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 파주 접경에 육군 K-9 자주포가 배치돼있다.
7일 한국 파주 접경에 육군 K-9 자주포가 배치돼있다.

미-한 연합군사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경제난 타개를 위한 내부 단속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다음주 방한 행보를 주시하며 도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미-한 연합훈련이 12일로 닷새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는 18일까지 9일 일정으로 치러지는 것을 감안하면 반환점을 돈 셈이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당국 차원은 물론 북한 관영매체들도 연합훈련에 반발하는 기사를 내보내지 않고 당면한 경제난 타개를 위한 내부 단속용 기사들만 연일 다루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자 1면 머릿기사로 인민경제 수행에 대한 당의 방향타 역할을 강조하는 기사를 실었고, 11일엔 농사철에 돌입하면서 올해 농업 목표 무조건 달성을 촉구하는 기사를 가장 크게 다뤘습니다.

한국 군 당국 관계자는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북한군도 동계훈련 중이지만 도발 징후 등 특이동향은 없다”며 “지속적으로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지난 1월 8차 당 대회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합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의 하나로 꼽으며 직접 중단을 요구한 점을 감안하면 북한도 도발에 따른 득실을 놓고 계산이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인데다 경제난 심화로 내부 사정이 다급한 탓에 북한이 섣불리 도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다음주로 예정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행보에 북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 안팎의 사정이 선뜻 도발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고 이번 연합훈련이 야외기동 훈련이 배제된 축소된 형태로 진행되면서 북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며, 특히 미국의 두 장관 방한 결과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다음주 중에 또 블링컨, 오스틴 장관이 오잖아요. 그리고 거기서 어떤 내용이 정리가 돼서 발표가 되고 그것이 북한이 불편하다면 훈련이 다음주 목요일까지 진행이 되니까 아직은 시일이 좀 남아있긴 하죠

조한범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미 국무〮국방 장관의 방한은 북한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야 할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저강도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물리적 도발에 나설 경우 득 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게 북한의 고민이라는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관료들이 지속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기 때문에 저강도 도발이라고 해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한층 경색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은 사실 북한에 대한 불신이 크고 트럼프 정권에 비해 북한에 대해서 강경하거든요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거리 발사체를 묵인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긴장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단거리 발사체라고 하더라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에요. 판을 완전히 깨거나 그러진 않겠지만 트럼프 행정부보다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일 거거든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국무 국방 장관 방한 결과로 나올 대미 메시지뿐 만 아니라 한국의 대중 전선 참여 문제나 미-한-일 공조 문제 등도 예의 주시하면서 향후 대응 방향을 저울질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 교수는 특히 방한 일정을 마친 직후인 오는 18일 블링컨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갖는 회의를 북한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미-중의 모습들을 일단 볼 것이고, 한-미 동맹이 어느 정도 굳건함을 보여줄 것인가 또 한-미-일 협력을 어떻게 열 것인가 그런 내용들에 관심을 갖겠죠. 그래서 자신들이 치고 나갈 때 과연 어떤 수준에서 한-미 혹은 한-미-일이 협력을 할 것이냐 또 여기에 미-중이 어떻게 작동할 것이냐 북한도 국제정세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을 하니까 그런 셈법과 계산을 복합적으로 하지 않을까 싶네요.”

박 교수는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침묵은 도발을 준비하는 조짐일 수 있다며, 미-중 갈등의 전개 과정 또한 북한의 도발 여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