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한 지 3년이 됐습니다. 당시 회담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미-북 협상에 실질적 진전은 없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싱가포르 합의는 존중하지만 ‘트럼프식’ 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부터 미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현재까지의 상황을 박형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3년 전인 2018년 6월 12일, 전 세계의 이목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 쏠렸습니다. 

이날,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적대관계에 있던 미국과 북한 최고 지도자의 첫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feel really great. We’re going to have a great discussion and, I think, a tremendous success. It will be tremendously successful. And it’s my honor. And we will have a terrific relationship, I have no doubt.”

[녹취: 김정은 위원장]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 차원의 첫 합의인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4개항의 이 공동성명은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 노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 미군 유해 송환’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로써 2017년 북한의 거듭된 무력 도발과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대북 제재, 여기에 ‘화염과 분노” 등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수사가 더해지며 악화일로에 있던 미-북 관계는 본격적인 화해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비핵와와 관련한 미국의 구체적인 요구에 북한은 “강도 같은 주장”이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260여 일 만에 두 정상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나 핵 담판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합의 결렬로 끝났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But we had to walk away from that particular suggestion. We had to walk away from that.”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나쁜 합의’를 선택하는 대신 협상장을 “나와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 대가로 주요 대북 제재 5건의 해제를 제안했지만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는 ‘빅딜’을 요구했습니다. 

하노이 합의 결렬로 미-북 협상이 파국 위기에 놓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며 이를 동력으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회동’을 전격 성사시켰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분계선을 넘어서 우리 땅을 밟았는데,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두 정상이 판문점 회동에서 실무 협상 재개에 합의하면서 양측의 비핵화 협상은 극적으로 교착 상태를 벗어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그 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 협상에서 이번에는 북한이 먼저 결렬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양측의 대화는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일각에서는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 회담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점치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재선 실패로 ‘트럼프식’ 대북 외교는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적어도 28차례 친서를 주고받고 세 차례 회동하는 등 `톱 다운’ 외교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전략과 실무 협상 부재 속에 정상간 친분에만 의지해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비판을 끝임없이 받았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성과로 과시했지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여전히 진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강하게 비판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포함해 기존 미-북·남북 간 약속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식 정상회담에 대해선 거듭 선을 그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We'll see. If he made any commitments, I would meet with them and if there was a commitment on which we met. And the commitment has to be that there's a discussion about his nuclear arsenal.”

김정은 위원장의 분명한 ”비핵화 약속”이 전제돼야 만날 수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북한에 “국제적 인정과 합법성”만 부여해주는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과 “동맹과 공조”, “최대한의 유연성” 등을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로 제시하며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 조건으로 내걸었던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화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