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디 웜비어와 신디 윔비어 씨가 22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디 웜비어와 신디 윔비어 씨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북한 자산을 압류해, 아들을 사망하게 만든 책임을 묻겠다는 오토 웜비어 가족의 시도가 정권의 비자금을 겨냥한 효율적인 제재 방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미 대북제재 강화법 제정 과정에 참여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동결된 북한 관련 자금을 배상금으로 받아내려면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정권의 현금줄을 차단하는 중요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로부터 북한 자산 압류 요건과 파급력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는 북한 관련 자금을 찾고 있는데요. 북한 정권을 옥죄는 효율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스탠튼 변호사) 얼마나 찾아내느냐에 달렸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판결한 배상금 규모가 15억 달러에 달하니까요. 여기에는 이스라엘 로드공항 테러 사건, 김동식 목사 (납치 사망) 사건, 오토 웜비어 사건,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북한의 물질적 지원 관련 소송이 포함됩니다. 원래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법의 원칙인데,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는 순간부터 예외가 적용됩니다. 테러지원국으로부터 피해를 본 사람은 미 법원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죠. 따라서 북한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계속 쌓여가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데, 돈을 받아낼 방법이 있습니까?

스탠튼 변호사) 재무부가 동결한 북한 자산을 압류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입니다. 다만 자동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동결 자금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소유주의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동결된 자금도 모두 북한 정부의 소유가 아닙니다. 여러 제재에 따라 북한과 ‘관련된’ 자금이 동결될 수 있는데, 가령 중국 회사가 북한의 마레이징강 구매를 돕는 상황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쓰이는 품목으로, 해당 중국 회사의 자금은 동결될 수 있습니다. 이건 북한 자금이 아닙니다. 따라서 재무부가 동결하는 자금을 판결 채권자(judgment creditors)가 반드시 회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기자) 모두 대북 제재 위반 자금이지만 제삼자의 돈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거군요.

스탠튼 변호사) 대부분의 자금은 뉴욕의 은행에서 동결되는데, 이럴 경우 미 연방법은 채무자의 돈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뉴욕 법을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 기업이 북한 기업에 전신 송금하는 중간 과정에서 동결된 자금은 일반적으로 북한 자금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채권자가)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경우는 (제삼자로부터) 북한에 대한 전신 송금이 완료됐거나 북한으로부터 전신 송금된 돈이 중간 과정에서 동결됐을 때입니다. 이것이 미 재무부가 국무부를 대신해 내린 해석입니다. 따라서 이제 웜비어 가족은 동결 자금이 북한 돈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기자) 복잡한 절차가 남았지만, 웜비어 부모의 시도가 북한 자금을 겨냥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스탠튼 변호사) 그렇습니다. 북한 정부에 15억 달러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물론 15억 달러를 모두 회수할 수는 없겠지만 더 많은 자금을 회수할수록, 함부로 해당 자금에 대한 동결을 해제해 북한에 돌려주는 일이 적어집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7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된) 북한 관련 예금을 해제해 돌려줬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이 실수였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북한 관련 자산 약 7천만 달러를 차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역시 모두 북한 돈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북한 돈은 그중 3분의 1일 수도 있고 절반일 수도 있고 3분의 2일 수도 있습니다. 가령 절반이 북한 자산이라면 북한은 판결 채권자의 소유가 된 3천5백만 혹은 3천 6백만 달러를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자) 웜비어 가족이 북한 자산을 겨냥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스탠튼 변호사) 동결 자산을 찾아낸 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웜비어 가족, 혹은 다른 판결 채권자는 개별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북한의 다른 자산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C4ADS 등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북한 자금을 추적하는데 놀라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재무부가 신속히 추적하지 못하고 있는 돈을 말입니다. 이런 시도는 제재 노력을 거의 민영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자) 전 세계에 은닉돼 있는 김정은 일가의 비자금에 대해선 그동안 많은 보도가 나왔지만, 실체는 불분명하지 않습니까?

스탠튼 변호사) 김정은 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은닉돼 있는지 추측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북한 자산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유럽, 중동 등에 흩어져 있다는 믿을 만한 보도는 오랫동안 나왔습니다. 저는 법무부 서류와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참조할 뿐인데, 김정은의 비자금이 스위스 은행에 예금돼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식 서류를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로서 그 어떤 것도 자식을 잃은 슬픔을 대체할 순 없습니다. 웜비어 가족도 돈이 목적이 아니라 정의를 찾기 위해 나선 겁니다. 자식을 죽인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도록 말입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선 결국 북한의 해외 비자금을 정조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스태튼 변호사) 전적으로 그렇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런 방안을 지지해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 정부 자산을 동결해 에스크로 계좌에 묶어놔야 합니다. 핵무기를 비롯해 요트와 리무진 등 사치품 구매에 쓰이고, 주민의 안위를 신경 쓰지 않는 북한 정부가 기능하는 데 필요한 여러 수단으로 이용되는 자금입니다. 이를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 의료 시설 확충, 의약품 구매 등을 위해 동결하는 겁니다. 북한 정부가 철저한 감시 아래 이 돈을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하는 데 쓰게 하려면 북한이 재정적 압박을 크게 느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기자) 대북제재 강화법 입안을 비롯해 미 의회의 입법 과정에 관여하셨는데요. 의원들은 북한 정권을 겨냥한 웜비어 부모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봐야겠죠?

스탠튼 변호사) 그렇습니다.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과 크리스 밴 홀른 민주당 상원의원은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딴 법안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이제 재무부가 이 법을 이행하기 시작하면서 각종 규제를 발표하고 제재를 대대적으로 갱신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조치를 취하도록 정치인들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 웜비어 부모처럼 미 정치권을 움직여 북한에 직접 책임 추궁을 하는 피해자는 처음입니다. 북한에 어떤 메시지가 되리라고 보십니까?

스탠튼 변호사) 북한은 사람을 살해하고도 오랫동안 처벌을 피해왔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이는 불가사의한 일이지만, 이번 만큼은 북한이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관을 지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로부터 웜비어 부모가 시도 중인 북한 자산 압류의 구체적인 절차와 실효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