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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대북 전단 살포 규제법 추진 찬반 논란


지난 2016년 3월 탈북자들이 경기도 파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살포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6년 3월 탈북자들이 경기도 파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살포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 내에서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접경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해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의 접경에 위치한 한국 내 10개 지역 시장과 군수들은 5일 통일부에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해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대북 전단 살포가 긴장 완화와 갈등 해소,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하는 접경 지역 주민들의 바람과 여망을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이런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령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에 대해 “접경 지역 주민들의 평화와 경제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보가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접경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국민 다수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긴장 조성 행위에 반대할 것”이라며 전단 살포 규제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접경 지역 긴장 해소 차원에서 전단 살포 규제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혜실 부대변인] “정부는 남북 간 모든 적대행위의 중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등 남북 합의를 이행하고 접경 지역의 주민 보호와 평화적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법률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런 차원에서 접경 지역의 긴장을 조성해 주민 안정을 위협하고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한 규제 방안도 포함할 계획입니다.”

조 부대변인은 다만 전단 살포 금지법과 같은 대북 전단 문제에 한정된 법 제정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 전단 살포를 법으로 규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김여정 하명법’을 만들려 한다고 주장하며 `역대급 굴종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조태용 의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의 교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북한의 요구에 응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태용 의원] “자유가 없는,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북한이 문제를 삼는 것은 늘 해오던 일입니다만 거기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 충돌되는 일을 하겠다는 것으로 생각되고, 저로선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앞서 4일 `노동신문’을 통해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막는 조치를 요구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는 같은 날 “접경 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도 전단 살포를 “백해무익한 행동”이라며 “안보에 위해를 가져오는 행위에는 정부가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 독재체제의 실상을 알리려는 민간 차원의 자발적 행동으로, 법으로 막을 일이 아니라면서 접경 지역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문제는 별도의 대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김근식 교수] “부작용을 거론해서 전단 살포를 막는다는 것은 제가 볼 때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죠.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까 기술적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지 부작용이 있으니까 원천봉쇄하겠다 이것은 제가 볼 때 굉장히 편의주의적 발상이고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접경 지역에서의 상호 비방과 적대 행위를 금지한 4.27 판문점 선언과 상반되게 북한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행위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차원에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다만 정부의 규제가 대북 전단 행위 전반을 대상으로 하기엔 국민적 공감대 등 검토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며 접경 지역 안전에 초점을 맞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기본정신은 남북 합의를 지키는 것이고 남북 합의는 접경 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이나 군사적 긴장 고조를 막자는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기초해서 정부 당국도 방침을 정하는 게 좋고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원재천 교수는 접경 지역 안전을 위한 제한적인 규제 법령이라도 국민 개개인의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정도의 합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원재천 교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특정 권리를 제한하는 게 과연 헌법적 권리를 제한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었느냐 그리고 실제로 피해가 있었느냐 그런 것에 대한 논의와 심리가 있겠죠.”

원 교수는 남북한 모두 유엔 시민적 정치적 규약 가입국으로서 국가 간 합의나 조약을 근거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법 제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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