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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국 독자제재 북한 선박, 주로 중국행... 울산항 입항하기도


지난 3월 필리핀 정부가 몰수한 북한 화물선 진텅(Jin Teng)호가 마닐라 북서부 수빅 만에서 정박해있는 모습. (자료사진)
지난 3월 필리핀 정부가 몰수한 북한 화물선 진텅(Jin Teng)호가 마닐라 북서부 수빅 만에서 정박해있는 모습. (자료사진)

미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 선박들은 여전히 아시아 영해를 자유롭게 항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외국 항구에 18차례나 드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북한 선박 27척 외에 추가로 12척을 독자 제재 목록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해외 영해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선박은 "빅토리 2'호 입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탄자니아 선적인 빅토리 2호는 17일 오후에도 북한 남포 항을 떠나 서쪽 방향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지 약 2주만인 지난 3월16일 미국의 독자 제재에 오른 빅토리 2 호는 지난 3개월 간 8차례 중국을 다녀간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 3월25일에는 중국의 펑라이 항에 입항했고, 4월 1일과 12일, 5월 24일에는 르자오 항에 도착했습니다. 또한 5월 2일과 12일, 23일과 이달 9일에는 란샨 항에 입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빅토리 2 호는 가장 최근인 9일 란샨 항을 떠나면서 AIS, 즉 선박자동식별장치 상의 목적지를 일본 타나베 항으로 입력한 뒤 실제로는 북한 남포 항으로 향했습니다.

미국의 제재를 의식해 남포 항이라는 실제 목적지를 숨겼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나머지 11척 중 압록강 호와 백마강 호 등 5척은 노후화를 이유로 더 이상 운항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무두봉 호는 지난 2014년 멕시코 정부에 억류돼 최근 몰수 결정이 내려진바 있어 역시 해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또 명산 1 호 역시 지난 2015년 이후 자취를 감춘 상황입니다.

남아 있는 4척의 선박은 당초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가 얼마 후 제외 판정을 받았던 JH 86 호와 그랜드 카로 호, 진태 호, 진텅 호입니다.

비록 유엔의 제재 대상 선박은 아니지만 이들 선박들은 미국 정부의 목록에서 제외되지 않아 여전히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 선박들 역시 가장 많이 향한 곳은 중국이었습니다.

JH 86 호는 지난 3월부터 총 3차례 북한 남포를 출발해 중국 스다오 항과 난동 항 등에 입항했고, 그랜드 카로 호 역시 같은 기간 총 3차례 중국 란샨 항 등에 입항 기록을 남겼습니다.

진태 호는 중국 자푸 항과 인도네시아 두마이 등 2곳을 다녀갔고, 또 지난 3월 유엔 제재 대상에 올랐을 당시 필리핀 당국에 억류됐다 풀려났던 진텅 호 역시 중국을 2차례 방문한 뒤 지난달 29일에는 한국 울산 항에 정박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독자 제재에 오른 선박들은 모두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등에 연관됐다는 게 미국 정부의 주장입니다.

특히 활발하게 운항 중인 빅토리 2호의 경우 북한의 부연 운송회사 소속인데, 미 재무부는 강원도 원산에 소재한 이 회사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물품을 운송했다는 점을 제재 이유로 밝힌바 있습니다.

재무부는 미국의 제재 대상 선박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재무부는 제재 위반과 관련해선 답변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재무부 산하 자산통제국(OFAC)은 계속해서 제재를 이행하고, 단속하는 것은 물론, 잠재적인 제재 위반을 감지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역시 ‘VOA’에 유엔 결의에 따라 (모든) 북한 선박을 수색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선박, 혹은 북한 선적이나 북한 선원이 승선한 선박들의 입항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제재 선박들이 가장 많이 입항한 중국은 이들 선박들의 입항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VOA’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미 외교부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특정 국가의 독자 제재를 따르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제재 대상 선박에 대한 입항 금지나 몰수 등의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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