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해 연설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배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해 연설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배석했다.

미국 국무부가 북한 핵 문제를 시급한 우선순위라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고위급에서 의지를 갖고 북한과의 관여에 나설 것을 조언했습니다. 이것이 오바마 정부 때 이란 핵 협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지적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핵 문제는 해결이 매우 어려운 만큼 바이든 행정부는 최고위급에서 의지를 갖고 관여에 나서야 한다고 수전 디마지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이 말했습니다. 

[녹취: 디마지오 연구원] “I think it is very hard and it does require a real commitment at the highest level, as we saw with the Iran deal, there was a commitment made by President Obama himself. And there was a joke that President Obama was like the Iran desk officer. That’s how much time he spent thinking about it.”

디마지오 연구원은 17일 카네기재단이 주최한 웨비나에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즉 이란 핵 협상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쏟은 수준의 의지가 북 핵 협상에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주최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까?’라는 주제의 웨비나가 열렸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 협상을 고민하며 쏟은 시간이 너무 많아 그를 ‘이란 국장’이라고 부르는 농담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란 핵 협상 따라야”... “고위급 관여 의지 중요”

디마지오 연구원은 이란 핵 협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이 고위급 미국 당국자들이 이란 측과 비밀리에 접촉할 수 있도록 승인했던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2012년 7월부터 오만의 중재 아래 수도 무스카트에서 미국과 이란 간 은밀한 접촉이 진행됐고, 향후 다자 협상으로 확대됐다는 것입니다.

디마지오 연구원은 북 핵 협상도 이런 ‘대화를 위한 대화’를 통해 목표와 의도, 공통분모와 한계를 명확히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네기재단에 따르면 디마지오 연구원은 2002년부터 미국과 이란 간 대화채널을 주도했고, 이것이 2015년 이란 핵 합의로 이어졌습니다. 

디마지오 연구원은 2017년에서 2019년 북한과 미국간 반관반민, 1.5트랙 비공식 대화도 이끌었습니다.

[녹취: 디마지오 연구원] “Notwithstanding these important differences, I think the JCPOA experience can offer insights into how to begin engagement with an adversary with sustained diplomacy as a goal.”

디마지오 연구원은 이란과 북한의 상황은 다르지만 이란 핵 합의 경험은 지속적인 외교를 목표로 적국과 관여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 핵 협상은 ‘불신하되 검증한다’는 접근법이며, 북한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 핵 협상에서도 중요한 목표는 현장에 항상 가동되는 고강도(intrusive) 검증과 사찰 체계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순안공항에서 영접했다.

“국무장관까지 북 핵 협상에 관여해야”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도 “북 핵 협상에 있어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위트 연구원] “I think what we need is to pull out all the stops, all the diplomatic stops. I’m not just talking about mid-level State Department officials flying off to meet with mid-level N Korean officials. I’m talking about everything up to and including the Secretary of State getting involved in this issue. Not the President yet, but at some point, yes.”

위트 연구원은 “국무부 중간급 관리들이 북한의 중간급 관리들을 만나는 것 외에도, 국무장관을 비롯해 각급에서 관여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당장은 아니지만 일정 시점에는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미국과 북한 간 ‘정보당국 채널’도 재가동해야 한다며, 이란 핵 협상 때 정보채널이 매우 활성화됐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경우 미국의 정보 당국자들이 1년에 한 번 평양에서 북한 관리들을 만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며, “미국 당국자들이 진지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북한담당관으로 제네바 기본합의를 성사시킨 미-북 협상에 참여했었습니다. 

“북한, 고강도 사찰 받아들이지 않을 것”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란 핵 합의와 같은 합의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Something like the very intrusive inspection arrangements that Iran has agreed to, North Korea is not going to agree to something like that. They don’t even have a negotiating team, the kind of Western educated elites that Iran has.”

테리 연구원은 이란이 합의한 ‘고강도 사찰’을 북한이 받아들일 리가 없고, 이란에는 서구에서 교육받은 엘리트 핵 협상단이 있었지만 북한에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 대회에서 미국에  양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바이든 정부도 북한과의 잠정적 합의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제재 해제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미-북 교착 상태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