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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가족 송금의 날, "탈북민 송금 수수료 세계 최고 수준"


한국의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자료사진)

16일은 유엔이 처음으로 기념하는 `국제 가족 송금의 날’입니다. 해외 이주 노동자들이 고향의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 가족 뿐아니라 지역경제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강조하고 장려하기 위한 날인데요. 해외 탈북민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역시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지만 송금 수수료가 세계 평균 보다 3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녹취: 유엔 국제가족 송금의 날 홍보영상] “Happy International day of family remittances….”

해외 이주 노동자들이 첫 국제 가족 송금의 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듣고 계십니다.

[녹취: 국제 가족 송금의 날 홍보영상] “When I send home it about 2,000 pound, 100 pound, 150 pound…..”

해외 노동자가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는 돈의 액수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입니다.

유엔 산하 국제농업개발기금 (IFAD)은 이런 송금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6일을 처음으로 국제 가족 송금의 날 (International Day of Family Remittances)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국제농업개발기금은 이날 성명에서 176개 회원국이 지난 2월 만장일치로 국제 가족 송금의 날을 결의했다며, 지난 한 해 동안 해외 이주민들이 본국에 송금한 돈이 미화로 4천36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국제사회가 개발국들에 지원하는 공식 원조 보다 3 배 이상 많고 지역별로 외국인들의 직접 투자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란 설명입니다.

국제농업개발기금의 제임스 헤어 홍보담당관은 16일 ‘VOA’에 해외 이주 노동자들이 가족에게 보내는 돈은 가족의 생계 뿐아니라 지역경제와 국가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헤어 담당관] “It’s important because it recognizes real contribution that migrant workers…”

교육과 저축, 효율적인 투자를 증대시켜 빈곤 탈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카나요 느완제 국제농업개발기금 총재는 이날 전세계 400 여 명의 정책 입안자들과 전문가,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기념식에서 해외 이주민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별과 희생이란 아픔 속에 희망의 이야기를 써 나갈 뿐아니라 가족과 국가 발전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는 해외 이주민들 가운데는 한국과 미국 등지에 정착한 탈북민 3만여 명도 포함돼 있습니다.

미 동부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탈북 난민 김모 씨는 해마다 1-2 차례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 씨는 16일 ‘VOA’에 형편이 좋은 미국 내 탈북 난민들은 1회에 5천 달러 정도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모 씨] “형편이 좀 나은 여기 미국에 있는 사람들은 보통 다 5천 달러 정도를 보내요. 돈이 일단 가면 본인도 먹고 거기서 돈을 갖고 장마당에서 장사도 하고…”

한국에 정착한 많은 탈북민들 역시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 12월 탈북민 4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거의 60%가 송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 해 평균 9백 달러에서 1천 8백 달러를 보낸 이가 36 %로 가장 많았고 1천 8백에서 2천 7백 달러를 보낸 비율이 17 %였습니다.

이 단체 임순희 연구위원은 ‘VOA’에 탈북민들 가운데 저소득층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가족에게 생계비를 꾸준히 보내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순희 위원] “본인이 조금 더 힘들고 어렵지만 일하면서 저축했다 모아 둔 돈을 혹은 가끔 빚을 내더라도 가족에게 보내는 케이스들은 여전히 많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한국 내 탈북민 6-7천 가구가 한 해 평균 가족에게 1-2천 달러를 보낸다면 적어도 1천만 달러 정도가 북한에 유입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에서 달러의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합니다.

미 메사추세츠공과대학 (MIT)의 존 박 연구원은 과거 ‘VOA’에 탈북자 가운데 70% 이상이 함경북도 출신이라며 이들의 대북 송금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탈북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16일 ‘VOA’에 탈북민들이 보내는 외화의 위력은 국경 도시들에서 특히 크다고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지역마다 좀 다르지만 혜산 시장, 회령, 청진 시장에서는 적어도 탈북자 가족들이 시장에서 통제하는 유동성! 그러니까 달러 등 외환의 경우 총 거래량의 50%를 차지한다고 할 정도에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에서는 탈북민들의 해외 송금에 대해 흥미로운 비유가 유행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합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의 신미녀 대표는 과거 행사에서 일본 내 한인들의 대북 송금을 비유하는 후지산, 중국 내 탈북민들의 송금을 뜻하는 백두산, 그리고 한국 내 탈북민들을 뜻하는 한라산 줄기 가운데 한라산이 최고 인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미녀 대표] “요즘 북한에서는 가장 인기가 있는 줄기가 한라산 줄기라고 합니다. 이런 돈이 북한사회 내부에 굉장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탈북민들이 보내는 송금은 가족의 생계나 지역경제 뿐아니라 체제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탈북민 가족을 감시하고 관리해야 할 지방 관리들이 오히려 뇌물을 받고 공생하는 구조가 북한에 만연돼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얼마 보내 왔냐 받았냐 이런 것을 알아 가지고 협박을 해서는 통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 그들한테 유익한 정보를 사전에 준다든지 이렇게 협력하면서 공생하는, 그래서 탈북자 가족들을 통해 북한체제의 감시와 통제 시스템이 말단에서부터 와해되는 그런 현상이 가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돈의 힘이 커지고 있고 탈북민들이 송금과 함께 가족에게 알려주는 외부 정보가 장마당을 통해 확산되면서 체제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탈북민들이 보내는 돈의 위력이 계속 커지면서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의 목적도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탈북민 1만 2천 777 명을 조사한 결과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탈북했다는 응답자가 21.5%에 달했습니다. 과거에는 식량과 자유를 찾아서 탈북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이제는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이주 노동자 차원의 탈북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20-30%에 가까운 대북 송금 수수료는 여전히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은 금액입니다. 정상적인 국제 금융망이 아닌 북-중 국경지역의 중개인들을 거쳐야 하고 위험 부담이 높기 때문입니다.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 (IFAD)은 16일 높은 수수료가 해외 이주 노동자들의 송금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이라며 현재 국제 평균 수수료가 7.9%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니까 탈북민들이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수수료는 세계 평균치 보다 3 배 이상 높은 실정입니다.

하지만 미 탈북 난민 김모 씨는 폐쇄된 북한의 가족에게 돈이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모 씨] “(중개료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그래도 너무 감사하죠. 그렇게 해서라도 돈이 가는 것만해도 만족한 거잖아요”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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