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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CSIS, 첫 북한 내부 설문조사..."정권에 대한 불만 커져"


지난 28일 북한 평양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8일 북한 평양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북한 내부 주민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는 최근 ‘부족한 식량배급, 시장활동 금지, 정부에 대한 분노 증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CSIS는 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 36명을 조사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북한 내 9개 도에 걸쳐 실시됐으며, 북한 내부에서 이러한 조사가 실시된 것은 처음이라고 CSIS는 설명했습니다. 탈북자를 조사한 경우는 많지만 북한 내부에서 주민들을 조사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입니다.

CSIS의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4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내부에서 여러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경력이 있는 단체에 조사를 위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단체와 응답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CSIS가 설문조사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내부의 9개 지역에서 조사가 이뤄진 점은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콜린스 연구원은 "이번 여론조사는 제3국의 탈북자들을 상대로 과거에 이뤄진 조사들과 비슷한 결과를 냈다"며 "다만 최초로 북한 내부에서 직접 북한 주민들의 입을 통해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밝혔습니다.

CSIS는 이번 보고서에서 배급, 시장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공개했습니다.

주민들은 사회주의 낙원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생존을 위해 배급제에 의존하지도 않으며, 정부가 경제활동을 방해할 때 가장 큰 분노를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CSIS는 밝혔습니다.

“공공 배급제가 양질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 가?” 라는 질문에 응답자 36명 중 한 명도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단 한 명 만이 1990년대에 충분히 받았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을 뿐입니다.

“당국의 어떤 행동에 가장 반감을 가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주로 경제 활동과 연관돼 있었습니다.

응답자들은 “장사 밑천을 보안서에 빼앗겼을 때”,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누구도 돌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사죄로 교화소에 가게 됨”, “강압적인 노력 동원, 세외 부담, 노임 미달”, “재산 몰수, 교화소 수감”, “배급 중단과 세외 부담”, “생활상의 불편, 정전과 수돗물 단절” 등의 답변을 했습니다.

또, 많은 응답자들은 2009년 11월 단행된 화폐 개혁 당시 북한 당국에 가장 화가 났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CSIS는 2011 한국 통일연구원이 탈북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화폐 개혁에 대한 반감이 드러났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설문조사는 28살에서 80살 사이 남성 20명과 여성 16명을 상대로 실시됐습니다.

이들은 평양시, 청진시, 무산시,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황해남도, 강원도, 량강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직업은 노동자, 의사, 회사 대표, 주부, 공장 노동자, 이발사, 요리사, 목욕탕 직원 등이었습니다.

CSIS는 이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내용 중 비공식 시장, 물물교환, 외부정보, 통일 등에 대한 결과도 취합해 앞으로 네 차례에 걸쳐 더 소개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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