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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국제역도대회, 태극기 게양·애국가 방송


14일 북한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 역도선수권대회시상식에서 두 개의 태극기가 나란히 올라가고 있다.
14일 북한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 역도선수권대회시상식에서 두 개의 태극기가 나란히 올라가고 있다.
북한 관영 TV가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스포츠대회를 중계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태극기와 애국가를 전파로 내보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이런 행동을 북한 특유의 평화공세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3년 아시안컵과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지난 14일 이곳에선 이례적으로 한국의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퍼졌습니다.

남자 주니어 85킬로그램급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한국의 김우식과 이영균 선수에 대한 시상식 때 연출된 장면이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시청할 수 있는 `조선중앙TV'는 다음 날인 15일 체급별 시상식 장면을 녹화중계하면서 해당 장면을 7초 가량 짧게 방송했습니다. 태극기는 먼 거리에서 작게 잡혀 선명하지 않았고 애국가도 첫 소절만 전파를 탔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종합 1등을 한 남조선의 김우식 선수 등에게 금은메달과 상장들이 수여됐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북한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에서 태극기와 애국가의 등장을 막았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8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축구 경기가 중국 상하이에서 치러진 것도 북한이 평양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역도대회에서 보이는 북한의 행동이 폐쇄적이던 이전의 태도에 비춰볼 때 파격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개혁개방의 신호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최진욱 박사는 한동안 한반도를 긴장 상태로 몰아갔던 북한이 전술적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특유의 평화공세 일환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최진욱 통일연구원 박사] “북한에서 한국 사람들이 와서 시합을 했다, 태극기를 게양했다 이런 게 북한 사람들에게 주는 충격보다는 오히려 한국사회에서 북한이 이렇게 노력을 한다, 이런 측면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겠죠.”

스포츠를 통해 정상국가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5일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한 사실이 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도 이런 효과를 노렸다는 설명입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스포츠 등을 매개로 한 평화공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용현 동국대 교수] “북측의 이런 행동은 결국 남북관계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와 내외에 과시하는 그런 차원에서의 행보로 봐야 하고 앞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와 함께 최진욱 박사는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한층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6자회담 재개 협상에서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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