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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유일사상 10대 원칙 있는 한, 민주화·시장화 불가능"


지난 7일 완공단계에 이른 '과학자살림집' 건설현장을 찾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자료사진)
지난 7일 완공단계에 이른 '과학자살림집' 건설현장을 찾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자료사진)
북한 당국의 `노동당 유일사상 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 개정을 바라보는 탈북자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분노와 냉소, 한숨 소리가 교차됐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에 10대 원칙이 있는 한 민주화와 시장화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탈북 난민 주모 씨는 미국에 정착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노동당 유일사상 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을 또렷이 외우고 있습니다.

[녹취: 주모 씨]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 하기 위하여 몸바쳐 투쟁하여야 한다….”

북한 지방관리 출신인 주 씨는 외부에 나와 성경책을 접한 뒤에야 10대 원칙의 허구와 세뇌 원리를 깨닫게 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주모 씨] “성경의 10계명과 같은 건데 거기다가 더 신격화 해서 김일성이를 우상화하고 다른 것은 마귀로 취급하는 것과 같죠. 이건 당과 수령께 모든 운명을 맡기고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살고, 완전 노예 굴종같은 거죠. 아예 질곡이죠. 질곡.”

북한 당국은 최근 노동당 유일사상 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을 39년만에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 내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김일성 주석과 같은 반열에 올리고 백두혈통을 강조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세습 당위성을 강조한 게 특징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런 10대 원칙이 북한에서 인권과 법치를 억압하는 최악의 도구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최고의 인권 탄압 원칙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가계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한다면 정치범 수용소에 가야만 합니다. 자유국가에서는 자기 지도자를 자기 손으로 뽑으니까 얼마든지 지도자 가족에 대해 말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 예를 들어 김정은이가 백두혈통이 아니라 실제 어머니는 고영희로서 후지산 혈통이라고 말한다면 총살형에 처해질 정도로 대단히 강제적이고 무서운 원칙이란 겁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법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10대 원칙이 헌법과 당 규약 위에 군림하면서 주민들의 사상과 행동을 전면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겁니다.

올해 초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갓 정착한 20대 탈북자 신모 씨는 한국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을 거리낌 없이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북한의 격차를 실감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탈북자 신모 씨] “(10대 원칙은) 말도 안되는 거죠. 북쪽에서 내가 살 때는 아 이런 체제니까 이렇게 응당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까 걔들이 하는 것 보니까.. 쉽게 말하면 개소리인 거죠. 그 게 남북한의 차이점인 거죠. 아마 북한에서 이명박, 박근혜 막 이렇게 욕했으면 감옥살이 30년? 아예 못 나오죠.”

탈북 난민 주모 씨는 많은 북한 사람들이 외부 정보를 통해 눈을 뜨면서 10대 원칙에 혐오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주모 씨] “혐오스럽게 생각하죠. 근데 공권력이 너무 삼엄하니까 말 한마디 못하구 숨도 못쉬고 살죠. 뒤에서 수근수근 거리겠죠. 앞에서는 말도 못하구.”

북한 대학교수 출신인 현인애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방문연구원은 엘리트 계층에서조차 10대 원칙에 근본적인 문제 의식을 갖는 사람은 아직 적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현인애 연구원] “내가 항상 실망하는 게 여기 나와서 보면 10대 원칙처럼 막연한 게 어딨어요? 근데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됐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구요. 다만 10대 원칙을 준수하는 데 있어서 이전보다는 철저하게 안 지키는 거죠. 10대 원칙이 진짜 막연한 원칙이거나. 이 게 진짜 세상의 악덕 중에 악덕 조항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별로 없다는 겁니다.”

한국에 정착한 많은 탈북자들조차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야 북한 우상화의 실체를 깨달을 정도로 세뇌의 뿌리가 깊다는 설명입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은 이런 배경 때문에 북한에 10대 원칙이 존재하는 한 북한의 자유민주화는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10대 원칙이 북한사회를 전근대적인 봉건사회로 이끌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원칙에 의해 북한에 동상과 사적관이 세워지고 그 것이 최고의 존엄으로 규정이 되고 하다 보니 자유세계에서 살아 볼 때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한심한 체제인가? 하지만 그 것을 어겼을 때는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에 지켜야만 했고. 이런 것을 볼 때 10대 원칙이 있는 한 북한의 민주화, 시장화, 자유화는 절대로 될 수 없다는 겁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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