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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억제력 한층 강화”… 전문가들 “군사 도발 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5시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4일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5시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4일 공개했다.

북한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협상이 진행됐던 국면에서 좀처럼 쓰지 않았던 표현들이 다시 나오면서 새로운 군사 도발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가 열렸다고 24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는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지난해 12월 22일 제7기 제3차 회의 이후 5개월 만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국가무력 건설과 발전을 위해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또 “인민군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고 소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연초부터 포병 부대 훈련을 수 차례 직접 참관, 지휘하면서 포병 전력 강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던 시기에 좀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핵 억제력 강화’라는 표현을 다시 들고 나오면서 북한이 새로운 군사 도발을 암시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결과가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밝힌 대미 경고보다 한층 수위가 높은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핵 위협을 제압하고 북한의 장기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핵 억제력의 동원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할 것”이라며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향후 대북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은 핵무기를 보다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라고 읽을 수 있을 거고요, 그리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한다는 것은 사용할 수 있다라는 사용 가능성까지, 이게 굉장히 강력한 표현이거든요. 북한의 패턴을 보면 먼저 말로 하고 그 다음에 뒤따라서 가는 게 행동이거든요. 그러니까 확실한 압박의 효과를 봤다라고 보이죠.”

한국 군과 전문가들은 핵전쟁 억제력 강화와 관련된 무기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탑재한 3천t급 신형 잠수함을 꼽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7년 11월 발사한 ICBM급 ‘화성-15형’을 기반으로 다탄두 장착 신형 ICBM을 개발 중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 공개한 SLBM ‘북극성-3형’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3천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이 잠수함의 건조 사실은 지난해 7월 김 위원장이 시찰한 장면이 공개되면서 드러났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에 대해 핵 억제력 강화는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미보다는 기존 핵 전력의 양적 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조만간 군사 도발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이른바 단거리 발사체 ‘신종 4종 세트’의 시험발사 등을 통해 무력 증강을 과시했지만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계기로 수위를 한층 높일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지난해 10월 감행했던 SLBM의 바지선 발사를 사거리를 늘려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SLBM을 고각발사해 450킬로미터 사거리를 기록했는데, 미국은 사실상 중거리 미사일인데도 불구하고 당시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조 박사는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감안하더라도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에 근접한 군사 도발에 나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된다, 안된다 관계 없이 미 대선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북한에게 희망적인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올해 당 창건 75주년이라는 행사를 앞두고 지금 굉장히 어려움에 처해있고 경제 부문은 성과가 전혀 없고 절망적이고, 그럼 결국 김 위원장이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서 분명히 뭔가 성과를 대외관계, 대남관계에서 얻어내야 하는데 그것은 군사 밖에 없는 거죠.”

북한 군사 전문가인 숙명여대 김진무 교수는 이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미-중 간 갈등 격화는 북한의 군사 도발의 수위에 제약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전략적 무기에 대한 실험 등을 하기엔 아직 굉장히 부담이다. 왜냐하면 미국과의 협상이 아직 남아있고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중국도 굉장히 곤혹스런 상황인데 이 상황에서 북한이 그런 행동을 통해서 국제사회에 엉뚱한 긴장을 만드는 것은 본인이 그동안 쌓아왔던 국제사회 이미지를 완전히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그것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거라고 생각해요.”

김 교수는 이 때문에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의 메시지는 대외적인 성격 보다 김 위원장의 군 장악과 내부 결속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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