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 발사를 추적했다”며 “미사일 비행시간은 14분이었고 최대고도는 535km, 비행거리는 510km 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경우 화성-14의 실제 사거리는 2천여 km로 중거리 미사일에 해당합니다.

반면 미국과 한국, 일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발사 후 37분 동안 지구 상공 2천8백여 km 까지 상승한 뒤 935km를 비행해, 통상 각도로 발사됐을 경우 5천5백km 이상을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맥도웰 박사는 러시아가 화성-14형 미사일의 2단계를 놓친 이유에 대해 “감지기(센서) 성능이 떨어지거나, 한국에 위치한 미국의 레이더 탐지기 보다 멀리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지난 몇 년 간 러시아의 조기경보 레이더 능력이 후퇴하고 있다며, 장비가 노후화되고, 레이더 중 일부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러시아가 정치적 의도에서 화성-14가 중거리 미사일이라는 주장을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주장이 기술적 결함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치적 동기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베넷 연구원] "In theory Russia could be trying to play down the North Korean assertion that it did happen and that ..."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으로 김정은의 목표가 달성됐다는 북한 측 주장의 수위를 낮추려 하는 것일 수 있지만, 이는 서투른 행보라는 지적입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소장도 “러시아는 미국이 미사일 방어 능력을 확대할 이유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동기에서 이번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분석을 할 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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