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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강경 발언 미북관계 난항 예고…"북한 전략 도발 가능성 커져"


11일 북한 평양역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서 노동당 8차 대회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11일 북한 평양역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서 노동당 8차 대회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노동당 8차 대회를 통해 미국과 한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교착 상태인 미-북, 남북관계가 앞으로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북한이 상황에 따라 전략 도발까지 감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처음으로 공식화하고 극초음속 무기 개발, 미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 미사일, ICBM의 명중률 제고, 다탄두 개별 유도기술 개발 등 추가적인 전략무기 증강 계획들을 나열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선 방역협력, 개별관광 등 문재인 정부의 협력 제안이 비본질적이라며 “근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면서 첨단 군사장비 반입이나 미-한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이 미국과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에만 초점을 맞춘 겁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교착 상태에 놓여있던 미-북, 남북 관계가 8차 당 대회 이후 긴장이 더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김 위원장의 대미 발언 내용은 북한의 비핵화와 제재 완화 카드를 놓고 협상을 벌이려던 미국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라면서,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북한의 협상 의지 자체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지금 미국이 원하는 식의 북한 비핵화 의지는 없어 보이고 협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원하는 미국과의 협상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과의 동등한 입장에서의 군축 협상을 원한다고 생각을 할 거란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 이런 상황이라면 물론 대화를 위한 접촉은 시도를 하겠지만 초반부터 상당한 난항이 예상이 됩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향후 미-북 협상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압박공세라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이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내걸고 핵무기 증강계획까지 이례적으로 상세하게 밝힌 것은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미국 안팎의 다른 당면과제들 때문에 대북 협상을 뒤로 미룰 경우 자신들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일단 미국에 공을 넘긴 모양새입니다.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에 협상을 다그치는 양상이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설사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려고 해도 미-중 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까지 산적한 현안들로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긴 힘들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대북 라인 인사를 마무리하는 데만도 수 개월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기간 중 북한이 모종의 도발 카드를 쓸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가 처음부터 꼬일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상황에 따라 북한이 전략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다탄두 개별 유도기술 완성을 위한 연구사업이 마감단계라는 북한 측의 언급에 대해 ICBM 시험발사를 암시한 대목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향후 도발 암시는 했죠. 왜냐하면 다탄두 장거리 미사일 얘기를 하면서 마감단계에 와 있다고 했어요. 마감단계에 와 있다면 언젠가 실험을 하는 과정으로 가는 것이고 그게 도발을 시사했다고 봐요. 예전에도 마감단계 언급한 다음에 실험한 적이 있어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바이든 새 행정부의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 됐다며 김 위원장의 ‘강대강 선대선’ 발언은 강경일변도의 노선과는 다르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홍 실장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참모들 사이에서도 군축 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도 그렇고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마찬가지고 북한 핵 문제 접근에 있어서 핵 군축, 핵 군비통제 접근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공감을 하고 있거든요. 아마 이런 공감대 수준에 비춰보면 북한의 의도를 일정 부분 이해를 하고 향후 나름대로 신속한 접촉 국면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한국 정부는 한층 고민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한국 정부의 부단한 협력 제안에도 또 다시 남북관계를 미-북 관계의 종속변수로 여기는 김 위원장의 인식이 확인된 때문입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한국을 협상 대상으로 보기 보다는 미국을 압박하는 긴장 조성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박 교수는 전략 도발은 북한에게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런 부담을 피하면서도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대남 도발을 활용하기 위해 명분을 미리 확보하려는 의도로 첨단무기 도입 중단 같은 한국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내놨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대남정책은 아주 명백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다 얘기를 했고 그 원하는 것은 받을 수 없는 것들이잖아요. 그래서 한국을 끌고 들어가면서 한국에 대한 도발 명분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미국에 압박을 가하는 그런 접근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홍민 실장은 북한이 한국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에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하고 나아가 한국이 이를 설득하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새로운 미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대북정책이 상당히 불확실한 가운데 한국을 통해서 미국을 좀 설득하도록 그리고 자신의 요구조건이 한국을 통해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전술을 쓰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북한이 이번 당 대회에서 대남 전략가인 김영철 대남비서를 대남비서직을 없애면서 통일전선부장으로 복귀시킨 것은 한국에 대한 압박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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