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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부패인식지수 세계 최하위권…뇌물 강요 만연"


지난 1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신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지난 1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신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북한이 전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들에 속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탈북민과 전문가들은 생계 활동에 나서고 있는 일반 주민들에 대한 뇌물 강요가 북한 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북한의 국가청렴도가 전 세계 180개국 가운데 170위로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는 180개 나라의 국가청렴도를 조사해 28일 발표한 ‘2020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부패인식지수란 공공부문의 부패에 대한 정도를 0점부터 100점까지 점수로 환산한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청렴도가 우수한 나라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점수를 산출하는 데는 베텔스만재단, 세계경제포럼,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 정치위험서비스그룹 등 여러 국제단체들의 자료가 사용됩니다.

북한은 이번 조사에서 18점을 받았습니다.

북한의 경우, 각 부문에 대한 점수는 공개되지 않고 일부 부문에 대해서만 점수가 공개된 가운데, 정경유착 등 정치 부패를 따지는 정치위험관리그룹의 국가위험지수에서 15점을 기록하는 등 공개된 부문 대부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조사에서도 17점, 172위로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국가청렴도 1위는 88점을 기록한 덴마크와 뉴질랜드가 공동으로 차지했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85점으로 3위에 올라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습니다.

또 이번 조사에서 미국은 67점으로 25위, 한국은 61점으로 3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이 부패 문제와 관련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미국의 기업 위험관리 회사 ‘트레이스’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0 뇌물 위험 메트릭스 보고서'에서 북한이 194개국 가운데 꼴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대니얼 콜린지 유엔 인권관은 지난 2019년 보고서 ‘권리의 대가’를 발표하면서 북한 관리들의 무분별한 체포와 위협은 생존을 모색하는 취약계층에게 뇌물을 강요하는 강력한 수단이라며 북한의 만연한 뇌물과 부패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콜린지 유엔 인권관(지난 2019년)] “The report finds that in effect this threat of arbitrary arrest and the harsh consequences that follow provide state officials with a powerful means to secure bribes from a vulnerable population, seeking to eke out an existence so rudimentary market activity.”

지난 2017년 12월 북한 청진의 장마당.
지난 2017년 12월 북한 청진의 장마당.

유럽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박지현 씨는 28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에선 '뇌물' 문제가 일반 주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일상적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여행증명서를 떼려고 하면 이를 관리하는 사람들한테 몰래 뇌물도 주고. 장사를 하려면 동 안전보위지도원들에게 당연하게 뇌물을 주니까...한 번씩 장사를 갔다 오면 보위 지도원들이 꼭 찾아와요. 그러면 무조건 달라는 거죠."

특히 북한 내부에서는 적은 액수의 뇌물 문제가 워낙 만연해 있어서 이를 당연히 여기기까지 한다며, 다른 나라들처럼 이 문제를 신고하는 체계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조나단 코라도 '코리아소사이어티' 정책 담당 국장은 북한 정권의 운영 특성상 북한 관리에 대한 낮은 봉급, 감시 수단 부족 등으로 인해 비공식적인 시장 경제에 참여하는 주민들에 대한 착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라도 국장] "The low salaries of state officials and a lack of oversight mean that people, especially those participating in the informal or market economy, are quite vulnerable."

코라도 국장은 또 2019년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8%의 응답자가 자신들의 수입 가운데 10~30% 가량을 뇌물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며 이는 앞선 해에 비해 15%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라도 국장은 이와 같은 뇌물 문제는 비단 북한 주민들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에게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뇌물을 줘야 하는지 가늠하기 힘들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라도 국장] "This kind of environment does not just hurt North Koreans; it also deters foreign investors, who complain that it is difficult to know who and how much to bribe in order to get things done."

한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 사회 내부의 부패 문제는 객관적인 사실이지만 이를 다른 각도에서 평가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뇌물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돈주'를 통한 뇌물 전달인데, 북한 경제 체제에서 '돈주'가 맡고 있는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녹취: 고스 국장] "'Donju' played a very vital role in sustaining this regime, critical to how the 'Donju' operate is through bribery. That's how things get done how buildings are built how products are produced how things are brought into the country.

고스 국장은 ‘돈주’를 통한 뇌물을 이용해 건물이 지어지고 물건이 만들어지며 물건들을 북한으로 들여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이것은 명백한 뇌물이 맞지만 경제 운영의 원리라는 북한의 관점에서 이 부분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면서 현재 북한의 부패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수단이 충분하지 않다며 이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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