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8차 대회가 열렸다.
10일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8차 대회가 열렸다.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국방력 강화 내용을 명시했습니다. 특히 핵 역량을 최대한 높이겠다며 조 바이든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0일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 규약 개정에 관한 결정서가 채택됐다며 “공화국 무력을 정치 사상적으로, 군사 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한 데 대한 내용을 보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국 통일을 위한 투쟁 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을 제압해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데 대해 명백히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5년 만에 당 규약을 개정해 국방력 강화 내용을 명시한 겁니다.

기존 당 규약 서문에는 김정은 당 위원장의 “자위적인 전쟁억제력 강화” 성과만 언급했을 뿐 국방력 강화 목표를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7일 진행한 8차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전하면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북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대외 정치활동을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잠수함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추진 중이라는 점도 처음 공식화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심사 단계에 있다”며 “신형 탄도 로켓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를 비롯한 각종 탄두 개발 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관련해 “1만5천㎞ 사정권 안의 명중률을 제고해 핵 선제 또는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한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경제 분야에선 성과 미진을 인정하며 자력갱생에 방점을 찍은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놨지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조건을 내놓으라는 대미 압박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특히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 계획들을 상세하게 나열한 것은 대미 협상을 군축회담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단계적 협상을 전개하면서도 자신들이 최종적으로 일부 핵무기를 남겨두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내려놓을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야 되잖아요. 과거엔 핵탄두와 ICBM만이 대상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거기에 핵잠수함이 포함되는 것이고 또 초음속 미사일 같은 것도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면서 일단은 자신들의 협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행보라고 봅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 위협을 극대화하는 것은 내부 불안이 그만큼 팽배해 있고 시간에 쫓기고 있음을 드러낸 행보라고 분석했습니다.

굳이 핵 무력 증강계획을 상세하게 나열하면서 미국에 조속한 협상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북한이 이번에 다양한 전략무기들에 대해서 이렇게 품목을 나열하면서까지 위협을 극대화시킨 것은 미국하고 협상을 하기 위해서 내가 이런

이런 것을 갖고 있고 이런 이런 계획을 갖고 있으니 미국은 나와 협상을 하기 위해서 이런 이런 준비를 하고 나오라는 그런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니겠느냐,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또 한국을 향해선 무력 증강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며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느니 하던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전력 증강계획을 정면으로 비판한 겁니다.

한국 정부의 그간의 협력 제안에 대해선 “방역 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거부 의사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이 2018년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마무리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고 바꾼 노선을 이번 당 대회에서 다시 핵 능력을 앞세운 병진노선으로 회귀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한국의 전력 증강계획을 새삼 문제 삼은 데 대해 향후 대남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한국이 준비하고 추진하고 있는 전술무기, 첨단무기들을 다 갖고 오지 말라는 건데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그렇다면 앞으로 2월, 3월 가면서 계속해서 압박을 가할텐데 북한의 압박은 도발을 포함하고 있고 대남 도발을 통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주목을 받으면서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걸 위한 명분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신범철 센터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정체제를 강화하면서 정면돌파전의 기조를 오히려 강화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