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3월 한국 경기도 파주 통일전망대에서 북한산 술 등 특산품이 팔리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한국 경기도 파주 통일전망대에서 북한산 술 등 특산품이 팔리고 있다.

한국 통일부가 남북 기업 간 협력사업을 촉진하는 취지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남북관계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법 개정 추진이 적절한 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국내 기업의 북한 내 사무소 설치를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27일 입법 예고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북 교류협력 촉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인이나 단체가 통일부 장관 승인을 얻어 북한 지역에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무소의 기능은 통신연락 등 업무연락과 시장조사〮연구〮자문활동 등 비영업적 활동, 북한 측 거래당사자와의 계약 체결과 대금 수취와 지불, 그리고 물자의 인도와 인수 등 위임대리 업무로 규정했습니다.

또 우수교역업체 인증제도를 도입해 기업에 제출서류 간소화 등 편의를 제공하고, 통일부의 반·출입 승인을 받은 물품은 통관 시 신고 의무나 제재를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통일부의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국제사회 대북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추상적 법률만으로는 제재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현행 교류협력법 내 조정명령을 통해서도 우려를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통일부 입장을 관계 부처들도 이해하고 동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7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과의 신규 합작사업이나 투자를 금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국과의 교류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대북 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법 개정 추진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그 법이 오히려 더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나 유엔 제재에 더 저촉되게 만들 가능성이 높은 거죠. 일종의 촉진하는 것 아닙니까. 대북 사업을 촉진하려는 그런 법인데 대북 제재가 안 풀린 상태에서 촉진해 나가다가는 다 걸리게 돼 있거든요.”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이에 대해 이번 법 개정안이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해당 사업에 대한 정부의 자의적인 개입을 줄이려는 취지라며, 국제 합의를 감안하는 내용도 들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건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경제협력 활동하는 것을 법률로 제도화하는 것은 옳다라고 보는 거고요. 다만 그것을 실행에 옮길 땐 현재 상황에 맞게 할 필요가 있는데 이번 개정안을 보면 충분히 가능해요. 국제 협약이나 합의에 따라서 그런 경제협력 사업을 조정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는 말이죠.”

통일부는 쟁점이었던 민간 차원에서 남북 간 접촉이 있을 때 신고가 필요한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은 이번 개정안에서 뺐습니다.

처음 개정안엔 우발적이거나 단순 접촉의 경우 신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리 절차를 없애는 내용이 들어있었지만 이를 제외한 겁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라는 측면이 있고 반국가단체라는 측면도 있는 등 이중적 지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이를 수용했다”며 “향후 남북관계 진전 등 상황 변화를 봐가면서 재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남북한이 통일 때까지의 잠정적 특수관계를 규정하는 기본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이런 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 기본조약이 체결이 안된 상태에서 교류협력법을 개정하다 보니까 한계가 있는 것이고 그러니까 상황적 변수로 북한이 최근 고강도 대남 도발과 공세를 취했고 대북 제재라는 국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남북 주민 접촉 신고의 간소화 또는 생략이라는 가장 쟁점이 된 부분들이 논의가 안된 거죠.”

통일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10월 6일까지 여론을 수렴해 개정안을 확정하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