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한 마을에 23일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북한은 최전방지역에 대남 심리전 수단으로 재설치 작업을 벌였던 확성기 방송 시설을 사흘만에 모두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한 마을에 23일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북한은 최전방지역에 대남 심리전 수단으로 재설치 작업을 벌였던 확성기 방송 시설을 사흘만에 모두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발표에 긍정적 신호의 출발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까지 한반도 긴장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단계적으로 관철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대남 강경 일변도이던 북한이 갑자기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데 대해 “긍정적 신호의 출발”이라고 평가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협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을 만나 “정부는 남북 간 합의를 준수해야 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개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결정적인 단계에서 군사 조치를 보류한 행위 자체는 긍정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며 “향후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상호 관심사들이 협의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17일 대변인 발표를 통해 금강산과 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비무장지대 초소 진출, 전방지역 훈련 재개, 대남 전단 살포 지원 등 4개 군사행동 계획을 밝혔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5차 회의 예비회의를 주재해 이 계획들을 전격적으로 보류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조치로 북한은 최전방지역에 대남 심리전 수단으로 재설치 작업을 벌였던 확성기 방송 시설을 사흘만에 모두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조선중앙TV’ 등 북한 대내 매체들도 이틀째 대남 비난 기사를 단 한 건도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24일 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명의로 담화를 내고 군사행동 보류의 배경을 언급했습니다.

북한 관영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이 담화는 한국 정부의 이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점쳐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대남 비난 담화를 낸 이후 20여일 간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듯 했던 북한이 돌변해 한발 물러서며 한국 정부에 공을 넘긴 겁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를 한반도 긴장 완화 차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대적 행위 포기를 약속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대응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대미전략 차원에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남북 간 긴장관계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박사는 북한이 태도를 갑자기 바꾼 데 대해,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주도한 대남 공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기에 지나치게 급하다고 판단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남북관계 파국은 북한에게도 실익이 없다며 북한도 이를 알고 앞으론 단계적으로 요구조건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성렬 박사]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이 일에 대해서 김여정이든 김영철한테 위임을 했겠죠. 남쪽을 한번 손봐라. 전체 그림으로 본다면 제가 볼 때 단계적으로 연말까지 올라가야 되는데 20일밖에 안됐는데 최고조로 긴장을 높여버리니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고 그 얘기는 어느 정도 속도는 조절하지만 북한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는 것 같진 않고요. 다시 이제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겠죠.”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북한이 대남 공세를 펴는 과정에서 산발적으로 제기한 대남 요구들의 대부분은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라며, 북한은 이에 대한 기대 보다는 당분간 한반도 긴장 유지 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미국에 대해선 당연히 선거가 끝나고 나면 다시 협상을 하고 싶어하는 게 저들의 속내인 것은 분명해 보이는 데 그렇게 치면 존재감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가는 것 보다는 적당히 유지하는 게 당연히 낫고 그러자면 긴장을 어느 수준에선 갖고 가야 하는 게 맞는데 대미에 대해선 여러모로 계산이 잘 안 나오고 대남에 대해선 감정적으로 상한 부분이 있고 그렇다고 이렇게 불만을 표시한다고 해서 그렇게 흘러간다는 확신이 있느냐, 전 그럴 것 같진 않다는 거죠. 오히려 11월까지는 이 분위기로 간다는 게 더 자연스런 결론이라는 거죠.”

황 교수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국면에서 북한이 중국을 겨냥해 남북 갈등을 통한 한반도 불안정을 부각시킴으로써 자신들의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향후 남북 간 줄다리기 과정에서 미-한 연합훈련과 같은 군사 문제를 놓고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대남 요구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조치와 남북이 합의한 경제협력 이행, 그리고 미-한 연합훈련 축소 등의 군사현안 등인데  한국 정부는 가능한 것부터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이 과정에서 한국 측이 북한에 회담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고 중심 의제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군사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8월이면 통상적으로 한다면 UFG급의 한-미 연합훈련을 해야 합니다. 이것도 북한 입장에선 남북 간 합의 차원에서 중지돼야 하는 부분, 6.12 북-미 정상회담 차원에서라도 중지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계속 주장해왔기 때문에 아마 이런 훈련들을 어떻게 조정하는지를 볼 것이고 이와 관련해서 남측이 포괄적으로 대화를 하자고 제의를 하면 군사회담급의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홍 실장은 당국 차원의 남북회담을 거부해 온 북한이지만 이 같은 한국 측의 제안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의 승리로 포장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