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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남북한 태권도 올림픽 공동 참가, 남은 과제는?


지난 2007년 한국 춘천에서 열린 태권도 시범 공연에 참가한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다음주로 예정된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한국 방문을 남북한 태권도 교류의 본격적인 계기로 만들려는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특히 남북한 체육계 관리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임원들은 북한 태권도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경기 문호를 여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입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 보는 심층취재, 오늘은 북한 주도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올림픽 출전에 남은 과제는 뭔지, 또 관련 당국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2015년 5월 러시아 쳴랴빈스크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한국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 WTF와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 ITF 간 최고조에 이른 화합을 상징하는 순간으로 여겨졌습니다.

[녹취: 2015 WTF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 현장음]

북한 태권도인들이 주축이 된 ITF 시범단이 한국 주도의 세계대회에 참가하면서 수 십 년 간 다른 길을 걸어온 두 태권도가 사상 처음으로 한 무대에 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반목을 거듭해 온 두 연맹이 러시아 무대에서 역사적 순간을 맞게 된 건 조정원 WTF 총재와 장웅 당시 ITF 총재가 2014년 8월21일 중국 난징에서 서명한 의정서에서 비롯됐습니다.

총 4개 실천사항을 명시한 이 의정서는 러시아 대회 공동시범 이후 이제 마지막 한 가지 과제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두 연맹이 ITF 소속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WTF만을 인정하고 있어 ITF 소속인 북한은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07년 4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4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웅 위원은 의정서 서명 두 달 뒤인 2014년 10월 24일‘VOA’와의 인터뷰에서, 두 태권도 연맹은 물론 IOC와 수많은 실무협상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장웅 북한 IOC 위원] “ IOC도 다 행복하고, ITF도 다 즐겁고, WTF도 만족하고, 이런 솔루션 (해결책)을 만들어내야 됩니다. 그러니까 ‘윈윈’이 아니라 ‘윈윈윈’으로 해야 하니까 좀 머리가 많이 아픕니다. ITF는 지금 리우올림픽을 목표로 나갑니다.”

그러나 지난해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겨냥했던 원래 계획은 이뤄지지 못했고, 현재로선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ITF 태권도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의 체육계 관리는 최근 ‘VOA’에, 북한 태권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은 보다 장기적으로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참석차 다음주 한국 무주를 방문하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협의해 획기적 타협안이 도출되지 않는 한 당초 목표로 잡았던 2020년 도쿄올림픽 참가를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설명입니다.

남북한 선수들이 각각 주축이 된 WTF와 ITF 태권도의 올림픽 공동 출전은 두 연맹의 상호 존중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기술적 난제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우선 IOC에 의해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인정된 WTF 태권도에 ITF 태권도를 어떤 방식으로 접목시킬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이미 태권도가 경기 종목으로 등재된 상황에서 ITF가 또 다른 종류의 태권도 자격으로 들어가긴 어렵고, 대신 WTF 산하 ‘이벤트’로 포함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장웅 IOC 위원] “왜 그런가 하면 WTF가 IOC에 의해 인정된단 말입니다. 인정을 받은 종목이니까 동종의 이름을 가진 스포츠가 또 들어오는 건 IOC가 막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건 그대로 두고 WTF의 우산 밑에서, 엄브렐라 밑에서 ITF가 하나의 이벤트로 들어가야 됩니다. 레슬링에서 그레코로만이 있고 프리스타일이 있는 것처럼.”

WTF와 ITF 모두 이 같은 결합 방식 자체에는 이의가 없어 보이지만 여기서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ITF가 어떤 ‘이름’으로 들어갈 것인지 합의하는 절차 입니다. ‘태권도’로서 중복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은 곧 ‘조선 무도’ 등 다른 간판을 달아야 한다는 건데, “태권도의 원형”으로 평가 받는 ITF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지난 2007년과 2011년 북한 ‘조선태권도시범단’의 미국 공연을 잇달아 성사시킨 정우진 미국 ‘태권도타임스’ 잡지 대표는 이 문제를 두 태권도 연맹이 넘어야 할 첫 관문으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정우진 태권도타임스 대표] “ITF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태권도의 기원을 자신들의 뿌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1973년 WTF가 창설되기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ITF가 올림픽엔 태권도라는 이름을 떼고 출전해야 한다는 건 자존심 문제이지요. 그러나 빨리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동시에 태권도 종주국 자리를 놓고 한국과 신경전을 벌여온 북한으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걸림돌입니다.

설령 ITF의 올림픽 출전 방식과 명칭 개정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숙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태권도에 걸려있는 총8개의 금메달 중 일부를 ITF 선수 몫으로 배정해야 한다는 건데, WTF로서는 경제적 보상은 물론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금메달의 가치를 포기하게 될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겁니다.

실제로 WTF 집행위원 34명 전원이 여기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 역시 올림픽 순위를 떠받치는 `효자종목’의 메달 수 축소를 달가워할 리 없습니다.

유일한 해법은 기존 8개 금메달 외에 ITF 선수들을 대상으로 메달 수를 늘리는 방안인데, 이는 IOC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의 북한 관리는 메달 수는 반 개도 늘릴 수 없다는 게 IOC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그 수를 줄이려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장웅 위원은 지난 2월 ‘VOA’에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웅 위원] “이렇게 들어가면 ITF를 위한 메달 수를 늘려야 합니다. 이건 제가 좀 역할을 할 수 있는 몫이죠. 메달 수를 늘리고 선수 인원수를 늘리는 문제, 이게 IOC가 제일 신경 쓰는 겁니다. 할 수 없다는 게 아니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WTF와 ITF모두 올림픽 공동 출전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두 연맹 모두에 고무적입니다. 대중적 흥미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태권도의 올림픽 퇴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WTF와,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ITF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다음달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집행위원회를 앞두고 이번 주 한국 무주에서 만날 두 연맹 대표들이 상생의 복안에 얼마나 접근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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