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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중국, 대북압박 필요 못 느껴…북한은 변함없는 전략자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8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8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씨 피살 등 북-중 관계에 부담을 주는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등 대북 제재의 고삐를 쥐는 듯한 중국의 움직임은 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앞두고 보내는 신호이며, 북한은 중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 보는 심층취재,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 피살은 사건 직후만 해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더불어 북-중 관계에 최대 악재로 여겨졌습니다.

곧바로 중국의 석탄 수입 금지가 발표되고 북한이 자극적 표현을 쓰며 반발하자 두 나라 관계에 깊은 금이 갔다는 관측이 잇달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대북 협력에 본격 나설 때라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VOA’에 대북 원유 공급을 기껏해야 2~3일 중단하는 선에 그쳤던 중국이 이번처럼 심각한 조치를 실행에 옮기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그러면서 이런 실질적 압박에 중국,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가 압박을 더한다면 북한을 진지한 대화로 나오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과거에 무수히 반복됐던 ‘냉각기’일 뿐 북한의 전략적 자산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오랜 태도엔 변함이 없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5차례 핵실험 때마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찬성하며 북한을 벌 주려는 듯 움직였지만 결국은 북한을 다시 끌어안는 중국의 ‘한계’에 대한 지적입니다.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것처럼 “보여지는데”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등 제재 이행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지역 은행 등 각 지방에서의 제재 이행은 매우 느슨하게 이뤄진다는 설명입니다.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듯 하다가 곧바로 북한의 숨통을 트여주는 ‘중국식 압박’은 중국 관리들과 직접 소통해온 북한 당국자들에게는 수 십 년째 당연시 돼 온 관행입니다.

전 북한 고위 관리 출신 A씨는 ‘VOA’에 중국은 김정은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사회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해 북한이라는 지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를 자본주의에 쫓기는 체제로 인식해 미국식 자본주의체제가 압록강, 두만강 앞까지 들어서는 것은 자국의 핵심 이익인 영토와 체제 안정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여긴다는 설명입니다.

A씨는 북한이 사라지면 체제 위협에 처할 중국이 미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며, 겉으로는 북 핵 문제를 우려하지만 오히려 북한이 핵무기로 변방을 지켜줬으면 하는 게 중국의 속내라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처럼 이중적이고 복잡한 계산을 “중국의 오랜 딜레마”로 표현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

중국은 한편으로는 자국 이해를 훼손하는 김정은의 행동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을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거나 김정은을 더욱 위험한 행동으로 유도할 수 있는 경제제재에 각별히 주의한다는 지적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따라서 최근 중국이 취한 일련의 압박 조치를 대북 접근법의 근본적 변화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리길성 북한 외무성이 이달 초 베이징에서 만나 두 나라의 공고한 우호관계를 재확인한 것은 북-중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의 전망이 나온 지 1주일도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 사건,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중단으로 내리막길로 치닫던 북-중 관계가 다시 화해 분위기로 돌아서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근 수 개월 간 북한 문제와 관련한 최대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라며, 중국은 백악관의 대북 접근법을 보기 전에 주도적으로 정책 변경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게다가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 입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타이완 문제 등 미국과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을 공개적으로 위협하는 북한이 중국의 전략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중국의 이런 인식은 미국과 함께 북한 문제를 끊임없이 논의하려는 동기 또한 부여해왔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때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수전 셔크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교수는 1999년 중국대사관 오폭 사건 직후 미국과의 모든 외교 대화를 차단했던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한 협의만큼은 계속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수전 셔크 교수]

문제는 중국의 대북 협력 방향이 대화와 협상 쪽에 맞춰져 있어 중국에 추가 압박을 요구하는 미국과의 이견을 좀처럼 좁히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교수의 말은 중국의 이런 시각을 잘 보여줍니다.

[녹취: 청샤오허 교수]

현재 북한 문제와 관련해 압박과 징벌 등 ‘채찍’에 대해서만 주로 논의하지만, 중국은 미국과 북한을 대화로 이끌 유인책 등 ‘당근’에 대해 협의하는데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윤 선 연구원은 이런 인식을 갖는 중국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제공할 대가가 무엇인지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미국은 석탄 수입 금지로 할 일을 했다는 중국에 추가로 대북 에너지 공급까지 끊어달라고 요구할 것이고, 북한의 안정을 흔들지 않으려는 중국은 6자회담, 혹은 평화조약과 비핵화 동시 추진 등 기존 제안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윤 선 연구원은 중국으로선 가장 근본적 요구 사안인 사드 배치 철회마저 어렵다면 미-중 협상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지 의문을 가질 만 하다며, 대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이를 행사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무부 수석 부차관보를 지낸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중국의 이런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미-북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당연시해선 안 된다는 점을 중국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한반도 통일 등 대북 압박의 결과가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해칠 것이라는 중국의 두려움을 해소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래리 닉시 조지워싱턴대학 강사는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 결의안을 내놓는 것이 북한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중국의 협조를 얻는 대가로 사드 배치를 1년 유예하거나 중국의 6자회담 주선에 호응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전략이 이 같은 압박, 억지, 제재에만 집중될 경우 중국의 동참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

글레이저 연구원은 북한 문제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중 관계를 엮어주던 기후변화 문제를 대체할 협력의 매개로 떠오를 수도 있다며, ‘선행조건’ 제시와 중국과의 협조를 전제로 한 북한과의 외교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중국과 북한이 두 나라에 대한 강경 노선을 보이는 미국에 대항해 서로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는 중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런 분위기에서 북한의 도발이 역설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중국을 화나게 만들어 제재를 강화할 명분을 북한 스스로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은 미국이 북한의 미 본토 타격 능력 개발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란 점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며, 현재로선 미-중 두 나라가 북한 엘리트층을 겨냥한 제재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전문가 인터뷰 전문> (무순)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나는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처럼 심각한 대북 조치를 취했던 전례를 본 적이 없다. 과거엔 기껏해야 원유 공급을 2~3일 중단하거나 북한의 확산 활동을 살짝 제한하는 정도였다. 석탄 수입 금지의 중대성은 북한이 즉시 공개적 반응을 보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실질적 압박에 중국,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가 압박을 더한다면 북한을 진지한 비핵화 대화로 나오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지금 북한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역량을 갖는 것은 안정을 흔드는 일이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이어져 중국이 비용을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의 행동 때문에 중국 안보가 영향 받게 돼 미국 등의 대북 억제 노력은 중국 스스로의 이해에도 부합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고 결단력 있는 인물이고, 북한이 계속 미국을 위협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미국이 3~4년 안에 북한을 군사 공격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독자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것 같다. 중국은 북한이 샌프란시스코 등 미 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미국이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안보 이해가 중첩되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국과 협력하지 않으려는 이유 중 하나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 이후에도 미군이 계속 주둔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군이 평화로운 한반도에 계속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으며, 미국은 중국에 이 점을 확신시켜야 한다.

나는 북한 지도자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 지도자가 근본적으로 바라는 건 권력을 유지하는 것인데, 북한 엘리트 계층이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면 그는 핵무기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제재가 북한 지도자보다 군부 고위 관리 등 엘리트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보며, 그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정황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말처럼 김정은은 측근 인사에 대한 숙청을 계속하는 등 엘리트 계층의 충성심을 확신하지 못하는 듯하다.

·보니 글레이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북한이 6자회담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데 대한 중국의 불만은 수년째 누적돼왔다. 여기에 오랫동안 중국이 보호하려 했던 김정남 씨 피살 이후 북한에 더욱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데” 더 신경을 쓴다. 다시 말해 중앙 정부 차원에선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등 제재 이행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지역 은행 등 각 지방 차원의 제재 이행은 매우 느슨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미국이 세컨더리보이콧을 부과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허점을 메우기 위해서이다. 나는 중국 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컨더리보이콧이 잠재적으로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고 본다. 중국이 자국 은행과 북한 간 거래를 끊지 않는다면 미국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의 대북 접근법은 본질적으로 변한 게 없고, 관련국들 움직임을 본 뒤 반응하는 성격이다. 중국이 추가 행동에 나설 것인지는 트럼프 행정부와 새 한국 정부의 대북 전략을 먼저 확인한 뒤에 결정할 것이다. 중국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한과의 외교를 계속 추진할 것이고 그런 관여 조짐이 보인다면 역할을 보태려고 할 것이다. 반면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전략이 압박, 억지, 제재에만 집중될 경우 중국이 이런 접근법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중국은 북한을 불안정하게 만들 어떤 전략도 추진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기조를 갖고 있다.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마저도 북한 정권의 안정을 흔든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대부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기존 대북 정책의 문제점을 평가해 선택 가능한 정책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시키기 위해 군사적 억지력과 제재 압박에만 집중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 역대 정부는 모두 북한과의 외교 노력을 기울였고 가장 최근 이뤄진 2012년 2.29 합의는 서명 직후 파기됐지만, 나는 ‘선행 조건’ 제시와 중국과의 협조를 전제로 한 북한과의 외교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중국은 북한을 기꺼이 압박하려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여기엔 늘 한계가 분명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21호 이행에 협조했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모종의 신뢰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시진핑 정권은 미국과의 이해가 중첩될 수 있는 영역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면서 두 나라 간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이끌어내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중 관계를 엮어주던 기후변화 문제를 대체할 협력의 매개로 에너지 등 다른 사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북한 문제가 바로 그런 필요성에 부합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6자회담 등을 통해 미-중 간 대북 협력을 기울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협력 대신 주로 미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근거해 중국에 추가 행동을 요구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을 우선순위로 다룰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중국에 추가 대북 조치를 계속 촉구하고 있는데, 문제는 중국이 근본적으로 다른 대북 접근법을 취할 것인지 여부다. 중국은 분명히 북한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중국이 북한의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런 영향력을 과장하진 말아야 하지만 이를 경시해서도 안 된다. 중국은 여전히 비공개적으로 북한에 원유와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물론 북한과의 접경 도시들로부터도 이런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이 이런 지원을 투명하게 운용하거나 축소할 경우 파장이 매우 크겠지만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는 영향력보다 북한이 중국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중국이 이런 지원을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행사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북한이 중국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수전 셔크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21세기 중국센터 석좌교수:

나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한 공동의 목적을 찾고 원활히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두 나라가 북한 문제를 기후변화 사안처럼 상호 협력이 가능한 영역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미국 정부에서 일하던 지난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소속 미군이 중국대사관을 오폭했을 당시 중국은 미국과의 모든 외교 대화를 차단했었지만 그 와중에도 북한 문제에 대한 협의만큼은 계속했던 전례가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건 두 나라 이해에 모두 들어맞는 만큼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나는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이 역설적으로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본다. 중국을 더욱 화나게 만들어 제재를 강화할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무기 시험 때마다 제재 강도를 높일 것이다. 물론 중국은 북한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정도로 강한 제재를 부과하는데 소극적이지만, 중국의 분노와 절망감이 매우 높아진 현 시점에서 김정은이 도발을 할 때마다 경제 제재를 계속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암살 등의 행보에 좌절감을 토로했다.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등 최근의 조치를 대북 접근법의 근본적 변화로 간주할 수는 없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자국 이해를 훼손하는 김정은의 행동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을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거나 김정은을 더욱 위험한 행동으로 유도할 수 있는 경제 제재에 매우 주의해야 하는 오랜 딜레마에 봉착해있다. 그런 속에서도 중국은 장기적으론 점점 더 강한 제재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으며 이는 순전히 김정은의 도발적 행보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교역과 경제 관련 이견을 풀지 못하면 중국으로부터 북한 문제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동시에 중국은 교역과 경제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북한 문제에 대해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관여하기를 바라는 중국으로서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행함으로써 미국에 그렇게 요구할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이럴 경우 북한과의 관여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마련이 간단한 과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와 공동의 대북 접근법을 도출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정치 공백 상태를 고려할 때 차기 정권의 의견도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의 대북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김정은이 잘못된 행동을 계속해 중국의 제재 의지를 높이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중국에 설득하는 것이다. 종국에는 제재 완화의 대가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제한을 두는 협상으로 귀결돼야 하는 것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경제 제재 등의 지렛대를 활용하는데 있어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 가까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협상 자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순 없지만 중국의 대북 제재를 통한 경제적 압박이 없이는 협상에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북한 문제를 눈에 띌 정도로 거론한 것만 봐도 북한 핵 문제가 미국 안보에 얼마나 중대한 사안이 됐는지 분명해진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되는 순간 문제의 성격은 완전히 바뀌어 훨씬 민감하고 위험한 상황이 되는 만큼 그런 상황에 다다르지 않게 하는 것과 그런 노력에 대한 중국의 협조는 극도로 중요하다.

미국이 중국을 북한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노력에 끌어들이기 위해선 2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중국은 미-북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연시해선 안 된다.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멸을 감수하면서 미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고, 이를 잘 아는 미국 역시 선제공격을 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논리적 추론이고 현재까지는 올바른 전망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둘째, 미국과 중국이 서로 신뢰도를 높여 한반도 통일 등 대북 압박의 결과가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해칠 것이라는 중국의 두려움을 해소해야 한다. 북한 핵 위협이 제거되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필요 역시 없어진다는 것을 중국에 분명히 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에도 중국의 여전한 우선순위는 한반도에서 혼란과 위기를 피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에 진전이 이뤄지더라도 말이다. 이런 현실에선 북한의 득실계산을 바꾸기 위한 중국의 추가 대북 압박 수위에 심각한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중국이 그런 우선순위를 변경한다 해도 북한에 안보와 경제적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식량과 연료 등 무역과 투자 부문에 타격을 주는 단계를 밟을 것이다. 북 핵 프로그램은 단숨에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 검증 가능한 동결 과정을 거쳐 납득할 만한 시간표에 따라 폐기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래리 닉시 조지워싱턴대학 강사: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필요한 원유의 90%를 중국에서 공급받는데, 중국은 해당 결의안을 통해 대북 정책에 대한 근본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조시 W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 정책과 관련해 북한을 충분히 우선순위로 고려하지 않아 이런 제안을 꺼렸다.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결의에 반대하지 않고 미국의 검증 아래 실제로 이행한다면 미국은 몇 가지 반대 급부를 제공할 수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최소 1년 멈추거나, 중국의 6자회담 주선에 호응하는 것 등이 여기 포함된다. 그러기 위해선 원유 공급 중단만이 북한으로부터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 유일한 제재라는 점을 중국에 인식시켜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중국이 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중국 은행과 기관들이 미국의 금융제재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 제안과 중국에 제공할 유인책을 널리 공개해 특히 북한에 대해 비판적 정서를 갖고 있는 중국 일반 여론에도 호소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고 유엔 안보리가 신규 제재 방안을 강구할 때마다 원유 공급 중단 결의안을 거듭 제안할 것이라는 지침을 중국에 알릴 필요가 있다. 나는 북한이 2020년까지 한국, 일본, 미국 본토와 태평양 기지를 타격할 핵과 미사일 능력을 완성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선 이 방안만이 유일한 전략이라고 믿는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연구원:

미국 정부는 중국에 북한에 대한 추가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 대북 압박은 유용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중국은 스스로 북한 제어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중국이 2016년 12월 석탄 수입을 2배 늘린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과 외교에 나서길 바라지만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2321호에 명시된 제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외교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김정남 씨 피살 직후 중국을 방문했는데, 공식적 영역에서는 피살된 사람이 김정남이라거나 왜 살해됐는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외부에서 이 문제를 보는 시각과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일반 중국인들 사이에선 김정남 살해와 북한 내부 정치 문제 등과 관련한 소문이 돌았지만 정책에 영향을 줄 정도로 파장이 크진 않았다. 중국이 김정남 씨 피살에 분노했다는 관측은 그가 중국의 보호 아래 있었고 중국과 가까운 관계였다는 전제를 근거로 하는데 여기엔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나는 중국의 북한산 석탄수입 금지를 김정남 피살에 따른 조치로 보는 대신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반응으로 분석한다. 또 실제로 북한을 벌주기 위한 의도라기 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려고 그런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석탄 수입 상한선이 제시돼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관련 조치를 발표한 것이고, 그 전에는 중국이 뭔가 발표해야 할 내용이나 필요성이 없었던 것뿐이다.

중국의 대북 정책엔 변화가 없다. 최근 수 개월간 가장 큰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고 만약 어떤 식으로든 중국의 행동이 달라졌다면 그건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과 다른 대북 정책을 갖고 있다는 추정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을 보기 전에 먼저 정책 변경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중국에 제공할 대가가 무엇인지에 달려있다. 중국은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를 통해 할 일을 했다는 입장인데, 미국은 추가로 에너지 공급까지 끊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럴 경우 중국은 북한을 불안정하게 만들 그런 조치는 자국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6자회담이나 평화조약과 비핵화 동시 추진 등 기존 제안을 되풀이할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근본적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미-중 간 협상에 달린 문제인데 현시점에서 중국의 가장 근본적 요구 사안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의 철회이고, 이는 미국에게 가능한 선택이 아니다. 중국으로선 가장 기본적 요구 사안인 사드 배치 철회마저 어렵다면 협상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이냐는 의문을 가질만하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를 행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교수:

중국은 김정남 씨 살해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중국인 다수가 이번 암살이 김정은의 최종 결정에 따른 북한의 소행으로 믿고 있지만 한국, 심지어 미국이 사건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는 중국 전문가들도 있다. 만약 김정은이 김정남 살해를 지시한 것이 밝혀지면 북-중 관계는 크게 악화될 것이다. 이복형을 암살할 정도라면 김정은은 중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북한 내외 인사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낙인 찍혀 북한과 중국 지도부 사이에서 신뢰를 크게 잃을 것이다. 또 김정남은 중국 본토와 마카오에 있는 중국인들과 모종의 관계를 맺어온 것이 분명하며, 그가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됐다 하더라도 중국은 매우 불쾌할 것이며 치욕스럽게까지 느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북한에 징벌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며, 북한의 향후 핵과 미사일 도발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기 더욱 어려워진다.

중국이 김정남을 김정은 대체 카드로 간주해왔다고 믿는 중국 전문가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김정남은 이미 도박과 여성 편력 등 방탕한 생활로 평이 좋지 않았다. 만약 중국이 김정남을 북한의 잠재적 지도자로 내세울 계획이 있었다면 그의 신변을 철저히 보호했을 것이고 말레이시아에서 변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중국과 소련 공산당은 1956년 북한 정치에 개입한 전례가 있지만, 그 이후 북한 내부 정치, 특히 권력 투쟁에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그런 계획을 갖고 있더라도 김정남 등 특정 지도자를 내세워 북한 엘리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왕조체제를 배격하는 중국 공산당이 또 김 씨 가문의 또 다른 일원을 정권에 앉힌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북한과 관련해 더 많은 일을 해줄 것을 설득할 수 있고, 중국 역시 그럴 역량이 분명히 남아있다. 하지만 북한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의 이해는 항상 일치하지 않고 두 나라의 의견 충돌 또한 계속될 것이다. 한동안 그런 갈등이 완화되고 화해도 가능하지만 두 나라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과 접근법, 정책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지난달 미사일 발사에 신속히 언론 성명을 발표한 건 앞으로 미-중 협력 여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신호이다. 특히 김정남 암살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게 확인되면 미국과 중국은 서로 협력하는 게 더 쉬워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 간 중개 역할을 할 수 있고, 북한산 추가 광물 수입 금지 등 유엔 안보리에서의 협조를 강화할 수 있다. 동시에 유엔 안보리에 북한의 협상 복귀를 앞당길 조치를 촉구할 수도 있다. 현재 북한 문제와 관련해 압박과 징벌 등 ‘채찍’에 대해서만 주로 논의하지만, 중국은 미국과 북한을 대화로 이끌 유인책 등 ‘당근’에 대해 협의하는데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보다 적극적 대북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분명하고 일관적 정책을 통해 책임감 있고 안정적 협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 분위기는 혼란스럽고, 이는 대외 관계에서 미국의 명성과 역량을 훼손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분명하고 일관적인 대북 정책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 이를 바탕으로 관련국들과 공통 분모를 도출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나의 중국 정책’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중국의 추가 협조를 이끌어내는 지렛대로 사용하려 할 수 있지만, 이는 비생산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사드 배치는 이뤄지게 되고, 이는 미-중, 한-중 관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드 배치는 이미 한-중 관계를 훼손시켰고 앞으로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기업을 상대로 세컨더리보이콧까지 부과할 경우 미-중 간 긴장을 고조시켜 훨씬 더 큰 문제를 만드는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 북한 고위 관리 A씨:

북한 문제를 중국과 토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은 북한이 붕괴되지 않는 선에서 북한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과 맺은 방위조약에 따라 자동적으로 북한 땅으로 들어와 방어와 공격에 나서게 된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도 북한을 필요로 한다. 중국으로선 김정은이 필요한 게 아니라 북한이라는 지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이 직접 풀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에 영향력 행사를 주문하는데, 북한이 사라지면 체제 위협을 느끼게 될 중국이 도대체 왜 그런 행동에 나서겠는가? 중국에게 북한의 붕괴는 핵심 가치의 붕괴나 마찬가지다.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거론하지만, 속으로는 오히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변방을 지켜주기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중국이 이런 속내를 갖지 않는다면 북한 핵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북-중 간 통로인 단동을 2개월만 막아도 상황은 끝나버린다는 걸 중국인들과 얘기한 적도 있다. 미국이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했을 때, 중국인들로부터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 기업 보유 선박 몇 백 척에 포를 장착해 부산까지 내려가 통일시키자는 말까지 들었다. 중국 군부도 같은 생각이라는 얘기였다. 중국은 자신들이 피를 뿌려 지킨 북한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중국은 내심 사회주의를 자본주의에 비해 덜 발전돼 있고 자본주의에 항상 쫓기는 체제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가 압록강, 두만강 앞까지 들어서는 것은 영토와 체제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며, 이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기도 하다. 중국이 ‘조중 방위조약’을 취소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것은 일시적으로 북한 정권을 길들이기 위한 차원이지 붕괴까지 염두에 둔 압박이 아니다. 특히 4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을 추진하면서 사전에 모종의 대북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교역과 사드 배치 문제 등 중국의 요구 사항을 개진할 명분을 얻으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중국은 2013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북한과의 무역을 일시적으로 거의 중단해 중국 내 변방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김정일은 늘 중국에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김정은에게 중국과 절대 타협하지 말고 자주권을 지키라는 말을 수없이 한 것으로 안다. 중국이 최근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처럼, 북한에는 개혁개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잘 모르지만 차관급 이상 관리들은 “말씀”을 통해 당시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의 개혁개방 압박에 대해 전달받았다. 그러나 개혁개방은 곧 개인숭배의 종식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북한 김씨 정권은 중국과의 개혁개방 대신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체제를 인정받기 원한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과 손을 잡고 북한을 제재한다고 보는 것은 오판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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