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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가족 송금의 날 "탈북민들 높은 수수료 때문에 가슴앓이"


한국 서울에서 탈북민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탈북민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서울에서 탈북민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탈북민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오늘 (6월 16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가족 송금의 날’ 입니다. 해외 이주민들이 고국에 보내는 송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날인데요, 탈북민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돈도 북한 주민들의 삶과 장마당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높은 중개수수료 때문에 많은 탈북민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농업개발기금 카나오 응완제 총재는 `국제 가족 송금의 날’을 맞아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해외 이주민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은 `생명줄’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송금이 (개발국) 사회구조의 재건을 돕고 경제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하며, 희망적인 미래를 담보할 안정을 가져온다”는 겁니다.

국제농업개발기금은 지난해 현재 전세계에 2억5천만 명의 해외 이주민들이 있으며, 이들이 본국에 보내는 송금 규모가 4천 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이 추산한 이주민들 가운데는 한국과 미국 등 해외에 정착한 탈북민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와 NK소셜리서치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 (2015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 실태’)에 따르면 탈북민 64%가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한국 내 탈북민 400 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대북 송금 비율이 2012년 47.4%에서 지난해에는 64%으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 단체 임순희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임순희 위원] “본인이 조금 더 힘들고 어렵지만 일하면서 저축했다 모아 둔 돈을, 혹은 가끔 빚을 내더라도 가족에게 보내는 케이스들은 여전히 많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송금 횟수는 연 평균 1.56회, 한 번 송금할 때 평균 2천 달러 정도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 2만9천여 명 가운데 성인 1만 명이 연간 2천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다면 해마다 2천만 달러 이상이 북한에 유입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 돈이 국제 관례와는 달리 일부 중개수수료만 제외하고 북한 내 가족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게 큰 문제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한국의 대북매체인 ‘데일리NK’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탈북민 강미진 씨는 15일 ‘VOA’에 대북 송금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무려 30%를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미진 씨] “정상적으로 가면 수수료가 30%입니다. 왜냐하면 중국을 거치고 중국에서 북한으로 가고 그러다 보니 나라마다 떼어야 해요. 브로커가 개입하다 보니 한국 브로커, 중국 브로커, 북한 브로커 각각 10%씩 떼어 먹으면 그나마 양심이 있는 브로커구요”

강 씨는 수수료로 50%를 가져가는 북한 내 중개인들도 많이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미진 씨] “(북한 중개인이) 돈 받을 임자를 앉혀 놓고 50%를 줄 텐데 70% 받았다고 하라, 안 그러면 이 돈도 다 못 받는다. 이러면 가족은 어쩔 수 없는 거에요”

5년 전 미국에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정모 씨는 15일 ‘VOA’에 이런 피해를 여러 차례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모 씨] “거기다 보낸 것도 실제 (30% 제외하고) 다 받았다고 눈물 뚝뚝 떨궈서 기래서 그런 가보다 했지. 그 다음에 알아보니까 돈을 제대로 못 받았더라고요. 그래서 (브로커에게) 거기서 떼먹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 하니까 아이고 전혀 안 떼어먹었다고 사기를 치는 거에요.”

북한 인민군 대위 출신인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는 15-30%의 수수료가 자리를 잡았지만 북한 내부에서 전달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씨] “이제는 나름대로 기업화가 됐기 때문에 하는 사람들이 거의 고정돼 있어요. 30% 이상 하는 데는 없고 낮게는 15%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 쪽에서 전달하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제 몫을 따로 챙기기 때문에, 또 받는 사람들의 입장은 철저하게 그 쪽 사람들을 따를 수 밖에 없어요. 저한테는 받는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도 있는데 설사 그렇게 눈으로 보이게 줬다고 해도 후에 일이 있으니까 좀 달라 하면 안 줄 수가 없거든요.”

한국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북한 내 송금 전달에 보위부 등 관리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공생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얼마 보내 왔냐 받았냐 이런 것을 알아 가지고 협박을 해서는 통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 그들한테 유익한 정보를 사전에 준다든지 이렇게 협력하면서 공생하는, 그래서 탈북자 가족들을 통해 북한체제의 감시와 통제 시스템이 말단에서부터 와해되는 그런 현상이 가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수수료는 세계 평균과 비교가 힘들 정도로 액수가 매우 높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의 은행들은 대개 2-3천 달러를 외국에 송금할 경우 6 달러에서 10 달러 정도를 수수료로 받고 있습니다. 요즘은 특히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돈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으며, ‘웨스턴 유니온’ 같은 일부 업체들은 이 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송금을 대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법한 신분이 없어 현지 은행계좌를 열기 힘든 이주 노동자들은 비공식 통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높은 중개수수료를 지불합니다.

국제농업개발기금은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는 국제 송금수수료는 지난해 기준 평균 7.9%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높은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회원국들과 관련 중개업체들에 규제를 낮추거나 대안을 모색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송금 중개업체인 ‘아지모’는 국제 가족 송금의 날인 16일 하루 동안 모든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아프리카전문 송금업체인 다하브실리는 유럽에서 이주 노동자가 아프리카로 100달러를 보내면 평균 12달러를 수수료로 지불한다며, 이를 낮추기 위해 아프리카연합 (AU)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탈북민들은 이런 노력들을 그저 부러움의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강미진 씨는 대북 송금수수료가 국제평균 정도만 따라가도 탈북민들은 무척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미진 씨] “야~정말 할렐루야일 겁니다. 그렇게 (수수료가) 떨어지면. 사실 (북한 정부가) 이를 통제 안 하면 수수료가 그렇게 비쌀 필요가 없잖아요. 통제를 하기 때문에 압박을 하면서 수수료를 세게 요구하는 거죠. 통제를 안 하면 누구나 수수료 장사를 통해 떼어 먹으려면 가격이 점점 더 낮아지겠죠. 그걸 통제하고 죽이고 하니까 무서워서 힘있는 사람들만 해 먹으니까 그렇게 비싼 거죠”

하지만 이런 높은 수수료가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15일 ‘VOA’에 북한 당국이 탈북민들의 송금을 경제가 아닌 정치적으로 보기 때문에 개선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남쪽에서 들어오는 돈이니까 북한이 통제하는 거죠. 결국 경제적으로 보는 게 아니고 정치적으로 보기 때문이죠”

북한 당국의 이런 태도는 해외에 망명했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모국 방문을 허용하고 송금도 장려하는 쿠바 정부의 방침과는 크게 다른 겁니다.

국제농업개발기금은 성명에서 송금을 통해 개발국 주민들이 효율적으로 부를 창출하고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40여 개 나라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여상 소장은 그러나 북한의 폐쇄적인 구조 때문에 북한 정부가 이런 국제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한 간 3통 문제가 해결돼야 송금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남북한이 원래 얘기해 왔던 3통 즉 통행, 통신, 통관 이런 부분들이 이뤄지면 해결이 되는 거죠. 남북한 간 자유왕래와 3통이 차단돼 있기 때문에 비용을 무는 거니까. 근본적으로 남북한의 자유왕래와 교류가 공식화되면 해결이 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해결이 되기 어려운 겁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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