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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중국, '단계적 비핵화 방안' 지지할 것...현 상황 미국에 협조할 동기 없어"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중앙)과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왼쪽),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1일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미한일 외교차관 협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중앙)과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왼쪽),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1일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미한일 외교차관 협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했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25일부터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할 예정입니다. 북한 문제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바이든 정부의 ‘점진적,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지지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현재 미국에 협조할 동기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있는 가운데 오는 25일 중국을 방문하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대북 접근법에서 중국 측과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셔먼 부장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방문하는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중국, 단계적 접근법 지지할 것”

1990년대 북한과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21일 VOA에 미국과 중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보좌관] “So there’s an overlap and I think in substance, the principal overlap seems to be that both sides see denuclearization as a long term objective that has to be approached incrementally.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made clear that it supports an incremental approach that begins with practical steps to limit the North’s capabilities and I think China very much will support the idea of incremental steps...”

아인혼 전 특보는 “중국과 미국 모두 비핵화가 장기 목표라고 생각하는 공통분모가 있다”며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능력을 제한하는 실용적 조치들로 시작하는 점진적 접근법을 지지한다고 분명히 밝혔고, 중국도 점진적 접근법을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중 양측의 (대북) 협상 접근법이 수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쌍궤병진’과 ‘쌍중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쌍궤병진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병행 추진하는 것을 말하고, 쌍중단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과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모두 중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USIP 선임연구원은 21일 VOA에 “미국의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이 중국의 쌍궤병진과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엄 연구원] “I think the U.S. approach of the calibrated and practical approach should align pretty well with China’s support for a parallel track process. I think the U.S. is open to a phased process that ultimately ends in an interim deal that includes focus both on denuclearization and confidence-building measures.”

엄 연구원은 “미국이 단계적 절차를 통해 비핵화와 신뢰 구축에 집중하는 잠정합의에 이르는 방안에 열려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그러나 “쌍중단은 더 어려운 문제”라며 “미국은 동맹인 한국과의 군사훈련이 준비태세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1994년 북 핵 1차 위기 당시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도 21일 VOA에 “중국과 미국은 (미-북) 관계정상화와 비핵화 절차에서 연계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과 진전을 내기 위한 좋은 방안에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t sounds to me as though both the Chinese and the U.S. see a connection between the process of normalization and the process of denuclearization, and that suggests that they should be able to reach agreement on a good way to move forward with the DPRK.”

“중국, 미국에 협조할 동기 없어... 현상유지 만족”

반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현재 중국은 한반도 상황의 현상유지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status quo for China right now is an acceptable one. And that status quo is N Korea is going to remain a nuclear-armed country, N Korea is not currently testing long-range ballistic missiles or nuclear weapons, nor is it engaging in major provocations. And as long as that continues to be the case, I don’t see there’s much incentive for Beijing to engage the United States in any cooperative fashion on the Korean peninsula, particularly given the terrible state of U.S.-China relations.”

중국은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실험하지 않고, 대규모 도발을 하지 않는 상황이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북한이 핵무장국으로 남는 것을 의미한다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북한이 2021년 3월 25일 한반도 동해상으로 발사한 신형전술미사일
북한이 2021년 3월 25일 한반도 동해상으로 발사한 신형전술미사일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런 상황이 유지된다면 중국이 한반도와 관련해 미국에 협조할 동기가 없고, 특히 미-중 관계가 ‘지독하게 나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계속 미국을 자극하고 안보 부담이 되는 상황을 중국 지도부는 긍정적으로 여길 것”이라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박사도 “중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현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Only if the Chinese think it’s in their interests. I mean the U.S. and China are not going to do any favors for each other. So both countries will act to cooperate if it serves their own national interest..."

중국은 자국의 이해에 부합할 때만 미국에 협력할 것이며, 미국이나 중국 모두 서로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이는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특히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될 때 미국의 안보동맹 체계도 종료되길 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없애는 동시에 미-한 안보동맹도 종식시키려는 협상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제재 수정 가능성 담은 ‘가역조항’... 바이든 정부 입장은?

중국의 대북정책의 또 다른 축은 제재 완화입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가역조항’ 반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가역조항’은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 28항 ‘북한의 행동에 따라 관련 조치들은 강화, 수정, 중단되거나 해제될 수 있다’는 규정을 말합니다. 중국은 여기에서 제재 ‘중단’과 ‘해제’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비핵화 진전에 따른 대북 제재 완화에 유연한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 think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signaled its willingness to either remove or relax certain pressures in exchange for acceptance by N Korea of nuclear and missile limits.”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핵과 미사일 제한을 받아들이면 일부 압박을 제거하거나 완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바이든 정부는 비핵화 진전에 대응해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며, 트럼프 정부나 오바마 정부 때도 같은 입장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중국이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은 제재 완화와 관련해 유연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key stumbling block has been North Korea’s unwillingness to take the substantial steps towards denuclearization that could be rewarded or responded to with significant easing of economic and other sanctions.”

프랭크 엄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와 이행에 있어 ‘적합한 공식’을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며, 일부 제재 완화를 고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일방적인 제재 완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엄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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