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9월 북한을 방문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019년 9월 평양을 방문했다. (자료사진)

미-한 정상회담이 열린 지 닷새 만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를 만났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미-한 정상회담에 대응해 중국과 북한도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는 공개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패트리샤 김 중국담당 선임연구원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 베이징에서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원은 28일 VOA에 두 사람의 만남은 "성공적인 미-한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북한이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패트리샤 김 연구원] “The timing of Foreign Minister Wang and Ambassador Ri’s meeting is not a coincidence and should be seen as an effort by China and N Korea to demonstrate their close ties following the successful U.S.-R.O.K. summit.”

왕 부장과 리 대사는 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찬에 앞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웃으며 팔짱을 끼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왕 부장은 이날 만남에서 북-중간 우의는 “외부 침략에 맞서 함께 싸운 전화 속에서 흘린 피가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라며 혈맹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개국 신임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이후 왕 부장과 단독 회동한 것은 리 대사가 처음입니다. 

중국 주변국 외교 강화... 미국 견제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도 28일 VOA에 왕 부장과 리 대사의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간 정상회담에 대한 대응으로 연출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do think that this meeting was staged as sort of response to the Moon-Biden summit last week, and I imagine that both governments felt that it would be desirable to take some public action to affirm their close relationship.”

중국과 북한 모두 지금 시점에서 서로의 긴밀한 관계를 확인하는 공개 행보가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등 동맹 관계를 복원하는데 집중하는 데 대응해 중국도 유일한 동맹국인 북한과의 관계 강화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또 북한뿐 아니라 주변국들에 손을 내밀며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관계 강화 움직임이 1년 전부터 나타났으며, 이번에 왕 부장과 리 대사가 특히 두 나라 관계에 대한 정상들의 의지를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과 리 대사는 양국 지도자들의 전략적 지도와 관심 속에 두 나라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중국, 미-한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 표출”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중국이 이번 만남을 통해 “매우 의도적이며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며 “북한에 연대와 안도감을 주는 한편 미-한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t’s also a manifestation I think of Beijing’s dissatisfaction with the outcome of the U.S.-R.O.K. summit. And I personally expect that we’re going to hear more from Beijing along these lines including further comments on the inclusion of a refence to Taiwan in the joint statement, I think they’ll also react to the end of the missile guidelines which has implications for China.”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이 앞으로 미-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의 타이완 언급과 미사일 지침 폐지, 문 대통령의 사실상의 쿼드 지지 등과 관련해 불만을 더 표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CNA 적성국 분석국장은 중국이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을 통해 ‘전략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One, strategic messaging to the U.S. and S Korea, which obviously can help drive a wedge between Seoul and Washington, showing Seoul that the way to getting access to N Korea goes through Beijing.”

우선 미국과 한국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의도로 “북한으로 가려면 중국을 통해야 한다는 신호를 한국에 보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에 대해서는 “중국이 북한의 ‘뒷배’이며 북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원조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만남에서 왕 부장은 “중국은 북한에 힘 닿는 대로 도움을 계속 주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북-중 밀착 행보, 비핵화 외교에 영향은? 

한편, 북-중 밀착 행보가 한반도 비핵화 외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 한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For North Korea, they need to know that as they continue to reject talks on denuclearization with the U.S. and as they continue to avoid bilateral engagement with Seoul, that they’re going to have China’s continued support and they will get continued assistance from China. I think that’s essentially what this meeting was about. To provide N Korea with that assurance.”

북한은 계속해서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남북 간 관여를 거부할 때 중국이 자국을 지원하고 원조해 줄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만남은 북한에 그런 확신을 주기 위한 만남이었다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지난 20년간 미국에 대한 북한의 모든 적극적인 외교공세는 북-중 관계 강화 이후에 일어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We also have to keep in mind that every diplomatic outreach or offensive to the U.S. over the course of the past two decades has been preceded by an effort to consolidate the China-N Korea relationship.”

스나이더 국장은 왕 부장과 리 대사의 이번 만남에서 북한이 앞으로 행보를 바꿀 것이라는 신호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방향 수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중 고위급 접촉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