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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0일째 공개 활동 없어…"북한, 사상통제 강화 불구 주민 동원 어려움 가중"


25일 북한 평양 락랑구역 남사협동조합 농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25일 북한 평양 락랑구역 남사협동조합 농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째 공개 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 가운데 북한 당국의 내부 결속을 위한 사상통제는 한층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극심한 민생고를 겪고 있는 주민들 사이에선 당국의 노력동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7일 기자들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이후 20일째 공개 활동과 관련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때문에 제8차 당 대회 등 대규모 정치행사를 제외하고는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올들어 지난달까지 수많은 당 행사들에 직접 나서 내부결속을 도모했던 김 위원장이 최근 들어 외곽단체 행사에는 서한을 보내는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25~26일 평양에서 이틀간 진행된 조선직업총동맹 제8차 대회에 서한을 보냈다고 27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도 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의 공개행보가 뜸해진 데 대해 북한 내 경제침체 상황 때문에 찾아갈 마땅한 현장이 없고, 모내기가 일단락된 시기적 요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는 줄었지만 북한 당국의 내부통제 움직임은 강화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국경 쪽에서도 보면 중국제 대포폰을 활용한, 그것을 통해서 탈북 브로커들 송금 브로커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쪽에 대해서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이 되고 있거든요. 과거에는 오히려 그냥 탈북 브로커들이 달러를 보내면 일단 뇌물구조도 있고 또 그게 북한에 일종의 과외 수입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눈 감았는데 지금은 워낙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하다 보니까 그것도 지금 상당히 엄격히 통제하고 있거든요.”

그동안 대외 메시지는 일절 없이 내부통제에 몰두했던 김 위원장은 최근 보낸 서한에서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에 조선직업총동맹 행사에 보낸 1만 쪽에 달하는 서한에서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사회주의 승리를 위한 투쟁을 독려했습니다.

앞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도 반사회주의와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경계하는 강력한 청년 단속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민생고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과거처럼 이런 통제에 순응하기 보다는 자기 생업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북한 매체들이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장마당 경제까지 어려워진 탓에 주민들 사이에선 당국의 노력동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나도 먹고 살아야 되겠다, 거기 가서 그렇게 할 형편이 못된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다 자기 텃밭, 산에 있는 소토지에 가고 실제 농장원들도 자기 텃밭일을 먼저 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끌려나가는 상황이고 또 나가서도 열심히 하지 않고 그래서 지금 사람들의 상태가 자꾸 통제를 피하는 현상이 이전보다 많다고 해요.”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노동신문’의 경우 신종 코로나 관련 기사를 빼면 거의 모든 지면을 노력동원 캠페인에 할애하는 편집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 교수는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10대 초반의 어린 학생들을 농장이나 산업현장에 내보내는 내용의 기사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자력갱생 노선을 걷고 있는 북한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모내기 사업을 비롯해서 건설프로젝트 같은 주요 사업에 노동력을 보내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인데 노동신문을 포함한 관영매체들 편집이나 사진 사용 수위나 이런 게 이전보다 절박하다고 해야할지 시급하다고 해야할지 예전처럼 이런 동원 캠페인 효과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절박감이 강하게 묻어납니다.”

황 교수는 비료와 생산자재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력으로 이를 보완하려는 북한 당국으로선 주민들의 노력동원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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