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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 아프리카서 여전히 외화벌이…소규모 건설 투입"


북한 업체가 건설한 세네갈 다카르의 10층 건물.
북한 업체가 건설한 세네갈 다카르의 10층 건물.

아프리카에서 초대형 동상 등을 건립했던 북한이 그보다 규모가 작은 공사를 하며 계속 외화를 벌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아프리카의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의 80% 이상을 북한 당국에 바치는 등 ‘강제 노동’의 피해자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서 소규모 건설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북한의 해외 불법 활동을 추적해온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네덜란드 레이든 대학교에서 북한과 아프리카 사이의 외교, 군사, 경제적 협력 등을 연구해온 티코 밴데르훅 씨는 25일 미국 동서센터(East West Center)가 개최한 온라인 화상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북한의 아프리카 내 활동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녹취: 밴데르훅 씨] “I feel like we are also missing some activities. So, in recent years, we had quite a lot of attention for these large companies like Mansuedae, the large art studios in Pyongyang. But there is really interesting research being done on smaller entities that do not construct these grand monuments, but construct smaller constructions like roundabouts and swimming pools and that sort of stuff.

네덜란드 레이든 대학교 티코 밴데르훅 연구원이 25일 미국 동서센터가 개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덜란드 레이든 대학교 티코 밴데르훅 연구원이 25일 미국 동서센터가 개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밴데르훅 씨는 최근 북한의 대규모 건설 활동은 사라진 상태라면서, 몇 년전까지만 해도 만수대와 같은 대형 회사들이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좀 더 작은 기관들이 대형 동상이 아닌 작은 건축물, 이를 테면 수영장과 같은 것들을 짓고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런 작은 활동들을 합쳐보면 북한이 여전히 많은 외화를 벌어들인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우리가 지금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VOA는 지난 2019년 북한의 만수대 창작사의 해외 법인이자 대북제재 대상인 ‘만수대 해외 프로젝트 그룹’이 서아프리카 나라 세네갈에서 ‘코르만 컨스트럭션’이라는 위장회사를 차려, 주택과 호텔, 공장 건설에 나선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보도 이후 ‘코르만 컨스트럭션’은 일부 공사 계약이 끊겼지만, 세네갈 수도 다카르 외곽의 한 수영장이 딸린 고급 주택 건설 공사에 북한 노동자들이 투입된 모습이 지속적으로 포착됐습니다.

밴데르훅 씨는 아프리카에서 북한의 건설 활동의 규모가 작아진 이유에 대해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밴데르훅 씨] “At first it seemed that the sanctions didn't matter very much. There's a lot of evidence of contemporary dealings with the DPRK even as early as 2016, 2017, despite the sanctions. And when the United Nations Panel of Experts tried to clarify what was going on, often their calls for inquiry were unanswered… I actually think that in this respect that pressure from the U.N. didn't matter very much but pressure from the United States mattered more.”

밴데르훅 씨는 대북제재가 본격화됐던 2016년이나 2017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나라들에게 제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였으며, 심지어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했다는 증거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프리카 국가들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당시 상황에 대한 문의에도 종종 무응답으로 대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유엔의 압박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된 미국의 압박은 아프리카 나라들을 움직이게 했다고 밴데르훅 씨는 말했습니다.

밴데르훅 씨는 이와 관련해 2017년 탄자니아 정부가 전투기 수리를 위해 고용했던 북한 기술자들을 미국의 압력때문에 되돌려 보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의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지적도 나왔습니다.

[녹취: 밴데르훅 씨] “I have no problem calling the construction work in Africa forced labor. I've worked in a research project at Leiden University where we've encountered consists of evidence of these laborers that they had to give away 80 percent of their income to the state. They were not allowed to have their passports with them within the country and they often had to take on extra work outside of the regular contracts in order to maintain a certain standard of income. They were not allowed to roam freely through the country.”

밴데르훅 씨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상황을 ‘강제 노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부르는 데 문제가 없다”면서, 과거 자신의 연구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의 80%를 북한 당국에 바친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들 노동자들은 여권을 소지하거나 해당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허용되지 않은 것은 물론, 종종 임금 수준을 맞추기 위해 추가 노동까지 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문제뿐 아니라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밴데르훅 씨는 강조했습니다.

앞서 VOA는 세네갈 ‘코르만 컨스트럭션’의 재정자료를 입수해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현지인 수준에 못 미치는 월 100달러 수준이며,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금 상당수가 북한 당국에 상납됐다는 사실을 파악한 바 있습니다.

또 이들 노동자들은 한 달에 1~2번 현지 중고물품 시장을 방문하는 것만 허용됐을 뿐 약 3년 동안 정해진 숙소와 일터만을 오갈 수 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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