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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북한 식량난 가중…비료 부족, 주민 소득 감소로 이중고”


지난 4월 북한 평양역에서 마스크를 쓴 주민들.
지난 4월 북한 평양역에서 마스크를 쓴 주민들.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가중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비료 부족으로 가을 작황이 부진할 수 밖에 없는데다 주민들은 소득 감소로 식량을 구매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근래 들어 최악의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제기구들은 각종 지표를 토대로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조사서비스는 지난 달 26일, 올 가을 북한의 도정 후 쌀 생산량이 136만t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26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쌀 수확량이 크게 줄어드는 주요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봄철에 꼭 필요한 비료 수급이 여의치 않은 점을 꼽았습니다.

지난 2014년 1월 북한 접경도시 신의주의 압록강변에 중국에서 들여온 비료가 쌓여있다.
지난 2014년 1월 북한 접경도시 신의주의 압록강변에 중국에서 들여온 비료가 쌓여있다.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연구원장은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작년과 재작년 있었던 중국의 대북 비료 무상 지원이 올해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올 봄 농사철에 비료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올 가을 작황이 저조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5월은 북한이 비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기입니다. 5월 기준, 북한의 비료 도입량은 전년 수준의 5% 밖에 안됩니다. 거의 중국에서 가져 오거든요. 상당히 적은 양인데, 여기다 도입된 비료 구성도 살펴보면, 농사의 핵심인 질소 비료가 전년에는 전체 95%를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복합비료가 95%거든요.”

권 원장은 농사에 필수적인 요소나 유안 등 질소비료가 거의 없고, 중국에서 복합비료, 이른바 자투리 비료를 들여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자체도 신종 코로나 사태로 비료 생산 능력이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권 원장은 지난해 부진한 작황 상황으로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이 이미 110만t을 넘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 요인에 따른 소득 감소로 주민들은 식량을 구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신종 코로나로 지금 전반적으로 시장활동이 없잖아요. 주민들이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 자체도 낮은 상황이고,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인한 부업 소득 상황도 낮습니다. 주민들의 식량 구매 능력이 낮고, 국가 전체의 공급과 개인이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 모두 낮은 거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북한을 식량 부족국가로 지정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경제적 제약이 식량 불안정에 대한 주민의 취약성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북한 주민 1천200만 명이 고질적인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며, 북한을 ‘신종 코로나 위기국’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북한 남포의 청산리 협동농장에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북한 남포의 청산리 협동농장에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아시히 신문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국경을 봉쇄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생각보다 안정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권 원장은 이모작 수확이 막 끝난 7월부터 한 달 간은 단기적으로 식량 사정이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자와 보리 등 이모작 작물의 수확으로 어느 정도 식량난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모작으로 수확한 봄 감자와 보리가 북한 전체 식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다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훈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 가을부터 식량 문제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영훈 위원] “7,8,9월 이 지나고부터, 지난해 가을 추수한 옥수수, 쌀이 서서히 부족해져 가는 시점입니다. 10월이 돼야 수확을 하는데, 연간으로 따지면 이제 지금부터 식량 사정이 어려워지는 시기이긴 하죠.”

김 선임연구원은 최근 중국이 80만t에 이르는 대북 식량을 지원했다는 소식과 러시아의 밀 지원이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지 눈여겨볼 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권태진 원장은 8월 말에 6월 북-중 교역량을 확인하면 중국의 대북 식량 지원 규모가 파악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한꺼번에 대규모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며, 국가 전체의 식량 수급 부족분을 충당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작년까지만 해도 부족한 식량을 중국과의 교역, 밀수 등으로 메꿨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국경이 통제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도 사실상 중단되거나 크게 축소된 상황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의 다니엘 워츠 국장은 북한 주민의 식량과 영양 지원 활동을 벌이는 평양 주재 유엔 기구 직원들이 여전히 충원되지 못했다며, 따라서 북한에서의 사업들을 축소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워츠 국장] “There are still a small number of UN agency representatives in Pyongyang.”

실제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는 지난 5월, 북한에 대한 영양 지원 활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에 농업 기술을 전수하는 미국 대북구호 단체, 친우봉사회의 린다 루이스 중국 북한 사업단 대표는 9일 VOA에, 신종 코로나에 따른 북한의 국경 봉쇄로 북한의 모내기 시기에 필요한 농자재를 북한에 반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가을 수확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친우봉사회] “We know from past experience that even simple materials can make a big difference in crop cultivation on North Korean farms, and we hope to deliver these materials in time to be useful to AFSC farm partners in the 2020 growing season.”

그러면서 과거 경험을 통해 단순한 재료라도 북한 농장의 농작물 재배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루이스 대뵤는 국경 봉쇄가 풀려 올해 식물 성장기에 친우봉사회 협력 농장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농자재가 전달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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