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황주군 광천리에 건설 중인 광천닭공장을 찾았다고 관영매체들이 23일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황주군 광천리에 건설 중인 광천닭공장을 찾았다고 관영매체들이 23일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행보가 경제 현장을 중심으로 이달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과 함께, 북한의 경제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황주군 광천리에 건설 중인 광천닭공장을 찾았다고 23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달 들어 공개행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입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 매체의 보도일 기준으로 지난 3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이어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6주기를 맞아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습니다. 19일엔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를 주재했고 이튿날인 20일엔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았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올해 집권 이후 가장 적은 횟수의 공개활동을 기록하면서 건강 이상설까지 낳았던 김 위원장의 행보가 다시 활발해지는 양상입니다.

특히 주로 정치군사적 공개 행보에 치중하면서 경제와 민생 행보는 내각 관료들에게 맡겨왔던 김 위원장이 최근 평양종합병원과 광천닭공장 건설현장을 잇따라 찾으면서 대민 접촉 활동에 다시 나서면서 애민지도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 한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을 찾았다고 관영매체들이 20일 전했다.

북한은 지난 6월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포함한 거센 대남 공세를, 그리고 7월 들어선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로 시작된 대미 담화 공세를 펼쳤습니다.

이후 미국과 한국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대외 전략을 가다듬는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김 위원장이 대외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자리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대내 행보 특히 경제 행보 강화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애민지도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경제 행보가 식량과 보건 등 주민들의 민생과 직결되는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현장에서 김 위원장의 강한 질책과 독려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북한의 경제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광천닭공장 건설 현장에서 북한의 현대적 닭공장들이 거의 20여년 전 건설돼 낙후된 만큼 닭공장 현대화의 본보기 차원에서 당이 직접 건설을 맡게 됐다며 인민들의 식생활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공장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에선 마구잡이식으로 공사가 진행돼 주민 부담을 늘린 데 대해 엄하게 질책하면서 지휘부 교체까지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건설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설비와 자재보장 사업에서 정책적으로 심히 탈선하고 있다고 비판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봉쇄로 병원 건설에 쓰일 자재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직접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완공 목표로 공표했던 만큼 공사 차질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어쨌든 지금 대규모 건설공사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고요, 노동당 창건 기념일, 올해 75주년이니까 거기에 제대로 공사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사전에 명분 즉,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명분을 만들려고 했을 겁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현장 사진엔 완공 기일이 석 달도 남지 않았지만 건물 일부의 층수가 다 올라가지 않은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의 민생 행보가 자신의 경제정책이 전반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건축사업만 벌였거든요. 그러면 전기와 상수도가 만성 부족인 상태에서 건축만 커지게 되면 사실 부족 상황은 더 심화되는 거거든요. 그 다음에 외자 유치를 도모했던 경제개발구 이것은 대북 제재, 관광사업은 코로나 등으로 사실 김 위원장이 했던 모든 경제정책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조 박사는 북한의 치부가 될 수 있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의 난맥상을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를 통해 공개한 것은 김 위원장의 통치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북한 경제가 외부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잦은 공개행보를 통해 자신을 둘러싸고 끊이지 않았던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광천닭공장과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에서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도한 것도 그런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