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부. (자료사진)
한국 통일부. (자료사진)

한국 통일부가 2019년 진행한 탈북민 인권조사 결과 보고서를 비밀등급으로 분류해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정착 노력에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19년 북한인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3급 비밀’로 분류했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일부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 이외에는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도록 한 겁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과 2018년 보고서에 이어 3년 연속 인권조사 보고서가 비공개 처리됐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북한인권기록센터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새 센터장이 취임하면 공개 여부를 전반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비공개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정착 노력에 저해될 수 있고 탈북민 신상정보 보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보고서를 비공개 처리해 왔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법 2조엔 “국가는 북한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가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기초 조사를 바탕으로 정부와 민간,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북한인권 개선에 노력하라는 북한인권법 취지에 반하는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남북관계 고려라는 정치적 이유를 제기하는 것은 인권은 정치적 고려와 관계없이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것에 1차적으로 반하는 것이고요, 입법취지에도 반하는 것이고요, 민주당 정부가 법 통과에 동의했다는 자체에도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보려는 한국 정부로선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 제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 내에서 자행되는 반인도 범죄 행위를 담은 보고서의 특성 상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외한 보고서 발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남북한 주민들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게 남북 협력의 취지라면 북한 인권 문제를 그대로

두고 그게 가능한 일이냐며,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는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북한인권 문제는 어쨌든 공론화를 하는 게 중요하고 국제사회에서 서로 이슈를 공유하면서 그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게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중요한 개선책 중에 하나인데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인권 문제 자체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봐야 되는 거겠죠.”

한편 통일부는 탈북민 정착지원 교육기관인 하나원 입소 탈북민들에 대한 인권조사 연구용역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부기관에 맡기지 않을 방침입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정부기관인 하나원 내 교육생들에 인권조사는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센터가 수행하도록 돼 있다”며 “조사 인력이 부족할 경우 민간과의 협력이 가능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이 크게 줄어 올해는 북한인권기록센터만으로 충분히 진행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하나원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조사에서 배제된 북한인권정보센터 등 민간단체는 올해도 참여할 수 없게 됐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하나원 교육생들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백서를 만들어 온 민간단체들을 배제한 채 정부 차원에서 만든 조사 보고서를 비공개 처리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반발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지난 21년간 한국 정부와 매년 용역계약을 맺고 하나원 교육생들을 상대로 북한인권 관련 정보 수집과 조사, 백서 제작 등을 주도적으로 해왔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 내 인권침해 범죄들에 대해 추후 책임을 묻기 위해선 공신력을 갖춘 정부가 체계적으로 자료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에 대해서 차후에라도 반드시 책임을 묻고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되거든요. 이럴 때는 공신력 있는 자료의 수집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국가의

공신력이 적용된 자료의 축적이 필요하고 이럴 경우엔 국가가 북한 인권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신력을 부여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야 되거든요.”

조 박사는 민간단체들이 하나원에서 출소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며,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과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