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제50차 미-한 안보협의회의(SCM)가 열린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미군 의장대원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제50차 미-한 안보협의회의(SCM)가 열린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미군 의장대원들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소송과 재검표로 당선인 확정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한 동맹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달라진 안보 환경에 맞춰 양국 관계를 재조정할 것을 주문하면서 ‘중국 변수’에 대한 한국의 태도를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에서 미-한 동맹의 역사적 상징성과 특별함을 부인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습니다. 점차 표면화되고 있는 이견과 간간이 노출되는 긴장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얻는 실익이 상당하다는 공감대 때문입니다.

“미-한 두 나라 모두 동맹을 통해 이득을 얻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그럴 것”이라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의 평가는 양국 동맹을 장기적 ‘윈윈’ 구조로 보는 미 조야의 시각을 반영합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 “As for ROK-US relations, both countries derive benefit from the alliance and will continue to for some time to come. The focal point of the threat they have agreed to address right now comes from the DPRK, but that may not always be the case. The interests of allies will determine how the alliance evolves over time.”

다만, 갈루치 전 특사는 “두 나라가 당장 다루기로 합의한 위협의 초점은 북한으로부터 제기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가면서 동맹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동맹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갈루치 특사가 지적한 “동맹의 진화”를 가져올 핵심 요인은 ‘중국 변수’라는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 되든 미 차기 행정부에서도 미-한 동맹 유지에 우선순위를 두되, 대 중국 견제 전략 속에서 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공동 대응 방향을 재설정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새 아시아 전략에 한국의 호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강도와 표현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비교적 뚜렷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의 부정적 반응을 의식해 즉흥적이고 단기적인 결정을 내리거나 애매한 줄타기를 하는 대신 미국이 구상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새판에 동맹국으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는 주문입니다.

9일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이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만났다.

4성 장군 출신으로 퇴역 이후에도 미 국방부 자문 역할을 해 온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일관적으로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인사입니다.

벨 전 사령관은 VOA에 “한국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민주주의로 남으려면 중국의 영역 아래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마르크스주의 전체주의 정권으로, 러시아의 소비에트연방 수립 때와 마찬가지로 인접국을 통제하에 두고자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If South Korea intends to remain a free and independent democracy, it must ensure that it does not fall under the domination of China. China is a Marxist totalitarian regime and seeks to bring bordering and nearby countries under its control not unlike Russia did in establishing the Soviet Union...If, however, South Korea seeks to strengthen its relationship with China at the expense of its relationship with the United States, the outcome for South Korea will be disastrous for its future as a free and independent nation.”

더 나아가 “만약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면, 자유롭고 독립적인 나라로서의 한국의 미래에 처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벨 전 사령관은 “이런 이유로 미국과의 동맹을 미래에까지 강화해야만 자유롭고 민주적인 한국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동맹이야말로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Because of this, a free and democratic South Korea can remain so only if it buttresses its Alliance with the United States into the future. Therefore and clearly, it is in South Korea's most profound national security interests to strengthen its Alliance with America. The burden for pursuing this lies with South Korea first and foremost. Thus it is up to South Korea to tackle its differences with the United States, rather than the United States seeking to shore up its differences with South Korea.”

따라서 “이를 추진할 부담은 누구보다도 한국이 져야 한다”며 “미-한 간 이견을 풀어야 할 당사자는 미국이라기보다는 한국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벨 전 사령관의 직설 화법과 달리 한국의 ‘재량’과 ‘선택’에 무게를 두는 듯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중국을 의식한 잘못된 결정이 한국의 미래에 미칠 부정적 결과를 경고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중국과의 근접성에 대해 균형을 잡아주는 (미국과의) 장기적 동맹으로부터 혜택을 얻는다”면서도 “궁극적으로 결정은 한국의 몫”이라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I think South Korea benefits from a long-term alliance that provides some counterweight to its proximity to China. But that is ultimately a choice for South Koreans to make.”

오핸론 연구원은 “하지만 미군은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절대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한국은)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아마 북한의 위협이 적어도 부분적으로 완화된 뒤에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However, if we ever do pull US forces out of Korea, I don’t think we’d ever go back. So the decision should be made with great care, and presumably only after the North Korean threat is at least partly defused.”

이처럼 ‘미-한 동맹’은 외교적 수사에 능한 워싱턴의 전문가들이 분석과 정책 제안 사이에 끼워 넣는 ‘정치적으로 옳은(politically correct)’ 표현의 행간을 읽어야 하는 대표적인 현안입니다.

주한미군 제 23 화학대대 소속 501 중대가 지난해 11월 한국군과 진행한 연합훈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US 501st CBRNE Company - Technical Escort / Facebook.

앤드루 여 미국 가톨릭대학 교수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거듭 표명해 온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확정된다면 현재 미-한 동맹이 직면한 몇 가지 도전 과제들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더 쉽게 다뤄질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것과 같은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를 들었습니다.

[앤드루 여 미국 가톨릭대학 교수] “Some of the challenges currently facing the US-ROK alliance will be more easily addressed, at least on the surface, under Biden, who has repeatedly expressed strong support for US alliances in Asia. A Biden administration would not make the same demands as SMA as Trump.”

하지만 여 교수가 전제한 대로 이는 “표면적인” 차이점일 뿐입니다. 여 교수가 실제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략적 환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누가 백악관에 입성해도 한국과 미국은 동맹을 단지 재강화하는 게 아니라 재보정해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앤드루 여 미국 가톨릭대학 교수] “However, the strategic environment is shifting, and regardless of who is in the White House, the ROK and the US may have to recalibrate, not just reinvigorate alliances.”

더 나아가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안보협력체) 쿼드와 같은 새로운 전략적 제휴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단기적으로 중국의 환심을 살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소 고립 상태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벨 전 사령관과 오핸론 연구원이 경고한 오판에 따른 부정적 결과와 맥을 같이합니다.

[앤드루 여 미국 가톨릭대학 교수] “China's actions in the region speak for themselves, and while ROK inaction on new strategic partnerships such as the Quad may ingratiate themselves with the Chinese in the short run, over time, South Korea might find itself somewhat isolated.”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중국 변수’에 대한 시각차를 줄이고 중국의 공격적 대외 정책에 대비할 미-한 간 논의가 미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심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은 정부 전체와 정부 대 정부 사이에서 주도되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중국 정책 조정에 관해 상당한 정도의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미국과 한국이 중국에 대한 정책 조율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과 시점, 의제를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스콧 스나이더 CFR 선임연구원] “The US and ROK need a substantial dialogue on policy coordination toward China as part of a whole-of-government and government-to-government led effort. This dialogue would seek to determine how, when, and on what issues the US and ROK can most effectively coordinate policy toward China.”

미 전직 관리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이 이처럼 미 차기 정부 출범 이후의 미-한 동맹과 한국의 대중 접근법에 특히 집중하는 데는 “앞으로 미국을 계속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수혁 워싱턴주재 한국대사의 지난달 발언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대사를 잘 아는 미국의 전 외교 당국자들은 해당 발언의 파장과 워싱턴 내 부정적 반응이 미-한 동맹을 약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언의 의도가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대신 해명하고 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수혁 대사의 발언은 옳다”면서 “주한미군은 손님이며 동맹은 궁극적으로 공동의 가치와 원칙에 달렸다는 것을 미국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The Ambassador is correct, of course, and it is important for the United States to understand that our soldiers stationed in the ROK are guests and that the alliance ultimately depends on shared values and shared principles.”

특히 “(미-한) 동맹은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뿐 아니라 동일한 가치와 원칙을 계속 공유한다”며 “다른 위협은 훨씬 덜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호의를 가진 양측 국민이 두 나라 간 어떤 일시적 차이라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I believe that the alliance continues to share the same values and principles, as well as a growing threat from the DPRK. Other threats are far less important. People of goodwill on both sides ought to be able to overcome any transient differences the two sides may have.”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도 “이 대사의 발언은 문맥을 무시하고 보도된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이 자신의 의지로 동맹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게 그가 말하고자 한 요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선임부소장] “Ambassador Lee’s statement was taken out of context. The U.S. knows Korea will choose the alliance –of its own volition. That was his point...The best response would be to demonstrate that Korea is a valuable ally beyond the peninsula.”

그러면서 미 차기 행정부에 대한 “최선의 반응은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귀중한 동맹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전직 관리들이 미 차기 행정부에 이처럼 미-한 동맹의 적절한 관리를 당부하는 것은 ‘중국 변수’와 안보 관련 협상이 핵심 현안이긴 하지만 당장 동맹의 근간을 훼손하기에는 조정의 여지가 남았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는 “미-한 동맹은 한국전쟁의 시련 속에서 구축됐으며, 이 특별한 관계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 “The U.S.-ROK alliance was forged in the crucible of the Korean War; this special relationship continues to this day, as it will into the future. The special bond between our country and people is unique and durable. This in no way should detract from South Korea's interest in maintaining good relations with China, given the amount of trade and interaction it has with the PRC. So, issues like SMA and troop levels and OpCon will not detract from our close and enduring alliance.”

그러면서 “두 나라와 국민들 간 특별한 유대는 독특하고 오래 지속하는 것으로, 무역량과 교류를 고려해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는 한국의 이해관계를 손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미-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과 주한미군 규모, 전시작전통제권과 같은 문제가 우리의 밀접하고 지속성 있는 동맹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은 미군 주둔 비용을 공정하게 분담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만약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확정될 경우 새 행정부는 주한미군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 한국이 상당 수준의 방위비를 추가 분담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근거 없는 과도한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 그리고 한국은 이미 북한의 침략에 대한 방어를 위해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The ROK can and should pay its fair share to underwrite the costs of U.S. troops on the Korean Peninsula. But, unlike the Trump administration, the Biden administration should recognize (1) the U.S. military presence in Korea is also in the interest of the United States, (2) Seoul has indicated it is prepared to pay significantly basis in reality, and (3) the ROK already bears the larger burden in defending itself against North Korean aggression.”

또한 “미 차기 행정부는 특히 쿼드 등의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협력국인 중국을 화나게 하거나 소외시키는 위험을 감수하기를 매우 꺼린다는 점을 인정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On the Quad and South Korea...administration should tread cautiously, recognizing that the ROK is deeply reluctant to risk angering and alienating China, its largest trading partner and a country whose cooperation is essential to dealing with North Korea. Nevertheless, the U.S. is right to press Seoul to support in an appropriate way the values being promoted as the U.S. and its partners argue for a free and open Indo-Pacific.”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주창하며 증진 중인 가치들을 한국이 적절한 방식으로 지지하도록 미국이 압박하는 것은 옳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