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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용 방미, 국제사회 존재감 표출...대북 제재 억울함 호소"


미국 뉴욕 방문길에 오른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지난 19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자료사진)
미국 뉴욕 방문길에 오른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지난 19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자료사진)

20일 뉴욕에 도착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미국 방문 목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리 외무상의 방미가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고립돼 있지 않으며 미국과의 대화에 언제든 준비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리수용 외무상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파리 기후변화협정 서명식’과 ‘지속개발 목표 달성에 관한 고위급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지난 19일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리수용 외무상이 기후협약 서명식을 이유로 미국을 방문했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리 외무상이 어떤 목적을 갖고 미리 합의가 이뤄져 미국을 방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리 외무상의 방미가 북한도 국제기구의 회원국으로서 직접 관련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특히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는 언제든지 가능하고 또 항상 준비돼 있지만 저자세로 나가지는 않겠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 한동대 국제정치학부] “북한은 핵을 포기할 마음이 없고 결국 자기들이 유리한 협상, 굴복하지 않는 협상을 하겠지만 협상을 구걸한 생각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와서 치밀하게 대화까지 간다 생각 안하고 그리고 뭐 얻어 걸리면 저쪽에서 신호가 오면 하고…”

김 교수는 또 지난 2월 미-중 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합의 이후 중국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얼마나 적극 나설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북한이 이런 점을 노리고 미국이 대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식으로 미국과 중국, 한국 간 사이를 벌어지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 국면을 우회하기 위해 ‘유엔’이라는 국제적 다자무대를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본인의 고통을 국제적으로 호소하거나 자국의 핵 개발의 정당성, 이런 것들을 정치적으로 선전 및 시위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거죠. 그 이유는 일단 기후협약과는 상관없는 국가가, 북한이 생뚱 맞게 간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어젠다가 의제가 아닌 것은 확실하고…”

정 박사는 북한이 기존에 해오던 전통적인 방식으로 국제사회에 억울함을 호소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기후변화 관련 본회의에서 긴급발언을 신청해서 기후변화와 상관없는 자국의 정치적 입장을 일방적으로 설파할 수 있고. 두 번째는 프레스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어요. 그쪽에서 소위 ‘복도정치’라고 하는데 많은 국내외 외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정 박사는 현재 미국의 대북 제재 의지가 강경하고 대화 재개의 선제조건을 밝힌 만큼 미국이 리 외무상을 만날 이유가 없다면서 미-북 간 어떤 밀약에 의해 만난다고 해도 ‘통미봉남’이 언급되고 미국의 대북 제재 의지가 의심받을 수 있는 만큼 미-북 간 접촉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습니다.

정 박사는 아울러 리 외무상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례적으로 만날 수야 있겠지만 뾰족한 성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동국대학교 고유환 교수는 리 외무상의 이번 미국 방문은 초청받은 게 아닌 독자적인 행보인 만큼, 지금 상황은 리 외무상이 북한의 확고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방문일 수 있어요. 4차 핵실험 이후 제재 국면에 들어가 있는데 유엔과 미국 등이 대북 제재와 압박에 집중하게 되면 북한은 북한대로 핵 고도화로 제 갈 길 가겠다,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갔을 수도 있죠.”

고 교수는 리 외무상이 유엔이 북한의 요구사항은 들어주지 않고 국제사회의 우려사항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제재와 압박으로 나오는 것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호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고 교수는 아울러 북한은 미국과 최대한 대화로 풀려고 노력했지만 미국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추후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도발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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