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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 북한 제작 조형물 수출 금지…"비동맹 외교 위축 겨냥"


평양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에 북한 주민들이 절하고 있다. (자료사진)
평양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에 북한 주민들이 절하고 있다. (자료사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는 북한에서 제작한 대형 조형물을 수출금지 품목에 포함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입을 경제적 타격은 크지 않겠지만 비동맹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위축시키는 효과도 함께 겨냥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채택한 새 대북제재결의 2321호에는 모든 회원국들이 북한의 대형 조형물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들어있습니다.

북한에서 만든 기념탑이나 동상과 같은 전시용 조형물의 수출 길을 막은 겁니다.

‘AP통신’은 27일 평양발 기사에서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 한 달을 맞았지만 ‘동상 수출 금지령’이 북한의 금고에 중대한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0년 이후 조형물 수출로 1억6천만 달러 정도를 벌었지만 연간 수출액으로 따지면 천만 달러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북한이 석탄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7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북한에서 거의 모든 대형 조형물을 제작하는 기관은 만수대창작사입니다. 미술분야에서 북한 최고로 꼽히는 창작단체로 지난 1959년 11월 설립돼 4천여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수출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유엔 안보리가 동상을 수출금지품목에 집어 넣은 이유는 이 기관에서 벌어들인 돈이 곧바로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쓰인다고 판단한 때문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외화를 벌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따라서 예술적인 기능 또한 수출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동상을 수출하고 현금으로만 결제하는 게 아닐 거에요. 어떤 다른 북한이 필요한 제품들, 공산품이라든지 이런 것을 수입하는 조건으로 동상을 수출할 가능성도 상당히 있는 거죠.”

북한 전문가들은 또 동상 수출이 북한 외교 활동의 한 수단이기도 하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등지의 비동맹 국가들이 주된 고객입니다.

북한이 아프리카에 동상을 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60년대 후반으로 당시 아프리카에 불기 시작한 독립운동의 물결이 국가 정체성과 정치적 합법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형 상징물에 대한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만들었습니다.

북한은 아프리카 외교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처음에는 동상을 무료로 제공하다가 지난 2000년 무렵부터 유료판매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실제로 2010년 세네갈 독립 50주년을 맞아 수도 다카르에 48m 크기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을 세우고 2천7백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앙골라에는 4천만 달러를 받고 네토 문화센터를 지어줬고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의 ‘로랑 카빌라 동상’도 만수대창작사 작품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의 그런 기술 수출이 아프리카의 독재 국가, 비동맹국가와의 친선 강화 차원도 있는 것이고 또 북한의 여러 가지 혁명적 상징 이런 것들을 알리는 그런 이중적인 전략을 갖고 움직이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유엔의 북한 동상 수출 금지령이 동상을 매개로 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전직 북한 관료가 작성한 문건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최근 비동맹국가들과의 외교적 유대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문건은 비동맹국가들과의 고위급 교류를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해 보려는 노력에도 올 들어 10월까지 북한의 대외 교류는 절반으로 줄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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